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진료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11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닥터나우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전면 반박에 나섰다.
“공급 의약품 80.7%가 급여약… 왜곡됐다”
닥터나우가 반박한 첫 번째 쟁점은 도매 의약품 대다수가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공급하는 의약품의 80.7%가 급여 의약품”이라며 “공급가액이 큰 일부 비급여 의약품으로 인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특정 약국을 우선 노출해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지적에는 “특정 약국을 광고하거나 우선 노출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의약품 재고 수량을 연동해 표기하는 ‘재고확실’ 마크는 “약국에 대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환자의 약국 선택을 위한 정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규제당국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즉각 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체조제할 의약품을 닥터나우가 지정 및 강제한다는 오해에 대해서는 “대체조제는 환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전적으로 약사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며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일 성분 내 복수의 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이 ‘대표약 지정 기능’을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해외 사례를 근거로 한 규제 필요성 주장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역시 비대면진료 중개매체의 불공정행위와 리베이트 등을 금지 및 사후제재하고 있을 뿐, 중개매체의 의약품 유통업 자체를 원천 금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의약품 수령률 44.6%→84%… “구조적 한계 해소”
닥터나우는 의약품 도매업을 겸업해 온 배경에 대해 “비대면진료 후에는 당장의 환자 소재지 부근에서 어느 약국이 처방약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면진료 후에는 병원 부근 약국에서 확실하게 조제받을 수 있는 반면, 비대면진료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약품 배송이 금지된 직후인 2023년 말 야간·휴일에 44.6%에 불과했던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수령률이 현재 약 84%로 두 배 가까이 개선됐다. 닥터나우는 “재고 정보 기반 ‘약국 찾기 서비스’가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과 비대면진료의 실효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닥터나우는 우려 해소를 위해 약국이 직접 재고를 보유한 의약품 품목에 대해서도 보유 수량을 입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방하고, ‘재고확실/조제가능성 높음’ 등의 표기 폐지를 포함해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서비스 개편 방안도 제시했다.
“타다금지법과 다르지 않다” 정치권 경고음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 입장문을 통해 “현행법상 허용되던 사업을 사후적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법안은 타다금지법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비대면 처방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과 아이, 반복 처방 환자, 의료 취약 지역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며 “약국별 재고와 가격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환자가 여러 약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스타트업을 법으로 차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최소화할 대안을 고민해야지, 사업 자체를 사실상 불법화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리베이트 금지, 특정 약품 강제구매 금지 등 다른 규제 수단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이재명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특정 기업의 사업모델을 사후적으로 불법화한다면 창업 생태계 전반에 ‘언제든 법으로 막힐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며 “최종 판단 기준은 업계 이해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혁신 대 기득권, 또 한 번 시험대”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둘러싼 해묵은 ‘혁신 대 기득권’의 구도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며 “닥터나우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비대면진료 산업은 타다와 같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라고 말했다.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공익성과 약업계의 영업 질서, 스타트업 혁신이라는 가치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서 정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향방도 크게 갈릴 전망이다.
닥터나우는 “플랫폼이 비대면진료 중개 과정에서 의원, 약국 등 이해관계자와 부적절한 경제적 거래를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포괄적인 사전 규제보다는 불공정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사후 제재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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