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타이드 아카데미 데모데이, ‘스타트업, 세상을 향한 첫발을 내딛다’
2013 TIDE Academy의 데모데이(최종발표)가 지난 9월 13일 세운상가에서에서 열렸다.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TIDE Academy는 타이드 인스티튜트(대표 고산)와 창업진흥원 주관으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9주간의 교육 과정을 통해 첨단 기술 소개부터 실제 시제품, 목업 제작, 투자 발표까지 전과정을 지원한다. 이번 2013 TIDE Academy 에는 총 63명의 교육생들이 참여해 창업 아이템 발굴과 시제품 제작 교육, 멘토링이 이뤄졌으며 데모데이를 통해 11개팀이 교육 기간 동안 만들어진 시제품을 가지고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행사는 Fab lab Seoul이 위치한 세운상가 5층 로비에서 치뤄졌다. 참관을 위해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세운상가를 찾아가는 길에는 종일 내리다 만 빗방울이 흩날렸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청계천 변으로 늘어선 눈이 부신 조명가게들의 불빛을 지나쳐 갑자기 어두침침한 세운상가 건물로 올라갈 때만해도 과연 이런 곳에서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셔터를 내린 상가 전체에는 적막한 기운이 가득했다. 세운상가 5층에 올라서자 아파트 로비에 천막으로 가린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둑한 실내를 밝히기 위한 조명과 발표를 준비 중인 참가자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어수선했다. 심사위원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발표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행사 진행을 맡은 타이드 인스티튜드 전맥 연구원의 행사 소개와 경과 발표로 데모데이가 시작되었다. 함께 상영된 동영상에서는 참가자들과 멘토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는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곳곳에서 호응이 일었다.
아카데미의 각 수업과정은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안부터 마케팅, 기타 사업화를 위한 기반 사항 등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고 했다. 또한 실제 창업과정을 거친 기업가들이 직접 멘토로 활동하면서 창업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실질적인 창업의 전 과정과 경영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영상을 통해 팀 회의 모습과 시제품 제작 과정 등을 간략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진 데모 시연은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었다. 발표시간은 팀당 총 5분으로 사업소개와 데모 시연이 함께 이루어졌다. 몇몇 팀은 시제품을 만들지 못해 컨셉을 구두로 설명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성과가 갈리는 인상을 받았는데 주목을 받은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발표 내용이 지루하거나 사업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들쭉날쭉한 분위기는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면서 집중되었다. 심사위원으로는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 정회훈 DFJ Athena 대표,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이사,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대외협력실장이 위촉되었다. 시간 탓도 있겠지만 행사 참가자 대다수가 아카데미 참가자들로 이뤄져 별다른 질의응답 없이 심사위원의 인터뷰 만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시제품을 만들어 시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발표 중 많은 질문을 받은 팀은 안정적인 시제품을 제작한 팀들이었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서비스 형태의 많은 시제품들이 선보였는데 이모션 에코 시스템을 표방한 감정 공유 앱 서비스 ‘fickle’를 발표한 8조의 경우 감정을 분류하고 입력하는 방법과 감정 사이클 데이터 등을 깔끔한 디자인으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농촌의 특산물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 직거래를 위해 ‘레시피’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안한 ‘Platfarm’의 1조 역시 바로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인 앱 디자인과 컨셉트로 관심을 받았다. 이번 데모데이 발표에서 특히 의미있었던 것이 바로 하드웨어 시제품의 시연이었는데 태양광을 이용한 LED 조명 ‘반디반디’를 발표한 2조의 경우 타이트 인스티튜드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 외부 디자인을 구현하려 했던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마트기기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무선 마이크 ‘오작교 마이크’를 발표한 3조 역시 직접 시연을 통해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반디반디 팀이 직접 제작한 태양광 LED 조명을 심사위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2. 사업화가 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의 여부
아이디어는 분명하지만 일정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시장성 검증 없이 컨셉만으로 발표를 진행한 팀도 있었다. 3D 프린터와 소프트웨어 개발 소스를 결합한 시제품 제작용 툴킷을 표방한 10조의 ‘Maker Kit’는 구성 면에서 구체화 된 지점이 없다는 점과 해외 유사 제품과의 경쟁력에서 지적을 받았다. 5조의 ‘SEMOMAN’ 역시 3D 프린터 활용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중계수수료와 배너 광고의 수익 모델을 제시했지만 심사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카페 포잇스토리’를 발표한 4조의 경우 자제 홍보 영상까지 제작해 아이템을 설명하려 했지만 협업을 위한 카페 공유 서비스의 수익 모델은 고사하고 아이템 자체의 컨셉을 설명하기에도 벅차 보였다. 역시 심사위원들의 호된 질책이 잇따랐다.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공기 정화기 ‘아이온’을 발표한 7조의 경우도 제조 베이스 아이템의 생산 자본 확보와 관련한 지적에서 심사위원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3.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기술과 팀 빌딩
기술 중심 스타트업의 경우 핵심 기술이 그 자체의 경쟁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팀 내에 안정적인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가 없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9조의 ‘위아다이어트’는 피트니스 전문가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일일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계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으나 기획개발, 시장조사, 디자인 3명으로 구성된 팀원 중 실제로 피트니스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팀 구성원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 팀원이 흩어진 사례도 있었다. 쇼핑몰 제휴를 통해 데이터를 제공받아 1:1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스타일을 추천받을 수 있는 ‘스타일오디션앱’을 발표한 11조는 B2B 중계모델로 충분한 강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발표자 혼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 약점이었다. 앱 개발자가 없고 큐레이션에 대한 기술력도 갖추지 못해 단순 아이디어 수준으로 평가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한계와 성과가 동시에 노출되는 발표였지만 심사위원의 질문을 통해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요건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심사위원들은 시장 내에서의 경쟁력, 구매자들의 호응도, 유사 서비스에 대한 시장 점검, 제작비나 영업 마진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로 발표자들에게 보완할 점을 지적했고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진행 과정에서 준비 오류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흥미진진하게 모든 발표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편안한 분위기 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격의 없게(?) 발표를 진행하고 심사위원의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는 발표자의 모습에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심사위원을 맡은 고영환 회장이 발표자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다. 발표자는 ‘오작교 마이크’ 팀.

