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왜 이렇게 돈이 몰리는가?’ 조성문 대표 강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창업지원센터 ‘Born2Global’에서는 9월 3일 개관 기념 세미나를 시작으로 매달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과 관련한 유명 연사를 초청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된 ‘국내 벤처 기업의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세미나’는 1일 오전과 2일 오전 단체 멘토링, 2일 오후 전체 강연과 네트워킹 행사로 이틀간의 일정으로 치뤄졌으며 오라클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으며 블로그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통해 생생한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조성문 대표가 강사로 초대되었다. 평소 기사를 작성하면서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터라(플래텀에서의 첫 인터뷰 기사, ‘스타트업 엔젤투자자 노정석 CSO’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라는 조성문 대표의 블로그 내용을 통해 기사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꼭 한 번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가장 활성화된 스타트업 생태계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기대가 되었다. 기대했던대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생한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강연자 스스로의 경험과 직접 분석한 사례가 제시되어 강연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청바지에 훤칠한 인상의 조성문 대표가 강의실로 걸어들어왔다. 적당히 그을린 얼굴과 밝은 표정에서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세미나 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중들에게 환하게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전자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습니다. 이후 게임빌에 합류 7년간 근무했구요. 미국에서 자리잡은 이유는 아무래도 스무살 호주 여행에서 느꼈던 동경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업무차 캘리포니아로 출장을 갔을 때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한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현재는 6년 간 실리콘 밸리에 거주하고 있어요. 처음엔 Ucla 앤더슨 Mba 학교를 다니며 학위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2008년에 졸업하고 근무하던 스타트업이 2009년에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오라클에서 근무 시작했습니다.
미국 생활에서는 개인 시간이 여유로워요. 결혼식이나 회식 등 공적인 모임이 없는 편이죠. 개인적으로 실리콘밸리에 대한 궁금증을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와 트위터 시작했는데 네이버 비판글을 쓴 후 많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1달에 한두 개정도 포스팅을 하는데 현재는 300개 정도의 글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습니다. 개인 업무와 블로그를 하면서 생긴 인사이트를 훈련하기 위해 엔젤투자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여섯 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하나는 손실로 처리되었고 나머지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처럼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하고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What Make Silicon Valley Special?’ : 실리콘밸리에 왜 이렇게 돈이 몰리는가?
“실리콘밸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게 된 것은 우선 화창한 날씨 등의 환경 요소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를 통해 수익을 본 기업이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는 돈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죠. 벤처캐피탈은 감정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투자 이유는 하나, 리턴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돈이 들어가서 돌다가 다시 회수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죠. 실리콘밸리는 전세계적으로도 엑싯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동네입니다. 돈이 많이 몰리니까 재능 있는 인원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들게 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할 때나 스스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시장 규모를 산술적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가 없어요. 전반적으로 저축되는 돈보다 움직이는 돈의 규모가 크고 민간 부문의 지출이 큰 편입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케피탈 투자사 시콰이어 캐피탈이 참여했던 투자 지역의 비율 비교해 본 결과 압도적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서 성공한 모델이 인도 등 다른 시장에서도 쉽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쿼라(Quora, 지식인 서비스)의 경우 페이스북 CTO 출신 창업한 사례인데 영국이나 기타 영어권 마켓으로 확장이 원활하게 이뤄졌어요. 해외 시장들이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검증된 제품의 경우 집중해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미국의 배후 마켓이 그만큼 거대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반대로 한국에서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는 이런 배후마켓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이미 포화된 시장 말고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면서 말레이시아 진출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화 수준으로 도약하기가 힘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없어요. 미국 시장 자체에 말뚝을 꼽기가 어렵다는 게 사실입니다. 게임빌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도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준비했지만 언어의 문제라든가 정서적 차이로 인해 초기 진출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게임빌의 경우 지금은 상당수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으므로 진출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Why? Because companies acquire, Big.’
