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37]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창업 이야기를 전한다. ‘비즈업’
일년 반 전, 새로운 스타트업 미디어가 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이들은 텍스트와 사진이 주를 이루는 기존 미디어 사이에서 ‘영상’을 승부수로 던지며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 미디어는 콘텐츠 유통방식이 독특하다.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게 아니라 네이버TV와 포스트, 오디오클립 등 네이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3만 명의 디지털 구독자 수도 확보했다. 미디어 ‘비즈업’ 얘기다.
비즈업은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창업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벌들은 뾰족한 침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꿀을 만든다. 우리도 벌처럼 열심히, 그리고 날카로운 인사이트로 꿀처럼 달콤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유병온 비즈업 대표를 만났다.
유병온 비즈업 대표 /사진=플래텀DB
Part.1 우리가 만드는 벌집: 비즈업
벌들의 업을 다뤄 꿀처럼 달콤한 보상물을 만든다.
비즈업이라는 명칭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있다. 비즈니스(Business)의 ‘비즈’에 업(Up), 즉 ‘당신의 사업가치를 높인다’는 의미, 그리고 ‘벌들’이라는 ‘Bees’와 업(業)이라는 한자가 결합한 ‘모두의 업 이야기를 다루는 벌들’이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벌은 날카로운 침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사용해 만든 결과물은 달콤한 꿀이다. 우리는 벌처럼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통해 꿀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노력중이다.
홈페이지 없는 언론사. 뉴미디어의 본질은 플랫폼이 아닌 채널
비즈업은 영상과 텍스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기자들로 이뤄진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우린 자체 플랫폼인 웹페이지가 없다. 대신 소셜네트워크와 포털을 활용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기사를 유통시키고 있다.
언론사는 외형적으로 보면 콘텐츠 제작 기업이고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플랫폼 기업이다. 즉, 플랫폼에 콘텐츠를 모은 뒤 독자들에게 광고를 보게 한 뒤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기존 언론이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에 잠식당하고 있어 독자들이 더이상 언론사의 플랫폼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론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플랫폼 기능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상당수 언론사들은 쉽게 수익을 내는 방식을 취한다. 돈이 나올 곳을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사가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방향으로 가기에 미디어의 본질인 ‘공공성’이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거다. 우린 이 모델을 부숴보고 싶었다.
먼저 ‘언론사=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기로 했다. 지금껏 홈페이지에 신경을 쓰지 않은 이유다. 우리 플랫폼은 현재 본격적인 콘텐츠가 어디 있는지를 안내하는 이정표에 불과하다. 뉴미디어의 홈페이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정치적, 선언적 의미를 담았다. 대신 수익 모델을 다양화하는 작업을 했다.
수익모델은 기성 언론과 뉴미디어의 경계에서
뉴미디어가 기존 언론과 다를 수 있는 수익모델은 두 가지다.
먼저 유료 컨텐츠 형식이 있다. 언론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방식이지만 국내외적으로 성공 사례가 적다. OECD 기준 한국의 유료 콘텐츠 구매 비율은 전체 6%로 최하위다. 우리가 시도하기에 이 모델은 위험부담이 너무 커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번째는 MCN모델이다. 이는 유튜브에서 콘텐츠 클릭 수에 기반해 광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클릭 수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MCN사는 가벼운 소재의 콘텐츠를 재미 위주로 기획한다. 이는 콘텐츠를 최대한 부담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언론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MCN사는 언론이 아닌 뉴미디어다. 비즈업은 언론을 지향하는 만큼 이 모델도 지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광고’다. 언론사라면 이를 배제한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렵다. 언론사는 광고의 효과가 제대로 날 수 있도록 하고, 광고주는 유의미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구조여야 한다. 관건은 광고주가 언론사에 광고를 했을때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형태가 무엇이냐는 거다.
어떤 언론이든 잘하는 건 콘텐츠 제작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착안해 대중에게 친근한 브랜디드 콘텐츠(광고)를 동영상 방식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조정하면 기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스타트업과 자영업자 등 창업 분야를 취재한다. 이들중 상당수가 우리가 만든 영상물에 니즈가 있는 편이다. 그 외엔 의뢰 받아 만든 기업 스토리텔링 콘텐츠, 자체 제작한 도서에서의 출판 수익이 발생한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업들의 요청이 들어와 만들기 시작했다. 비즈업의 콘텐츠를 우연히 접한 이후 내용이 좋다며 제작이 들어온 경우다. 그걸보고 수익 모델로 삼았다.
Part.2 벌에게 있는 날카로운 침: 콘텐츠
내 주변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는 언론사
기존 매체는 유명인의 얘기를 담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비즈업은 이와 다르게 가고자 한다. 자신의 업을 잘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나.
‘스토리텔링’ 기본을 충실히 따른다.
