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B컷 스토리#2] 이상훈 디자이너는 이렇게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시켰다.
최근 ㈜51퍼센트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상훈 대표. 그는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산업 디자이너이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선보이며 해외 다수의 매체에서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해외 강연에서 초청 연사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가 국내에서 지난 4개월간,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1.8억원원이다. 첫번째 디자인 제품은 충전기와 전등, 그리고 스피커를 하나로 합친 도킹 스피커이고 두번째 제품은 수납공간과 편리성을 극대화시킨 멀티 백팩이었다. 그가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유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넉 달 전 즈음, ‘SNS는 영 자신이 없다’며 고민하던 첫 미팅에서의 이상훈 디자이너가 기억난다. 그런 그가 이제는 많은 산업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상훈 디자이너의 프로젝트를 되짚어보고 그 성공 노하우를 공개하도록 한다.
와디즈 크라우드펀딩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성공기를 이야기 중인 이상훈 디자이너 / 와디즈제공
와디즈 지현정(이하 굵은체) : 현재 와디즈에서 진행 중인 앵콜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모든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 우선 축하의 인사부터 드리고 싶다. 이와 같은 결과를 예상 했었나?
이상훈 디자이너(이하 기본체) : 사실, 같은 제품으로 인디고고에서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와디즈에서 재도전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국내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잘 작동할 것인가, 그 자체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먹히지 않았던 제품이 과연 국내에서 더 좋은 반응을 가져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컸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을 결심하였고, 기대 이상의 반응에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첫 프로젝트인 도킹 스피커는 한 달 동안 약 3천만원 모금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두 번째 프로젝트인 백팩은 같은 기간 동안 그의 4배인1억 2천만원 모금에 성공하였다. 그 비법이 궁금하다.
첫 프로젝트 참여자 중 30% 이상이 두번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스피커와 백팩은 사실 다른 제품군임에도 불구하고 릴레이 참여가 이뤄진 것이다. 많은 분들께서 내가 디자인했다는 것에 신뢰를 갖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았다. 이 분들께서는 단순히 금전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뿐 만 아니라, 무척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셨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을 시리즈로 계속 진행하다 보니 점점 더 팬층이 확대되는 것 같다. 이 분들은 향후에도 여러 방면으로 나를 지지 해주실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얻은 가장 보람찬 것을 꼽으라면 나의 제품을 탄생시켜준 VIP고객들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훈 디자이너가 최근 4개월간 기록한 펀딩 금액 / 와디즈 제공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와서,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했다. 제품 디자인을 실제 생산까지 연결시키려면 초기 자금이 무척 많이 필요하다. 만일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생산을 해버렸다가,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내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팀원 없이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대기업처럼 여유롭게 차근 차근 시장 조사를 하고 제품 기획을 하며 생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무척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제품이 이미 출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가격을 책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크라우드펀딩 시, 제품 가격을 어떤 식으로 설계했는가?
나의 첫 프로젝트인 도킹 스피커의 소비자 가격은 17만원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인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이 가격을 고수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었다. 이때 와디즈 담당자와 미팅을 하여 여러 피드백을 받았다. 우선, 나와 내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에게 17만원이란 금액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진을 거의 없애고 원가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먼저 펀딩에 참여할수록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선착순 99명에게는 64,900원에, 그 후에 참여한 99명에게는 69,9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5000원씩 가격 차등을 두었다.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나면 이후 구매하는 소비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 참여하지 않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가격의 차이를 촘촘하게 두라는 와디즈의 피드백을 받았다. 이 부분 역시 꽤 도움이 되었다.
첫번째로 도전한 도킹 스피커 리워드 구성표 / 와디즈 제공
일전에 말씀을 나눌 때에는 SNS 홍보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고 또 어떤 방식으로 홍보했는지 궁금하다.
첫 미팅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페이스북 가입은 되어있지만 로그인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SNS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정말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기에 SNS를 조금씩 시작했다.
