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타마이즈의 앱스타트업 이야기#1] 1000만원에서 160억원으로 매출을 끌어올린 게임사
아래 인터뷰는 센서타워 유준범 지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앱스타트업 이야기(팟빵, 애플 팟캐스트)’를 글로 옮겨 정리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은 팟캐스트 채널 혹은 하단 오디오본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정리 및 편집 최홍매 기자
안녕하세요. 데이타마이즈 유준범입니다. 오늘은 플라이셔(Flysher ) 이필주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플라이셔는 소셜 카지노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게임캔버스 플랫폼에 론칭을 해 좋은 성과를 거둔 뒤, 작년부터 모바일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법인은 2014년도에 설립이 되었고, 4년째인 2018년 페이스북 게임룸 매출 20위, 연간 매출 16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에 출시한 모바일 앱 버전에서 벌써 40억 정도의 매출이 발생되었습니다. 플라이셔 이필주 대표님을 모시고 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Q. 대표님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이셔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플라이셔는 2014년 6월에 창업한 만 5년 된 회사입니다. 시작은 페이스북 게임캔버스 플랫폼에서 ‘락큰캐시카지노(Rock N’ Cash CASINO)’라는 게임을 기반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모바일에서 성과를 내보려고 열심히 준비를 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기획과 PD, 대표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플라이셔 작년 매출은 얼마인가요?
A. 2015년 초 처음 게임 릴리즈를 했고, 그해 매출이 천만 원 전후였어요. 그러다 2016년 30억, 2017년 100억, 2018년 160억 정도 했어요.
Q. 처음에 사업을 하시게 된 계기와 처음 사업을 시작하셨을 때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언제부터 사업을 하고 싶으셨어요?
A. 어렸을 때부터 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접하며 ‘어떻게 사는게 보람있게 사는 걸까’를 생각했어요.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건 위인전을 보면서 간접 체험을 하는 게 다였죠. 이 책, 저 책을 보면서 느낀 위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희생을 한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유관순 열사, 슈바이처 박사, 이순신 장군처럼 희생하며 사는 게 저에게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유일하게 딱 한 명 에디슨만이 달랐어요. 역경 속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개발해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삶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살면 정말 보람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발명가를 꿈꿨어요. 같은 맥락에서 대학교 이후부터는 내가 만든 것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업화를 고민했어요.
Q. 학교 졸업 후 첫 커리어는 종합상사였어요.
A. 많이 고민하기 보다는 바로바로 결정해서 뭔가 하는편이에요. 대학 졸업 즈음에 ‘사업을 하려면 아이템이 있어야 하고 아이템이 있으려면 연구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갔어요. 박사과정까지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대학원에서의 연구로는 사업화까지 가기 어렵겠더라고요. 석사 3학기 마칠 무렵 종합상사에 근무하던 친구가 ‘연구만 해서는 사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업의 A부터 Z까지 할 수 있는 곳이 종합상사니 그곳에서 경험하면 사업이랑 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조언을 해줬어요. 그게 효율적이라고 판단이 되어 LG상사에 입사했죠. 근데 친구의 조언이 반 정도는 맞고 반 정도는 틀린 얘기더라고요. 만약 그때 IT비즈니스를 알았다면 바로 IT영역으로 갔을거에요. 한 4년 정도 일했어요. 많이 배워서 ‘나중에 내 껄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간거라 4년 차 때부터는 회사를 나간 다음을 준비했어요. 제가 생각한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시장상황을 살폈어요.
