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 2]스타트업 코리아를 위한 월드카페 체험기
[box type=”info” bg=”ffff”][스타트업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box]
참가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앞서 소개된 해외 사례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환경의 시사점을 바탕으로 현재 스타트업 관련 각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일, 스타트업 코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해보자는 자리였다.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 그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 않을까? 화제는 정보를 가진 사람들 중심으로 흘러가기 마련이고 토론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떨어지는 대화의 집중도와 비례하여 소외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 학교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소통을 가장하고 있지만 단순한 브리핑이나 논쟁에 지나지 않는 수많은 토론을 경험하면서(때로는 직접 주최하기도 하면서) 내심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물며 그 유명한 ‘100분 토론’에서조차도 대화가 방향을 잃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에 혀를 차게 될 때가 있는데…
이런 부분 때문인지 디캠프에서는 이번 ‘스타트업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 진행을 위해 ‘월드카페’라는 집단 지성을 위한 토론 방식을 채택했다.
토론이 시작되기에 앞서 ‘HOW TO WORLD CAFE’ 동영상을 통해 월드카페 진행 방법을 공유했다.
- 중앙에 주제를 표기한다(논의되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 각 테이블마다 토론을 진행한다. (호스트는 토론 내용을 정리) * 토론이 마무리 되기 5분 전 공지
- 토론 마무리 후 호스트 1인만 남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다른 테이블로 이동(최대한 새로운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함 ->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앞선 대화 내용을 풍부하게 하기 위함).
- 새로운 사람들이 왔으면 호스트가 앞의 내용을 짤막하게 2~3분 정도 소개
- 2~3번의 반복
- 모든 테이블의 토론이 마무리 되면 테이블 호스트가 앞에 나와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월드카페 준비 과정
월드 카페 진행방법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직접 강의용 좌석을 옮겨 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각각의 원에는 주최기관인 디캠프의 인원이 한 사람씩 배치되어 주최자의 역할을 맡았다. 우리 플래텀 팀도 4개의 소그룹 중 한 군데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제각기 원하는 곳에 앉기 시작했다. 자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편안한 음악이 어색한 침묵의 공간을 채웠다. 좌석 팔걸이 테이블에 놓은 펜을 만지작거리다가 주최자 소개와 함께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플래텀이 위치한 소그룹에는 허브 서울 운영자, 컨텐츠진흥원 창업 지원 담당자, 파운더스 엔젤 네트워크 투자 담당자 등 다양한 단체의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주최자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고 제안한 뒤에도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월드카페 시작 과정
플래텀의 조상래 대표가 이야기의 시작을 맡았다. 중국의 창업 환경과 최근의 정책 동향, 시장의 특성을 설명하며 한국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허브서울의 최은수 님은 네트워크 공간을 소개하며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 공간의 붐을 소개했다. 여러 단체에서 허브 서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문의한다는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간은 늘어나지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공간의 경우 창업 3년 이내 기업으로 자격이 제한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부 지원으로 이어졌다. 지금처럼 창업 지원이 활발한 때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컨텐츠진흥원의 최송연 님은 직접 창업 지원을 담당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지원 후 성과를 점검해야하는 입장에서 어디까지 지원이 이뤄져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단다. 중복지원이 이뤄지면서 지원금으로만 운영되는 강시 기업의 양산도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이에 반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자체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파운더스엔젤네트워크의 장선향 님은 앞서 발표된 ‘스타트업 아메리카’의 예를 들면서 단계별 지원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초기 스타트업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의 정의’로 이어졌다. 현실적으로 진입이 쉬운 ICT 스타트업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지만 다양한 스타트업 모델이 존재하고 이에 맞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우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의견을 듣는데 집중했다. 각 단체의 전문성과 현실을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 앞서 발표된 해외 사례를 예로 들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정한 화제가 만들어졌다. 처음 만나 조심스럽게 마음을 탐색해가는 남녀처럼 어색하지만 차근차근 서로를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그 사람의 이야기 뿐이니까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 주최자가 토론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주제를 환기시키고 화제를 전환해 나갔다. 정해진 시간이 흐르고 다른 소그룹으로 옮겨 동일한 방법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새로운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주최자가 이전 라운드에서 진행된 토론 내용을 정리해 발제했다. 이미 이야기된 내용과 이전 라운드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서 새로운 주제를 찾아나갔다.
월드카페 내용
두 번의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된 뒤에는 각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주최자들을 통해 정리되어 발표되었다. 발표가 이어지면서 중복되는 내용은 심화되거나 차별화된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되면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구체화했다. 이야기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스타트업 관련 정보들이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다. 데이터를 한 군데 모아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복되는 자원을 효율화해야 한다.
-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엑셀레이터에서 진행되는 멘토링의 경우 체계화되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 정부 기관과 민간의 협력 방식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 창업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각 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이행방안이나 아이디어도 함께 언급되었다. 다양한 참가자 구성을 반영하듯 각 입장에 따른 어려움도 공유되었다. 스타트업 관련 단체에서는 지원이 특정 단계의 특정 회사에 몰리는 것이 아쉽지만 투자사 입장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스타트업 문화를 확산시키고 검증된 스타트업이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성과를 내고 이런 성과가 다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말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겠지만 다양한 조직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던 이번 기회는 민간부분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의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월드카페 마무리
이번 스타트업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의 경우 사전 발표가 충실하게 이뤄진 것이 인상 깊었다. 다양한 해외 사례는 생각의 씨앗이 되어줌으로써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을 때 각자가 자신의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할 때가 있는데 앞서 발표된 내용들이 공통의 화제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대화의 실마리와 연결고리를 동시에 제공해주었다.
월드카페라는 토론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미리 이런 방식을 활용해봤으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시간 상 원래 계획했던, 올해 말 진행될 ‘스타트업 코리아’ 행사와 관련해서는 구체화된 이야기가 오가지 못했지만 디캠프에서는 오늘의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스타트업 코리아’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다음 ‘월드 카페’ 행사에서는 좀 더 카페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차분하고 생산적인, ‘집단 지성’을 위한 토론 방법-월드카페. 마지막으로 월드카페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덧붙인다.
월드카페란?
1995년 후아니타 브라운과 데이비드 아이잭스가 함께 창립한 월드카페는 대화의 힘으로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조직의 지도자들이 모여 구성한 대화 커뮤니티다.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행동의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까지 재계, 정부, 학교, 의료분야 등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현장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이야기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