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61] ‘고객을 이해하라!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라!’ 국내 최초 뷰티박스 서브스크립션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
한국 여성들은 하루 평균 여덟 개에서 열네 개 정도의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사용자의 나이나 계절에 따라서 사용하는 제품이 달라진다. 물론 그 안에서도 개인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화장품 회사에서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를 앞다투어 출시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잡지나 여러 매체의 소개, 매장의 샘플, 입소문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중 다른 무엇보다 제품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화장품 샘플이다. 여성들은 미용을 위해 수많은 제품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일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 ‘뷰티박스(Beauty Box)’는 이런 시장을 공략한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국내 최초의 뷰티박스 정기배송서비스, 글로시박스(GLOSSYBOX)”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
(주)글로시박스가 2011년 5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뷰티박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겟잇박스, 미미박스, W박스, 도로시박스, 보보박스, BB박스 등 10여 개가 넘는 뷰티박스 서비스가 잇따라 생겨난 데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용을 주제로 한 정기배송서비스(subscription)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이다.
(주)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화장품과 미용에 관련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해끔한 얼굴에 세련된 옷차림을 보며 원래 미용이나 패션 관련 업계에 종사하셨던 분이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SK텔레콤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하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가진 이상이나 가치에 공감하면서 직접 창업을 결심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로켓인터넷은 현재 40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IT 인큐베이팅 회사 )’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소비재 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화장품을 선택하여 버치박스(Birch Box: 2010년 하버드 MBA 출신 여성들이 미국에서 최초로 만든 뷰티박스)에 착안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홍준 대표는 미용이라는 특정 분야보다 마케팅 시장과 사업 모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창업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매달 발행되는 패션 잡지 한 권에서는 몇 백 가지의 화장품을 찾아볼 수 있지만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글로시박스는 매달 화장품 다섯 가지를 선별해 테스트가 가능한 일정량의 샘플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고객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팀원들이 여러 브랜드의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아이템을 선정, 구독자(사용자)에게 제품을 추천, 배송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화장품의 최신 트랜드를 체험할 수 있고 제품 선택의 가이드를 얻을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는 원하는 목표 고객에게 제품을 널리 홍보할 수 있다.
‘글로시박스의 고객맞춤형 서비스와 스토리텔링’
글로시박스는 뷰티박스 정기 구독 회원의 회비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회원 확보와 관리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뷰티박스 제품 구성의 전문성이다. 박스를 기획하는 일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이 집중된다. 여러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1~2주 가량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것은 물론 기존에 발송된 제품에 대한 반응을 모니터링 한 결과와 계절별 주요 테마 등을 결합해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 구성을 만들어낸다. 활자와 사진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잡지 에디터처럼 공을 들여 매달 박스를 ‘발행’한다고 최홍준 대표는 이야기했다.
모든 회원에게 똑같은 제품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시박스 회원에 가입할 때 기본적인 나이와 연령 등의 정보 이외에도 피부 유형과 화장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을 입력하게 되는데 이러한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동일한 컨셉의 박스 내에서도 구독자별 구성품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와 더불어 특정 유형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뷰티박스도 제공하는데 작년에 있었던 독일의 크리니크 대표 브랜드 유세린의 국내 런칭과 연계해서 피지 분비나 여드름이 고민인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크리니크 박스’는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8월의 글로시박스 ‘Now & Forever Box’
하지만 타 뷰티박스 브랜드와 차별성을 위해 최홍준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샘플이 구독자에게 상품 구매를 돕는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건 가장 기본이 되는 아이디어다. 이에 덧붙여 상자를 열었을 때 구독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글로시박스의 컨셉이다. 글로시박스는 제품이 가진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성을 추구하면서 컨셉을 드러내는 박스 디자인이나 사용 설명서, 화장품 이외의 추가 구성품을 묶어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최홍준 대표는 인상깊었던 사례로 지난 6월 뮤직페스티벌을 컨셉으로 한 예를 들었다. 야외활동을 위한 썬블럭, 도발적인 화장에 어울리는 네일 스티커, 인조눈썹 등의 제품으로 구성된 ‘Music Festival Box’는 유명 제품으로 구성되진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결혼식을 주제로 하거나 영화제 레드카펫을 주제로 하는 등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경쟁력을 추구한다.
지속적인 사업 영역 모색
화장품 샘플을 활용한 뷰티박스 서비스는 높은 호응을 자랑하지만 회원 수 증가와 사업 성장이 직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적정한 샘플 홍보 대상으로 1만5천여 명을 든다. 그 이상으로 홍보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경우 저가 제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시박스의 입장에서도 제품이 가지는 스토리텔링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샘플을 활용한 뷰티박스 시장에서는 규모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최홍준 대표의 이야기였다. 글로시박스의 경우에도 고객 호응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왔지만 작년 가을, 회원 1만 명 규모에서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현재의 고민은 시야를 넓게 가지고 새로운 성장 요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회원 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장의 상황을 보면서 단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목표를 조정해가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콜라보레이션 박스’처럼 미디어와의 제휴를 통한 브랜드 파워 강화 시도나 남극해 보호 캠페인과 결합한 ‘비오템 콜라보레이션 박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외에도 최홍준 대표는 온라인 스토어라든지 e-커머스를 강화하는 방향,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처럼 스타트업에 걸맞은 새로운 역할을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다.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것 두 가지:
첫째,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
최홍준 대표는 시장과 마케팅의 가능성을 보고 뷰티박스 정기배송서비스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개인적 배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요. 여동생을 통해 일찍부터 크리니끄, 시세이도 등 유명 해외 브랜드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있었죠. 이후 온라인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화장품 브랜드, 패션, 스타일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동생의 패션 잡지를 같이 읽기도 했습니다.”
창업의 아이디어는 ‘여성의 관심’과 ‘샘플 홍보 시장’이었지만 가까이서 여동생의 모습을 보고 직접 여성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하면서 최홍준 대표는 여성 고객의 니즈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세럼 등 고가의 제품을 고심하며 고르는 여성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시제품 사용의 가치에 주목할 수 있었다.
둘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구상하는 일은 신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최홍준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화장품 브랜드와 미팅을 가지고 사업 모델을 설명하는 일이었다.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매장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약속을 잡는 일도 있었단다. 처음에는 문전박대 당할 수 밖에 없었지만 꾸준히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모니터링해서 화장품 브랜드에 전달하고 글로시박스 제품 구성에 반영하면서 구독자를 늘려올 수 있었다.
현재는 120~130개 업체와의 제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을 가지고 업체를 만난다. 홍보와 관련해 사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업체에서 먼저 요청이 오기도 한다.
“아이디어나 아이템 개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평가를 통해 필요한 요소를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 대박이 나는 것이 아니라 대박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를 모으고 필요한 요소를 모으기 때문에 대박이 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