Q. 소셜 카지노라는 게임을 론칭했어요. 장르 자체가 국내에서 생소한 이 아이템을 발굴한 배경은 뭔가요.
A. 회사에서 근무한 마지막 1년은 5~6개 정도의 아이템을 개발하고 접고를 반복한 과정이었어요. 시장조사하고 업체미팅하면서 알면 알수록, 많이 파면 팔수록 리스크만 보이는 거에요. 사실 시장조사를 열심히 하다 보면 무조건 안 되는 이유가 생겨요.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죠. 거의 포기하던 즈음 지인이 ‘소셜카지노’의 가능성을 언급하더라고요. 소셜 카지노가 핫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게 게임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종합예술 같은 느낌이어서 사업 아이템으로 상상 자체를 안 했거든요. 말 나온김에 한 2주 정도 게임업에 대해서 분석을 했어요. 죽어가는 업이라면 아무리 잘 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조사하며 두 가지가 보였어요. 우선 게임업이라는 게 영화와 유사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흥행산업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업이랑은 다르게 하나의 프로젝트가 잘 된다고 해서 그 다음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이 높아지는게 아니더라고요. 거의 독립확률에 가까웠어요. 하나 잘될 확률이 1/10이라고 하면 두 개 연달아 잘될 확률은 1/100, 세 개 연달아 잘될 확률은 1/1000로 보였어요. 대부분 잘되고 있는 게임회사들은 원히트원더가 아니라 회사에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임이 무조건 있었어요. 그래서 ‘원히트 쭉’을 할 수 있는 구조여야 된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소셜 카지노는 게임업에서 내가 잘 하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봤어요. 더 깊게 들어가면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 이상의 고민은 안 하고 시작했어요.
Q. IT 쪽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 초기 팀 구성은 어떻게 했나요? 개발자 한 명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운데요.
A. 저를 포함해 총 6명이서 시작했어요. 업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보이면 찾아갔어요. 공통으로 듣던 말이 ‘괜찮은 개발자 없으면 하지마’더라고요. 제가 이 산업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같이하는 사람들이 아마추어면 100% 망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반 5개월은 괜찮은 사람 찾는데 썼어요. 처음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접점을 잇는 것 밖에 없었어요. 모든 개발 커뮤니티에 회사의 비전 등을 올리고, 관련 모임이나 미팅 요청이 오면 무조건 나갔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아침에 일찍 나가서 다음날 새벽까지 사람 만나는 것만 하기도 했죠. 그렇게 팀원을 모았어요.
처음에는 만난 사람이 정말 기술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봤어요.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다시 만나서 게임업과 소셜카지노 시장에 대한 제 생각과 팩트, 비전을 말했어요. 현재 회사 이사 중 한 명은 설득하려고 7번 넘게 만난 것 같아요.
Q. 팀이 세팅이 되고 게임 론칭을 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어요? 첫 해 매출은 어느정도 였나요.
A. 저희가 첫 해 6월부터 시작해서 다음 해 3월에 론칭했으니깐 한 9개월 정도 걸렸어요. 매출은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였던 것 같아요.
Q. 처음 매출이 많지 않습니다. 개발하고 론칭하기 전까지는 희망을 품고 쭉 밀고 나갈 수 있는데, 출시하고 나서 성과가 안 나면 암담해지기도 하는데요.
A. 내색을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꺾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우리가 어떤어떤 이유로 앞으로 잘 될거다’라는 이야기만 했죠. 사실 뒤에서 많이 힘들긴 했어요. 살면서 후회를 한 적이 별로 없는데, 그때는 매일 후회했어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싶었죠.
회사 자본금을 내고 제 개인 통장에 남아있던 게 천만 원 정도 있었어요. 저는 급여가 없어서 그 돈으로 살았죠. 100만 원 아래로 떨어지니 목이 말라도 편의점에 가서 물 하나 사는 것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물질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죠.
Q. 천만원 수준의 매출에서 시작했는데, 작년에 160억을 기록했어요. 어떻게 끌어올리셨어요?
A. 그냥 계속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선 기본적으로 리텐션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원데이 리텐션 비율이 6% 수준이었거든요. 이렇게 해서는 답이 없기에 뭐라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성과가 안 나니 팀원들 사기가 반감되어 있더라고요. 당시에는 제 업무 시간 반 정도를 사람들 설득하며 독려했죠. 하지만 데이터가 썩 좋아지지 않았죠.