: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
“오라클이 기업을 인수한 사례를 생각해보면 기업 인수가 기업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라클은 2005년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HR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2006년에는 시벌시스템 인수했어요. 시벌시스템의 창업자은 기업이 인수된 후에도 새로운 기업인 ‘세일스프로세스’를 창업해 오라클의 경쟁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오라클은 BEA시스템즈, 선마이크로시스템즈, 태일로 등 많은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각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인수할 회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실제로 인수가 성사되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인수를 하지 않을 경우 특허 분쟁의 이슈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특허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남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하나 더, 좋은 기능을 가진 회사를 먼저 인수하지 않으면 경쟁사에서 뺏어갈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유명했죠. 회사 차원에서도 투자자를 위해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기업 인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What I Learned At Gamevil’
: 미국 진출이 어려운 이유? 미국 진출 시 필요한 것들
“게임빌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이 있습니다. 게임빌은 설립 때부터 글로벌을 염두하고 있었습니다. 상장했을 때의 가치평가를 대비하기 위해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한국 시장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독일 시장 진출 후 별다른 해외 진출 성과가 없었어요. 국내 시장에서는 모바일 게임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나마 미국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게임빌 미국지사를 맡았던 이규창 씨처럼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 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투자하는 시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게임빌에서 미국 진출 시 가장 큰 어려움은 도와주는 ‘친구’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고객보다 ‘친구’의 역할이 커요. 우리의 지지자들이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필요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마케팅으로만 만들 수 없는 인맥이 바로 그것이지요. 창업자나 그 곁에 인맥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만들면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거든요.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지자들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현지화입니다. 게임빌의 경우 디자인부터 현지화 고민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8등신으로 할지 2등신으로 할지부터가 고민이었어요. 같은 게임이라고 해도 캐릭터 비율을 다르게 하면 전체를 다 일일히 손봐야 하거든요. 새로운 비율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경우에 따라선 현지 문화에 맞게 게임 스토리 자체를 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로컬리제이션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문법이나 프레이즈가 틀리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허용이 되는 번역이라 해도 현지에서는 의미전달이 어려울 수가 있거든요. 아무리 공들여 게임을 만들어도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신뢰를 잃게 됩니다. 반드시 현지인의 2차 번역과 검수를 거쳐야 합니다. 비용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오피스를 운영하는 경우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것도 생각해야 해요. 예를 들어 사무실 운영과 현지 인력 채용 관련한 비용으로 1년에 10억 정도를 지출한다고 생각하면서 회사 대표가 이를 잘 컨트롤해야 합니다.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요. 오래 기다려줄 수 있는 투자자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리콘 밸리 투자자들은 한국에 투자하지 않아요. 실리콘밸리 내부에 좋은 스타트업이 이미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 진출 시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What am I reading?’
: 참고할 수 있는 미국 스타트업 정보
강연 마지막에는 조성문 대표가 실제로 실리콘밸리 관련 정보를 얻고 있는 다양한 채널을 소개했다. 강연에 사용된 자료의 경우도 매터마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 통계자료를 분석해서 준비했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용하는 방법을 시연하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연에서 보여줄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의 실리콘밸리를 직접 확인할 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문 대표가 소개한 채널은 다음과 같다.
쿼라(Quora) : 페이스북 옛 CTO 애덤 댄젤로와 찰리 치버가 2009년 6월 설립, 2010년 1월 회원제로 운영을 시작한 Q&A 웹사이트다. ‘지식인+트위터+위키디피아’의 성격을 가진다.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8600만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1100만달러를 투자받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쿼라는 Q&A 서비스로 질문을 올리거나 누군가 올린 질문에 답하는 공간인데 신뢰성을 가진 유명자 작성자들의 답변으로 유명하다. 스티브잡스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올라오는 등 다양한 스타트업 정보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큅(Quibb) : 새로 만들어진 사이트. 이전에는 트위터를 통해 고급 정보를 얻는 편이었는데 지금 현재 트위커가 많이 대중화되면서 고급 정보가 많이 줄었다. 큅에 가입하고 대상을 팔로우하면 그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볼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유명인들이 읽고 있는 것들을 스크랩하면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정보를 구독한 사람도 확인할 수 있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추천한다. 자신의 브랜드와 래피테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매터마크(Mattermark) : 지난달 새롭게 런칭한 서비스로 3명 코파운더로 시작되었다. 최근에 매터마크에서 채용한 4번째 직원이 조성문 대표의 지인이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창업자가 파워블로거 출신으로 관련 정보를 통해 스타트업 관련 스토리를 기막히게 만들어내고 있으며 최근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프로버전을 사용하면 고급 기능과 뉴스레터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성사된 스타트업 투자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 달간 프리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등록된 회사의 자세한 정보도 확인가능하다. 3명이서 몇 달만에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좋은 회사를 찾고 있을 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는 엑셀로 변환하여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적 분석 자료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에 투자 받은 회사들을 살펴보면서 아이디어나 트랜드를 점검할 수 있다.