설립 초반엔 영상을 잘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기존 제작업체의 영상미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콘텐츠 고민을 하던 차에 누군가 ‘비즈업은 스토리텔링을 잘한다’는 얘길 했다. 기자는 흩어져 있는 얘기를 한데 묶는 직업이다. 우리의 장점도 거기에 있었다. 우리가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을 영상에 대입하니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꾸준히 읽히는 인간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기존 뉴미디어는 대개 가벼운 주제를 가볍게 다뤄 팬을 형성한다. 이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도 여럿 된다. 다만 너무 가볍기만 해서는 하락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즈업은 꾸준히 읽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 뉴미디어의 접근성과 매체의 진정성 및 따뜻함을 콘텐츠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기자 각각의 인사이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든다.
기본적으로 우린 사실에 기반한 기획 기사를 추구한다. 팩트만 나열해서는 다른 매체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텍스트 기사도 그런 식의 차별점을 둔다. 인사이트 있는 기사를 추구하는 것은 다른 매체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린 여기서 내용과 형식에서 차이점을 가지려고 한다.
Part.3 벌집을 만드는 벌들: 사람
국제부와 디지털 미디어부에서 일하며 뉴미디어의 꿈을 키우다.
서울경제신문에서 9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퇴사하기 전 거쳤던 부서는 국제부와 디지털 미디어부였다. 국제부에 있을 땐 뉴욕타임즈, 허핑턴포스트 등 해외 유수의 언론을 접하며 뉴미디어에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보자” 설득해 팀을 꾸렸다.
나를 포함해 회사엔 총 5명이 근무한다. 그 중 올해 합류한 팀원을 제외하곤 모두 같은 언론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가진 재산 상황을 공개하고 ‘기존 언론과 다른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 보자고 설득했다. 함께 하면 분명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도 봤고. 그렇게 시작한지 반년만에 길이보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는게 아님에도 열정을 가지고 일해주고 있어서 모두에게 고맙다.
영상 제작&취재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의 집합
팀원들 모두 두가지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 기사도 잘 쓰고 영상도 잘 만든다. 여기에 인포그래픽 제작도 훌륭하다. 주위에 인복이 많다고 항상 말하고 다닌다.
비즈업의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은 아침 10시~ 7시다. 근래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시간에 아무도 가지 않고 업무를 하고있다. 팀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비즈업을 운영해가는 다섯 명의 팀원들 /사진제공=비즈업
Part.4 벌이 열심히 드나들면 만들어지는 꿀: 팬덤
블루오션이 될 거라 믿은 창업 미디어, 이미 선발주자가 있었다.
퇴사한 뒤 창업을 주제로 한 미디어를 선택했지만, 기자 시절에 창업을 주제로 기사를 써본 적은 없다. 당연히 취재처도 몰랐고 네트워크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돈 안되는 곳’이라는 판단에 창업 분야에 신경을 덜 썼다. 이들의 예측과 달리 몇 년 전부터 창업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고 정부 지원도 활발했다. 이 곳에서 기반을 다지면 기존 언론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비즈니스 기회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와서 찾아보니 웬걸, 훌륭한 선배 미디어가 많았다.
국내 유명 스타트업 미디어와 우리와의 가장 큰 차이는 ‘팬덤’의 유무라고 본다. 비즈업을 둘러싼 팬덤 현상이 없다는 게 우리로선 큰 고민이다. 올 초 연례 회의 때부터 지금껏 고민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매체의 확실한 지지층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다.
투자유치? 언론의 가치와 사업적 조언이 가능하다면
현재 투자 유치 계획은 없다. 미디어 분야에서 확실한 팬덤이 없으면 어디에서든 투자 받지 못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그리고 투자유치는 언론 미디어를 운영하는 데 있어 좋은 방식은 아니라는 거다. 지금까지 투자자 미팅은 몇 번 해봤다. 좋은 분들이었지만 이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거였다. 미디어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공공성이다. 그걸 충족하고 잘 해냈을 때 사업적으로 보상을 받는 게 돈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투자자는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생각한다. 그걸 따르면 공공성과 우리의 정체성이 무너진다. 결국 비즈업을 창업한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언론적 가치를 인정하고 동시에 사업적으로 조언해줄 투자자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기레기’소리 안 듣는 언론사이길 희망한다.
다수의 언론사가 답보되어 있고,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 안에서 일하는 기자는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 많은 기자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기자가 됐을 거라 본다.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보상은 터무니없이 적고, 대중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게 현실이다. 비즈업은 그 소릴 듣지 않도록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제작자에게 합당한 처우를 보장하는 언론사를 지향한다. 기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동시에 의미 있는 소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작지만 뚜렷한 목표다.
좋은 콘텐츠, 팬덤, 그리고 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든다.
비즈업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거다. 팬덤을 확보하고 언론의 정체성을 지키며 달성하려고 한다.
그 다음 하고 싶은 건 홈페이지를 정비하는 것이다. 기존 언론사의 웹페이지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에 머물렀다면 비즈업의 플랫폼은 그 이상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려 한다. 독자들이 필진이 돼 콘텐츠를 만들고, 필요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트위터 창립자가 만든 ‘미디엄’은 트위터의 180자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 블로그 사이트다. 비즈업도 이런 형식을 지향한다. 우리 홈페이지에서 창업을 주제로 다양한 이들이 글을 쓰고, 읽고, 공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