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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인의 익명토크#5]”속았다”…스타트업을 떠나 전하는 소회

“스타트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속았다’였다.”

A씨와 B씨는 각각 다니던 일반 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그리고 퇴사했다. 스타트업이 ‘자유’와 ‘도전’이 가득한 곳이리라 기대했지만 입사하고 다니는 동안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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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퇴사한 이후 현재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다.

도전과 창의적인 활동 기대했지만 현실은…

A: 이전 직장에서 속한 부서가 와해 되며 대기 발령 상태가 됐다. 미래에 대한 앞날도 걱정이 됐다. 그러던 찰나에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내가 다닌 스타트업은 기성 기업체를 운영했던 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곳이었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바라고 왔는데 생각했던 것과 180도 달라서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기존에 기업을 다녔던 분들이 고착화되면서 개인의 역량 발전보다는 정치적 위치 선점에 더 신경 쓰는 모습, 실천하지 않는 리더 모습에 실망해 퇴사했다.

B: O2O업체였다. 반년 정도 다녔고 그 전엔 관련 대기업에서 2년 반정도 근무했다. 기존에 다니던 곳은 군기가 심했고 강제 야근 및 회식이 잦은 회사였다. 그러던 중 스타트업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내 꿈은 창업이다. 사업가의 꿈을 언젠가 이루기 위해 관련 관련 산업계가 어떻게 구성 돼있는지 겪어보고 싶었다. 모든 일을 의욕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CEO가 그렸던 큰 그림은 내 기획 방향과 달랐다. 자신의 의견과 달라 신뢰가 안 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갈등은 계속됐고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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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퇴사한 이후 현재는 일반 회사에서 근무중이다.

소통 부재, 수직문화…일반 기업과 다를 게 없더라

A: 아랫사람의 조언은 무시하고 수직적으로 누르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소통이 되지 않았다. 임원급 이상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뭐든지 다 자기들 입맛대로만 하려 들었다. 업무적인 부분에서만 그런다고 쳐도 굉장히 권위적인 행위인데, 30분 일찍 출근하고 되도록 야근하게 하는 등 출퇴근 시간까지 간섭했다.

B: 입사 전,후로 바뀐 회사 관계자의 태도에 실망했다. 한 분야의 책임자로 채용될  당시 자율적인 업무 환경 보장 및 원하는 방향으로 무엇이든 기획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업무에 투입되니 정반대였다. 업무의 A to Z까지 관여받았다. 스타트업 업무환경은 의견이 부딪치면 맞춰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입사 당시엔 스페셜리스트를 원했던 회사, 시간이 지날 수록 ‘잡부’ 원해

A: 관련 분야에서 5년간 일했다.내공은 같은 경력급 사이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회사는 그래서 채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는 전문가가 아닌 ‘잡부’가 되길 원한것 같이 보였다. 업무 환경 상 인원이 적어 타 부서 업무까지 빈번히 지원해야 했음에도 경쟁사나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연봉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이것이 당연한 것임을 세뇌시켰다.

B: 동감한다. 청년 창업 등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며 스타트업의 전반적인 사이즈가 커지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자기를 제대로 모르면서 뛰어들기엔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실무진이 돼서 일했지만 대기업에서 본다면 주니어급이다. 아직 성숙하지 못하단 뜻이다. 가지고 있던 능력을 어줍잖게 쓰면 회사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은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가르쳐 준 곳

A: 스타트업으로 옮긴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려고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몸값을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일을 재밌게 해야하는 환경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B: 스타트업에선 스스로 커 나가기 어렵겠단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커가는 성장이 아니라 내 역량을 키우면서 동료의 장점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에 무엇인가를 더한다는 느낌이 크지 내 그릇 자체를 키우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좀 더 치열하고 생존에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배울 수는 있을 무대인 것은 맞다.

대표의 통찰력, 창조 없는 모방, 조직문화 재정립이 없이는 성공 어려울 것

B: 척박한 땅에서 치열해야만 살아남는 스타트업에서 실력과 통찰력을 갖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웠다. 한번은 대외적인 이슈가 생겨 보고했다.  “담당자인 내가 정리하면 되지 왜 굳이 대표가 다 알아야 하냐”는 말을 들었을 때 허탈했다. 내가 말한 것은 내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 아니라, 현상을 읽고 재빨리 대처방안을 찾아야 하는 트렌드였다. 고위 담당자들이 소통을 등한시하는 것을 보고 회사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CEO는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A: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면 반드시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모방은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더 빠른 한계에 봉착하게 만드는 독약이 든 성배와도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가 기발한 마케팅을 했다고 따라하거나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다른 마케팅을 재빨리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의 조직 문화를 따르려고 하는 것도 금물인 것 같다. 대기업은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이 일당백을 하고 있어 결코 같은 모델을 구성할 수 없다.

B:첨언하자면 대외적으로 보이는 스타트업 문화는 겉으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구조인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보이는 문화를 경계하라고 조언하지만, 이미 기존의 대기업 특유의 조직 문화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순수한 집념과 열정의 집합체인 스타트업에서 당연히 일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 역시 자율권 부여 및 즐거움을 기대하며 퇴사하고 일터를 옮겼다. 이전 회사보다 연봉은 줄었지만  일의 재미 및 팀원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사하고 보니 수익이 불안정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운영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팀원들에게 여실히 드러냈다. 일반 기업에서 경험했던 것과 같았다. 다만 큰 기업에선 자기 할 일만 하면 티가 나지 않을 뿐더러 침체된 분위기는 금방 사라진다. 작은 조직은 대표의 말 한마디에도 회사 전체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상사의 행동에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을 지시한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하는 나를 발견했다. 팀원들은 경색된 회사 분위기를 못 이기고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 나도 퇴사를 결정했다.

인재를 소중히 생각할 줄 아는 곳이라면 가고싶다

A: 다시 돌아올 생각은 있다. 스타트업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단, 제대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면 가고 싶지 않다. 도전자의 자세로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스타트업으로 가고 싶다.

B: 스타트업이 가진 특유의 문화가 ‘자유’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근무하고 싶다.

기자 / 인생의 최고 목표는 행복입니다. Stephanie Seo is a Editor of Platum. She covers a korea startup’s ecosystem with their team. She wants to watch the Korea startup growing into a great global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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