우선 나의 제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그룹들을 먼저 공략했다. 광고성 글이기는 하지만 철판을 깔고 직접 올리기 시작했다. 많이 지워 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와디즈 마케팅 담당자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었는데, 이 말이 꽤 인상 깊었다. 이를 기억하며 계속 글을 올리고 소통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서 올리다 보면 어떤 글은 지워지지 않기도 했다. 그러면서 댓글로 문의하는 사람이 생기고, 펀딩 페이지로 유입되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광고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터디를 했는데, 생각보다 광고를 진행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이벤트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벤트를 하면서 어떤 점이 고민됐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팁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이벤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했었는데,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뽑힌 사람마저도 기프티콘을 받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내가 기획했던 이벤트 중에 가장 참여율이 높은 것은 멋진 펀딩 후기를 공유한 사람에게 제품을 하나를 더 선물하는 1+1 이벤트였다. 이벤트를 설계할 때에는 혜택이 참여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지, 그리고 참여 방법이 어렵거나 복잡하지는 않은지 항상 확인 해보길 당부하고 싶다. 물론 이벤트의 성공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의 VIP고객들과 얼마나 진정성있게 소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
큰 호응을 얻었던 도킹스피커의 메인 이벤트 / 와디즈 제공
사실 저도 슈퍼 얼리버드로 도킹 스피커 펀딩에 참여했는데, 이벤트 등 소식을 알려주는 문자를 여러 통 받았다.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웃음) 스피커 참여해주신 것 알고 있다. 참여자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연락을 드렸기 때문에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일반 쇼핑몰과는 달리 펀딩결제 후 제품을 받아 보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참여자와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사람들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아진 자금이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지 불안해하고, 프로젝트 진행자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의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꾸준히 문자와 메일로 소통하고, 문의를 가능한 빨리 해결해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결국 이런 소통이 팬을 만들고 이탈률을 낮추는 비결이 되었다. 이 인터뷰 끝나고도 새소식을 작성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상훈 디자이너는 지난 4개월간 와디즈에서 약 40회 이상에 걸쳐 새소식을 업로드했다.
이상훈 디자이너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바로 영상을 매우 훌륭하게 찍었다는 점이다. 영상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몇 가지 팁을 줄 수 있겠나?
일단 처음 영상 스토리 라인을 잡고 주변 지인에게 이해가 되는 지 먼저 물어봤다. 괜찮다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영상 스토리를 계속 다듬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제품이 왜 나오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보여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영상에 그 모든 것을 담으려 하다 보니, 정작 참여자들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느끼더라. 사람들은 영상 초반의 몇 초를 보고 더 볼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영상 초반에 참여자들이 흥미로워 할만한 제품 기능과 사용 방법 등을 담았다.
영상 참고1) 도킹스피커
영상 참고 2) 여행용 멀티백팩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제품 사진은 어떻게 찍었나?
사진은 모두 내가 직접 찍었다.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맡기려고도 했었는데,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을 생각만큼 잘 담아내지 못하더라. 영상은 양보할 수 있었지만, 사진 촬영만큼은 양보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을 때, 다양한 장소에서 제품이 사용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상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영상을 그대로 캡처해서 재활용하다 보면 사람들은 지루해 한다. 더욱이 모든 사진이 같은 장소에서 찍혔다면 참여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다양한 장소와 상황 속에서 제품이 풍부하게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를 권하고 싶다.
이상훈 디자이너는 칵테일 바에서도 제품 촬영을 진행했다 / 와디즈 제공
해외 크라우드펀딩(인디고고)과 국내 크라우드펀딩(와디즈)을 모두 경험해보았는데, 그 둘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소통이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참여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매우 큰 부분이기 때문에, 진행하면서 체감한 차이점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와디즈에서는 아무래도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시차도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바로바로 답변을 할 수 있었다. 또 서로 공유되는 감성과 정서 그리고 문화가 있어서 소통을 하거나 이벤트를 하는데 훨씬 수월했다. 그에 비해 인디고고에서는 워낙 변수들이 많다 보니, 신속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데에서 나아가, 직접 한 번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인디고고에서 프로젝트를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나의 제품과 타겟 고객들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이러한 실패 경험을 통해 와디즈에서는 보다 수월하게 대처하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도전은 언제나 다음 도전에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세번째 와디즈 크라우드펀딩 토크 콘서트는 공익 캠페인 기획 스타트업인 마르코로호의 신봉국 대표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총 47,602,100원 자금 모집에 성공한 신 대표의 생생한 이야기는 오는 1월 14일 디캠프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현재 와디즈(http://goo.gl/qZk1mz)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글 : 지현정 現 와디즈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 / 現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 jhj@wad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