태블릿에 ‘프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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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주니 이학준) 최근에 국내에 본격적으로 애플의 태블릿인 아이패드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인 아이패드 프로가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지금까지 나온 아이패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신 버전이며 기본적인 성능 뿐만이 아니라 화면 크기까지 확대해서 나온 제품으로 대상 자체가 기업형, 업무용 버전으로 나온 어쩌면 대놓고 업무용 태블릿으로 나온 최초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 동안에 나왔던 아이패드는 9.7인치의 일반 아이패드 모델과 7.9인치의 아이패드 미니 모델로 나왔습니다. 물론 9.7인치 모델이나 7.9인치 모델이 업무용으로, 기업형으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능이나 지원되는 앱, 그리고 화면 크기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번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때 화면을 키운 아이패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그 예상대로 9.7인치보다 무려 3.2인치나 더 키운 12.9인치의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음으로 애플도 아이패드를 본격적으로 기업형, 업무용 모델로 만들어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성능을 높혀서, 화면을 키운다고 다 업무용, 기업형 태블릿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성능 뿐만이 아니라 지원되는 주변 조건들도 맞아야 합니다.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하던 신제품 발표회 때 함께 발표했던 제품들을 보면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애플 팬슬과 함께 MS 오피스의 iOS 버전 발표합니다. 물론 오피스 발표는 MS 관계자가 직접 나와서 했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도 MS가 과거와 달리 MS 오피스의 확장을 자사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까지 확대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안드로이드용 MS 오피스를 발표했고 반응이 꽤 괜찮았죠). 애플 팬슬의 경우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디자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도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주변에 보면 생각보다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디자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앱에 최적화된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하여 아이패드로 디자인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그 작업을 이제는 전용 스타일러스 펜이 아닌 애플 펜슬을 이용하여 아이패드 프로 자체에서 지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만큼 디자이너를 위한, 그것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디자이너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애플의 의지로 해석해도 될 듯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패드 프로의 발표와 함께 애플이 본격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다름아닌 MS 오피스를 자사의 신제품 발표회 때 함께 선보였다는 것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태블릿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아마도 메일, 문서작업이 가장 클 것입니다. 메일은 웹메일 시스템을 통해 이용한다면 어느정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문서 작업은 얘기가 다릅니다. 그 동안 많은 모바일 오피스 앱들이 나왔고 그것들을 이용하여 업무용으로 사용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많은 경우에서 실패를 봤습니다. 기껏해봐야 문서를 PDF로 만들어서 태블릿에서 보는 수준이었지 수정하고나 작성하는 것은 어려워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MS 오피스의 모바일 버전은 PC 버전 수준에 근접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세밀한 부분(복잡한 탬플릿이나 여러 오피스 문서를 오브젝트로 이어서 만드는 수준의)까지는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용으로 작성하는 문서들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워드 문서는 거의 PC 버전에 근접한 수준이고 엑셀의 경우도 복잡한 수식이나 셀 작업이 아닌 일반 수준의 문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파워포인트의 경우도 복잡한 에니메이션을 넣는 작업이나 효과를 넣는 작업, 세밀하게 도형을 움직여 맞춰야 하는 작업이나 다양한 폰트를 써야 하는 작업과 같은 것이 아니면 기본 틀 안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국내와 달리 해외의 경우 복잡한 디자인이나 탬플릿을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MS 오피스 모바일 버전에서 제공하는 수준 정도면 충분히 업무용 문서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을 좀 더 높은 성능의, 그것도 기존의 9.7인치가 아닌 12.9인치의 대형 화면에서 화면을 분할해서 볼 수 있는 기능까지 곁들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충분히 업무용으로 활용가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패드 프로는 아니지만 아이패드 에어 2에서 최신 iOS 9로 MS 오피스 모바일 버전을 이용해서 작업을 해봤는데 복잡한 문서가 아닌 일반 수준에서의 업무용 문서를 만드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애플 팬슬과 MS 오피스 모바일 버전을 앞세워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애플이 처음은 아닙니다. 시중에 이미 프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기업형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했던 태블릿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삼성에서 나왔던 갤럭시 탭 프로와 갤럭시 노트 프로가 그 주인공입니다. 2년 전 MWC 2014에서 선보였던 업무용 태블릿으로 각각 갤럭시 탭과 갤럭시 노트 10.1의 12인치형 모델이라고 보면 됩니다. 삼성의 경우 애플과 달리 이 때에는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 모바일 버전을 탑재해서 업무용 태블릿으로 정의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시장에서의 평가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만 아주 실패한 것도 아니었고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컨텐츠 소비형 단말기의 성격이 강했던 태블릿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적용해보겠다는 생각을 제대로 전달시킨 모델이었기 때문에 아주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역시 고성능에 큰 화면, 그리고 오피스 어플리케이션을 앞세워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들어서려고 했었습니다. 