그러다 창업 1주년 기념일에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팀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많이 담아서 이 게임을 개발했다. 근데 너무 후회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플라이셔랑 함께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인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사용자가 좋아하는 걸 만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버렸다. 난 그걸 너무 후회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었어요. 저도 그때 함께 깨달았어요. 이전까지 그것조차 몰랐던거에요. IT서비스를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 자체를 생각 못 했고, 더불어 데이터를 봐야 한다는 것도 무지했던거에요. 그제서야 ‘사용자가 좋아하는 걸 만들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Q.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A.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데 잘 나가는 게임을 무작정 따라 만들어봤어요. 디자인만 다르고 나머지는 다 똑같이 만들었어요. 데이터를 살피는 테스트였어요. 데이터는 사용자에게서 나오는거니까 그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알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그 게임의 데이터가 우리거에 비해 정말 좋은 거에요. 결론이 난거죠. 우리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에요. 그때부터 데이터만 봤어요.
Q. 잘 알 수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유저 대부분이 55세 이상의 여성이라는 것도 있을거에요.
A. 네. 특히 미국인이 많죠. 당시 2주간 회의를 통해 결정난 방향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 게임의 본질부터 팠죠. ‘여지껏 우리가 좋아하는 걸 만들었다면, 이젠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그걸 본질로 해서 서비스를 강화한다. 그 본질과 관계없다면 다 버린다’고 정해졌어요. 그때부터 본질과 상관없는 것을 들어냈죠. 버린 뒤 다시 하나씩 쌓으면서 다 바꿨죠. ‘슬롯게임은 어떻게 만들아야 재밌나’만 생각한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학습하려고 노력한 것이 쌓이니 저희가 본질이라 생각했던 것이 가동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사용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재미도 조금씩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되었죠. 그 뒤로 쭉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Q. 슬롯게임의 본질이 뭔가요?
A.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게임에서 뭔가를 획득할 수 있는 ‘기대감’이에요. 로또가 처음 나왔을 때 당첨금 규모가 컸을 때가 있잖아요. 당첨자가 나오지 않은 회차가 몇번 중첩되어 천억 가까이 된 적도 있었고요. 그때 전 국민적으로 로또 열풍이 불었죠. 우리가 정의하는 기대감은 ‘그걸 내가 가질 수 있다는 느낌’이에요. 매우 큰 금액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그게 나한테 매우 가깝게 느껴지게 설계하는 거죠.
Q. 단기간에 사업을 이만큼 올리는건 아무나 하는건 아니에요. 대표로서 본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그저 목표의식이 강한거 같아요. 딱히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점은 없어요. 운도 좋았고요. 대기업을 나올 때도 망설이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다가 사막으로 나온 느낌이에요. ‘절대 대충하지 않아’라는 저에 대한 믿음 같은건 있어요. 똑똑하지 않아서 될 때까지 하는거죠.
Q. 5년 전 본인에게 조언해준다면요.
A. 처음에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고민있었어요. ‘정말 잘될까?’, ‘안 되는거 아니야?’ 매일매일 그런 생각을 했죠. 근데 어차피 결론은 나게 마련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포기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초창기 사업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지금이 편안해진건 아니에요. 사람이 많아지고 조직이 커질수록 고민의 종류가 바뀔 뿐 힘든 건 마찬가지에요.
Q. 추천할만한 책이 있다면요?
A. 대기업 퇴사를 결정하고 그걸 회사에 말하기로 한 날 아침에 부들부들 떨었어요. 정말 얘기해도 되나 싶었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점심도 안 먹고 서점을 갔어요. 그때 샀던 책이 마이크 미칼로위츠의 ‘혁신본능’이었어요. 그걸 쭉 읽고 나서 머리를 좀 정리한 다음에 얘기를 했죠.
Q. 업계에서 만나보고 싶다거나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A. 요새 조금 성장통이 있어요. 팀이 20명 미만일 때랑 20명이 넘어갈 때, 50명이 될 때는 조직에 대해서 관점이나 시스템이 많이 달라져야 하더라고요. 50명이 되어보니깐 이전이랑 달라요. 바라보는 곳이 조금씩 어긋나고, 일의 정돈이 잘 안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조직과 관련된 고민이 많죠.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선배 대표를 만나 배우고 싶어요.
글 : 유준범 / 모바일 시장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센서타워(SensorTower) 한국 사업 총괄과 데이타마이즈 블로그/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website / facebook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