금연을 돕는 스마트 라이터를 소개한 6조. 심사위원과 금연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주요 심사평

정회훈 대표(Henry Chung, DFJ Athena)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되어야 사업화가 가능하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사람들은 돈을 내지 않는다. 오늘 발표 가운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대상으로 한 사업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기 서비스나 제품은 모두 조악하고 투박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브랜드도 형성되기 전이다. 그렇다면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사람들의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줘야 한다. 도전할 만한 문제에 도전해라. 그렇다면 성공하거나 적어도 배울 수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 개발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프리젠테이션에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발표화면은 깔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표현해내는 부분은 아쉽다. 제스처를 통해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고영하 회장(한국엔젤투자협회)
“창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의 과정이다. 자기가 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자기가 목표로 하는 시장을 이해하는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발자나 디자이너 같은 자신의 팀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야 한다. 설득에 성공해 팀을 구성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기획만 가지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투자자와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처럼 많은 노력을 통해 설득 훈련에 힘을 기울여라. 고작 5분 스피치 동안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보고 내용을 읽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가지고 청중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설득해야 한다. 타이드 아카데미에서도 발표 교육이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홍병철 대표이사(Michael B. Hong, 레드헤링 주식회사)
“실제로 내가 참여했던 중간 평가보다 나아진 사업 모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번 더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보라. 지금의 데모 발표는 견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팀도 분명히 있었다. 심사위원의 평가는 학점이 아니다. 심사 결과보다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됐던 부분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축하한다.”

3위를 차지한 ‘오작교 마이크’의 3조와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대외협력실장

2위를 차지한 ‘플랫팜’의 1조와 DFJ Athena 정회훈 대표

1위를 차지한 ‘반디반디’의 2조와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
“사회적 기업 디자인으로 기획한 아이템인데, 혼자서 구상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우연한 기회에 타이드 아카데미에 대해서 알게 되고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교육생들끼리 팀까지 꾸렸어요. 첫 주에서 3, 4주 동안 외부 강연을 들으면서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구요. 시제품 제작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1위를 차지한 반디반디 팀은 무엇보다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팀원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을 이번 교육의 성과로 꼽았다. 이번 발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에게는 월말 개최되는 ‘고벤처포럼’에서 사업소개서 발표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그들만의 잔치는 끝났지만…
고산 대표는 폐회사를 통해 “7월 15일 개강해서 오늘(지난 9월 13일) 마감하는 아카데미의 첫발이다. 최초의 아이디어가 구현되어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뿌듯했다.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라는 말로 이번 행사의 소감을 정리했다. 마치 학예회를 참관하는 학부모의 마음과 같진 않았을까?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글로벌 창업문화 확산과 선도형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이번 발표의 경우 규모가 작고 내용도 정제되어 있지 않았지만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제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모습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시제품 발표 인상 깊었다. 타이니 인스티튜드는 앞으로도 스프링보드 행사을 통한 아이템 발굴과 정기 워크샵, 아카데미 과정을 통한 스타트업 성장 지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시제품 제작에 더 비중을 둔 메이커 아카데미도 기획해 더 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창업의 첫발을 도울 예정이다.
늦은 시간 통닭과 피자로 치뤄진 뒷풀이에서 고산 대표에게 상금 지원에 대한 질문을 건냈다. 이들을 후원하는 단체가 궁금했던 것인데 의외로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기금이라는 답변을 듣게 됐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들만의 잔치(?)는 끝났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으로 한 발 내딛은 그들의 다음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