물론 이후에 후속 모델이 안나오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상에는 내년에 갤럭시 탭 프로나 갤럭시 노트 프로의 후속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태블릿이 컨슈머 시장에서 성장하는데는 한계에 왔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엔터프라이즈로 돌리지 않으면 태블릿의 성장은 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프로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제품들 중에서는 MS가 내놓는 서피스 시리즈도 있기는 합니다. 처음에는 서피스 RT와 서피스 프로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나중에 서피스 RT는 그냥 서피스로 바뀌어서 나왔으며 서피스 프로의 경우 서피스 북이라는 또 다른 최상위 버전이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어찌되었던 MS의 전략도 비슷합니다. 서피스 RT의 경우 말 그대로 컨텐츠 소비형 태블릿이었다면 서피스 프로는 노트북과 같은 성능의 터치 기능이 붙어있는 태블릿으로 나와서 기존 PC에서 하던 작업을 그대로 쓸 수 있게 제공해준다는 것으로 접근했습니다. 물론 서피스 RT가 서피스로 되면서 방향이 좀 바뀌었습니다. 서피스 RT의 경우 모바일 칩셋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서피스의 경우 아톰을 사용한 덕분에 기존 일반 PC와 비슷한, 과거 넷북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면서 서피스 프로와 약간의 영역 겹침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에 상응해서 서피스 프로의 성능은 고성능 노트북 수준으로 올라서 차별화를 보였습니다. 즉, 일반적으로 간단한 작업들(문서작업까지 포함하여)은 서피스 정도에서 하고 좀 더 수준있고 고차원(?)적인 작업은 서피스 프로에서 하라는 컨셉으로 서피스 시리즈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 서피스 북이 나오면서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 북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던 서피스 프로의 컨셉은 좀 더 고성능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쓸 수 있는 태블릿이라는 것에는 변함은 없는 듯 합니다. 애플이나 삼성이 내세운 기업형, 업무용 태블릿의 컨셉보다 더 상위 개념의 손쉽게 갖고 다니기 편한 노트북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만드는 것이 MS 서피스 프로 시리즈지만 기본적인 컨셉은 PC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태블릿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며 개인용보다는 업무용, 기업형으로 컨셉을 맞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렇게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와 삼성의 갤럭시 탭 프로, 갤럭시 노트 프로, 그리고 MS의 서피스 프로와 같은 프로라는 이름이 붙은 태블릿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있으니 기업형, 업무용 제품 컨셉이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태블릿 시장의 움직임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가장 최근에 애플의 이런 모습으로 인해 더욱 그런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태블릿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으며 이제야 움직임에 대해서 시장의 반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더 이상 태블릿이 컨슈머 시장에서 선전하기에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은 이유 중 하나가 점점 꺾이기 시작한 아이패드의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이런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많은 태블릿 통계를 보면 비약적으로 성장했던 태블릿 시장이 올해들어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안꺾일것 같았던 애플의 아이패드 판매량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서 태블릿 시장 자체가 충격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싼 태블릿이 많이 나오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패블릿이라 불리는 큰 화면의 스마트폰들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어쩌면 영역이 겹치게 되는 태블릿의 자리가 위협받았다고 봐도 좋을 듯 싶습니다. 태블릿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5인치 후반의, 6인치대의 패블릿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점점 태블릿이 패블릿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블릿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했으며 스마트폰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인 업무용 시장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노트북이 이 시장의 강자이기는 하지만 휴대성에 있어서 여전히 불편한 노트북보다는 그래도 휴대성에서 좀 더 앞서있는 태블릿을 활용한다면 스마트워킹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힐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업의 요구사항과 성장둔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태블릿 생산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서로 맞으면서 이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이들 태블릿에는 이름에 프로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프로는 프로페셔널의 약자로 말 그대로 전문가라는 의미입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업 시장에서는 아마추어가 없지요. 모두 프로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블릿도 기존 컨슈머 시장에서 쓰이는 제품을 아마추어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프로들을 위한 제품을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고성능의 업무용 환경을 갖춰서 프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태블릿들과는 차별화를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아이패드 프로나 향후에 나올 프로라는 이름이 붙을 태블릿들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태블릿 시장에서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을 위한 시도는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 : ‘프로’라는 이름의 의미로 엔터프라이즈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려는 태블릿

About

이 학준
IT 칼럼리스트이자 통합 보안 SI PM 겸 컨설턴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