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구호를 시작으로 세상을 비행할 공대생의 “착한 드론” 창업 이야기
공대생은 답답하다. 교재를 통해 이론적으로 공학지식을 배울 뿐 실제 쓰임이 있는 곳에 활용할 기회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경영대생은 정반대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적발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하지만,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프로덕트를 만들 기술적 개발 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엔젤스윙”이라는 대학생 창업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네팔 지진참사 원조를 시작으로, 사람과 환경에 필요한 무인항공기 드론을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엔젤스윙은 경영대, 공대, 사회대 학부생 셋이 모여 시작한 기술 기반 소셜 벤처다.
지리정보 획득을 위한 정찰드론 만들기, 엔젤스윙 프로젝트
“드론을 기부한다”는 아이디어는 중동의 이슬람교 정통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 보도를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라크 내 마을들에서는 민병대를 조직하여 IS의 위협으로부터 마을과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으나 언제 올지 모르는 적들을 살필 정찰수단이 부재하다. 식량과 의료품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정찰무인기를 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처럼 사람이 직접 뛰어들기는 어려운 재난 지역에 합리적인 가격과 간편한 조작법으로 민간이 쉽게 소유하고 조작할 수 있는 정찰드론을 만든다는 엔젤스윙의 미션이 탄생하게 되었다.
조지아텍 항공우주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경영학과 전공의 세 팀원은 기술을 가지고 사람과 환경의 필요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드론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 드론을 국외로 전달하기 위해 국제기구나 NGO를 영어로 컨택하고 프로젝트를 알릴 언어/네트워크적 역량, 성공적인 자금 운용 및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경영학적 역량을 팀 내에 모두 갖추고 있다.
엔젤스윙의 드론이 네팔에서 할 수 있는 일
2015년 4월 25일 네팔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이래 전 세계 3,4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생존자 확인 및 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크라우드 소싱 지도 제작에 나섰다. 이 가운데 생존자 구출, 피난처 제공, 구호물자 전달에 있어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 드론이다. 엔젤스윙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네팔 지진 피해지역의 지리정보 획득을 위한 드론을 만들어 현장에서 뛰고 있는 NGO 또는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것이다.
엔젤스윙이 도전하는 드론은 농업, 항공측량 등 공간정보 파악에 사용되는 무인항공기이다. 필수적인 부품들을 아마존 등 해외 직구를 통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오픈 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로부터 기존의 모듈들을 활용하여 지리정보 매핑에 필요한 공학적 설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이로써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1000만원 내외 드론의 1/3 가량 되는 가격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3G 통신망을 이용하여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연결하여 지리정보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비전문가도 특별한 교육 업이 손쉽게 드론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공학적 과제이다. 현재 엔젤스윙은 기계 제작에 타고난 솜씨를 가진 서울대 로봇공학동아리 학우들과의 기술적 협업으로 성공적인 드론 연구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추진력을 더하다
드론 제작에 필요한 최소 자금 300만원에 비행 실패 경우를 대비한 리스크 비용을 포함하면 학생창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초기 자본이 들어간다. 엔젤스윙은 성공적인 드론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착한 드론 제작”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국내 펀딩 포털 와디즈에서 “공대생들이 네팔을 위해 만드는 정찰무인기“라는 프로젝트를 30일 한정 기간으로 개설하였다. 개설 7일째 목표액의 47%를 이룬 것은 물론, 각계 인사들의 연락을 받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제작 팀의 연락으로 드론 제작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제작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 참가자에게는 드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주 1회 이메일 업데이트를 포함, 네팔 비행 보고서, 개인이 드론을 제작해 볼 수 있는 기술 공유회라는 다양한 특전을 준비했다. 네팔에 기부할 드론에 후원자의 성함을 새겨 보내주는 리워드도 있다.
환경오염 정찰, 밀렵꾼 색출, 재난 발생지의 인명 구조 등 앞으로도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질 지리정보 매핑 무인기 사업에 뛰어든 23세의 대학생들의 행보를 지켜보자.
글 : 전술이(dependy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