-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뉴스레터 : 투자정보를 매일매일 확인할 수 있다.
- 앤젤리스트(Angelist) 뉴스레터 : 엔젤 투자자를 확인할 수 있다.
Q&A 시간
두 시간의 강연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금방 지나갔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도 끊임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Q. 실리콘밸리 내 기업이 아니면 투자받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한국만 그런 것 아닌가요?
“인도에 투자를 하려면 파트너 중에 인도인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선마이크로스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가 만든 코슬라벤처스의 경우 인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알토스벤처스는 운용자금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가운데 15%를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쿠팡, 판도라TV, 블루홀스튜디오, 네이블커뮤니케이션, 스피쿠스, 블로그칵테일, 이음, 배달의민족 등에 각 15~25% 지분을 가지고 있죠. 여기도 팀원 중 한 명이 한국인입니다.
최근 창조경제의 모델로 이스라엘을 꼽기도 하는데 이스라엘의 경우 유태인 커뮤니티가 유명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미디어나 벤처업계 등 많은 곳의 대표가 유태인이죠. 또한 언어적인 측면에서 영어가 유창하다는 장점이 있구요. 무턱대고 이스라엘을 벤치마킹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구글이 이스라엘의 위치정보 회사 웨이즈(Waze)를 1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러한 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은 투자받기 어려운 케이스입니다. 무턱대고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조업은 가능하지만 서비스의 경우는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Q. 한국의 스타트업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엔젤투자자로서 이야기하자면 창업자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자가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창업하는 경우 투자자나 고객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강점 분야 외에 새로운 분야로 진출이 어렵다는 것도 알아야 해요. 창업을 통해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그런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지 않은 이유는 해당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여 시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Q. 미국의 스타트업이나 대기업들이 해외 서비스를 기획할 때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는 해외 진출에 필요한 현지화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미국 소비자 말고는 별로 신경 안 쓴다고 봐요. 미국 내에서 성과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세계로 확산됩니다. 미국이 현지화 서비스를 고민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Q. 한국에서는 자신의 사업을 매각하려는 창업자가 별로 없습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정말로 팔려는 기업이 없을까요? 높은 가치로 평가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 애초에 크게 될 수 없는 회사일 경우 정리하고 다시 창업할 수 있습니다. 다른 그림을 그리고 새롭게 팀을 정비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게 되죠. 엑싯과 매각이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큰 동력을 가지고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창업자가 매각을 통해 대기업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경우에도 중간 관리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창업으로 옮겨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한국은 미국에 비해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초기 창업 기업, 스타트업들이 인수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출은 크지 않지만 기술과 팀이 좋은 회사일 경우 매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슷한 사례가 없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 위주의 경제 구조 아래서 각 기업이 잘 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고 선점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대기업에 몰려 있는 우수한 인재들과 아이디어들을 보세요. 대기업이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외부에서 사오는 것이거든요.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 바깥에서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한다면 대기업이 인수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려고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재벌 회사가 아닌 회사들이 커가면서 인수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한국의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개인 말고 법인 차원에서 신뢰를 쌓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브랜드가 의미하는 것 자체가 신뢰입니다. 법인이 신뢰를 쌓는 방법에는 시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소비자의 경험이 축적되고 이를 통해 아이템이 검증되어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