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재직자 66%, “재택근무 길어지면 떠난다”
코로나19 반년. 지난 3월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다음날 블라인드가 한미 직장인 15,405명에게 재직 중인 회사의 코로나19 대처 만족도에 대해 동시 설문했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 재직자들의 회사 만족도는 평균 60점으로 한국 직장인의 49점 대비 10점 이상 높게 드러났다.
‘평가한 이유’를 묻자 선제적 재택근무 시행 여부가 한미 재직자 만족도 격차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회사의 대처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페이스북 · 아마존 등 소위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 재직자 가운데 많았다. ‘재택에 필요한 인프라를 모두 구축해 놓아서 회사에서 일할 때와 근무환경에 큰 차이를 못 느낀다. 회사가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한다.’ 등 회사의 선제적 대응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편 ‘매우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한 의류업체 재직자는 ‘임산부에게 조차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근무태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리콘밸리와 대한민국 기업 문화 사이에는 다소의 간극이 존재한다. 지난 5월 21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직원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10년 안에 직원 절반이 (실리콘밸리가 아닌) 자기 나라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입한 원격 근무 방식을 영구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
페이스북만의 일이 아니다. 트위터 역시 무기한 재택 근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직후 실리콘밸리 거대 IT 기업들은 선제적인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이후 이들은 재택 근무가 능률 저하로 이어지지 않음을 집단 학습하며 영구적 재택 근무 · 재택 근무자 우선 채용 등 혁신적인 채용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저커버그의 예상이 맞다면 한국에 살면서 실리콘밸리 본사에 근무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지난 5월 블라인드가 실리콘밸리 재직자 4,401명에 설문한 결과 실리콘밸리 재직자의 66%가 ‘재택근무 시행이 길어질 경우 실리콘밸리를 떠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미국을 아예 떠나거나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다른 주로 이주할 계획이라 답했다.
블라인드에는 실리콘밸리 등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데 성공한 직장인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한 아마존 코리아 재직자가 ‘이 시국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로 이직했다’고 글을 올리자, 대기업 재직자들의 질문 댓글이 100개 가까이 달렸다.
이 같은 이직 성공 후기에는 보통 인터뷰, 연봉, 비자 등 한국과 다른 근무여건을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지금도 해외 취업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없어서 못 뽑는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는다.
독일 베를린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장인은 ‘우리는 원격 근무가 일반적인 근무 형태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한국인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IBM 재팬의 한 재직자는 ‘코로나19로 인해 IT 업계는 오히려 인재가 부족한 실정이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