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생성형 AI 공정이용 안내서’를 두고 스타트업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9일 입장문을 통해 “AI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코스포는 “대통령 주재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9월 15일) 및 국무총리실의 신산업 규제 합리화 로드맵(11월 27일, 67개 AI 규제 완화)의 후속조치로 추진된 안내서가 정작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3가지 문제점 지적… “영리 목적이 왜 불리한 요소인가”
코스포가 지적한 첫 번째 문제는 영리 목적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안내서는 영리 목적의 AI 개발을 공정이용 판단에서 불리한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코스포는 “AI 산업의 특성상 R&D 단계부터 상용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민간 VC들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연간 수조원 규모에 달하며, 이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영리를 추구한다”고 반박했다. “영리 목적 여부보다는 AI가 원본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리고 원본 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는 위협을 발생시키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AI 기술 특성과 국제적 관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코스포는 “AI 학습 시 저작물 전체 이용이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많음에도 이를 공정이용에 불리한 요소로 규정하고 있으며, 웹 크롤링에 대해서도 제한적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은 Authors Guild v. Google(2015), Bartz v. Anthropic(2024), Kadrey v. Meta(2024) 판결에서 AI 학습의 공정이용을 적극 인정했다. EU는 CDSM 지침을 통해 TDM(Text and Data Mining)을 opt-out 방식으로 허용하며, 일본은 저작권법 제30조의4로 AI 학습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코스포는 “안내서는 이러한 글로벌 동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산업 위축 우려다. 코스포는 “안내서의 제한적 해석은 AI 스타트업 투자 위축, 글로벌 경쟁력 약화, 공익적 AI 프로젝트 위축, 해외 AI 시장 의존도 심화 등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VC들의 AI 투자가 감소하고, 의료 진단 AI, 맞춤형 교육 AI, 산업용 AI 등 사회적 가치가 높은 프로젝트들이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부 TDM 특례법과 정면 충돌
코스포는 지난달 27일 발의된 ‘중소기업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 내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특례 조항을 언급하며 정부 부처 간 정책 충돌을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저작권 분쟁 위험 없이 데이터 기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코스포는 “이 법안은 문체부의 이번 공정이용 안내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지침 아니라 실질적 규제 장벽”
코스포는 “본 안내서는 단순한 저작권 해석 지침이 아니라 대한민국 AI 산업의 성패를 가를 실질적 규제 장벽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오랫동안 정책적 합의가 형성돼 온 AI 강국 도약이라는 국가적 목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코스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강조한 규제 합리화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제한적 해석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국가 경쟁력을 이끌 혁신기업들이 제때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이는 곧 미래 성장축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스포는 “AI 혁신과 저작권 보호가 상생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혁신은 적시에 이루어지는 실행과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기준을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AI 경쟁력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포는 “지난 10여 년간 창업가들의 성장을 지지해 온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본 안내서의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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