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5’가 지난 4월 26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기술을 넘어, 세상으로(Beyond the Tech)’를 주제로 17개국에서 참가한 450여 기업이 7,500평 규모의 전시장에서 AI, 디지털 전환 등 미래를 선도할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대기업들이 대규모 부스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번 행사의 진정한 주역은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들이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는 대한민국 최초로 생성형 AI 신뢰성 인증을 획득한 ‘LLM42’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포티투마루의 LLM42는 인공지능 신뢰성 확보를 위한 위험기준 시험평가 기준인 책임성, 안전성, 투명성, 다양성 존중 등을 바탕으로 11가지의 세부 신뢰성 요구사항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 ‘AI 신뢰성 인증(CAT)’을 획득했다.
이 모델은 초거대 언어모델의 단점인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검색증강생성 기술인 RAG42와 인공지능 독해 기술인 MRC42와의 엔지니어링으로 완화하고, 전문 산업 분야에 특화된 경량화 모델로 개발됐다. 특히 기업용 Private 모드를 지원하여 기업 내부 데이터와 민감한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초거대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기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는 “포티투마루는 CAT 신뢰성 인증과 AI안전연구소 컨소시엄 활동 등을 통해 안전하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번 2025 월드IT쇼를 통해 LLM 기술의 신뢰성 확보 과정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대한민국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립 2년 만에 현대디에프, KT커머스 등 160개 이상의 기업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 중인 달파는 제조, 유통,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27종을 공개했다. 특히 지류 문서 처리의 비효율성이나 기업 간 상이한 용어 체계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문서 데이터 매칭 및 자동화 AI 에이전트, 개인 맞춤형 검색 및 추천 AI 에이전트 등 실제 현업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행사 기간 동안 달파는 전문 AI 컨설턴트를 상주시켜 기업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 일대일 AI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미 1,600개 이상의 기업이 달파의 컨설팅을 통해 AI 도입 전략을 수립했으며, 400개 이상의 맞춤형 AI 솔루션을 구축한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얻었다.
김도균 달파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막해하고 있다”며 “달파는 기업별 상황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실효성 있는 성과를 만들어왔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는 티랩스가 ‘청와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디지털 전시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탄핵 정국을 지나 6월 3일로 확정된 조기 대선과 차기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논의가 맞물리면서 청와대 개방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청와대 관람 서비스가 시의적절한 해결책으로 주목받았다.
이 서비스는 정림건축종합건축사무소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중앙 로비의 ‘금수강산도’, 대통령 집무실, 세종실, 인왕실, 충무실, 무궁화실 등 본관 내부 주요 공간을 3D 환경에서 완벽하게 복원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 접속만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의 존영, 각 공간별로 특별 제작한 샹들리에, 전시품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XR 공간 컴퓨팅 플랫폼 기업 딥파인은 ‘DSC(DEEP.FINE Spatial Crafter)’를 통해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선보였다. CES 혁신상 수상으로 기술력을 입증한 이 솔루션은 고가의 라이다 장비나 전문 인력 없이 모바일 기기만으로 디지털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가산 소재 종합물류센터에서의 실증 결과, 상품 피킹 업무 시간을 36초에서 20초로 줄여 생산성을 약 44%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현배 딥파인 CEO는 “실제 DSC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나아가 XR 기술의 대중화, 산업 표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딥인사이트는 차세대 인캐빈 솔루션 ‘카모시스(CAMOSYS)’와 휴대용 3D 공간정보 스캐너 ‘디멘뷰 프로(DIMENVUE Pro)’를 선보였다.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한 디멘뷰 프로는 고성능 LiDAR와 RGB 센서를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3D 공간을 스캔하고 도면으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로, 디지털 트윈, 스마트 건설, 인프라 유지관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았다.
모디전스비전은 ToF 기반 3D 카메라를 활용한 ‘얼굴 인식’과 ‘물체 체적 측정’ 데모를 현장에서 시연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물체 체적 측정 데모는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물체의 3D 정보를 실시간으로 캡처하고 체적을 계산할 수 있어 물류 자동화 및 생산라인 효율화에 획기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았다.
이외에도 스냅태그는 이미지와 텍스트에 최적화된 비가시성 워터마크 ‘포토코드’ 기술을, 엑스엘에이트는 43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동시 통역 자막 솔루션 ‘이벤트캣’을, 모두싸인은 AI 기반 계약 관리 서비스 ‘모두싸인 캐비닛’을 선보이며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뽐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IBK기업은행의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이었다. IBK창공은 28개 육성 기업과 함께 ‘IBK창공관’을 운영했으며, 월드IT쇼 혁신상 전체 8개 수상 기업 중 절반인 4개 기업(모디전스비전, 일만백만, 테솔로, 평행공간)이 IBK창공 졸업·육성기업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IBK창공은 WIS 행사장 내 홍보 부스에서 2025년 하반기 육성기업 모집을 안내했으며, 5월 2일까지 마포·구로·부산·대전·광주·대구 등 6개 센터에서 95개 내외 기업을 선발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월드IT쇼는 IBK창공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성을 대외에 입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특히 이번 월드IT쇼 혁신상 전체 8개 수상 기업 중 4개 기업이 IBK창공 졸업·육성기업으로 그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으로 ICT 산업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며 “내년 WIS는 세계적인 대표 ICT 전시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IT쇼는 대기업의 화려한 전시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선보인 혁신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AI의 신뢰성과 실용성, 디지털 트윈과 XR 기술의 산업 적용 분야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기술을 넘어, 세상으로’라는 주제에 걸맞게 기술이 만들어내는 실질적 가치와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이번 행사는 한국 ICT 산업,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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