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가 큅을 8,000억원에 인수한 이유
2012년, 페이스북 CTO인 브렛 테일러와 구글의 Tech Lead였던 케빈 깁스는 각각 회사를 떠나 큅(Quip)을 창립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6년, 세계 CRM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두 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에서 큅 (Quip)을 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400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큅은 어떻게 짧은 시간에 거액의 가치를 가진 소프트웨어 시장의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메일로 진행하는 업무의 비효율성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사회 진출에 따라 기존 기업의 수직적인 업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수평적인 업무 방식 혹은 협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근래, 이메일만으로 모든 개인 업무와 협업을 진행하는 회사는 구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의 대부분은 일주일 업무시간의 28%를 이메일 작성 및 확인에 할애하고 있으며, 하루에 대략 122개의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문제는 이들 중 오직 38%의 이메일만이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메일이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아보게 되는 이메일은 업무 주요 방해 요소 중 하나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글로리아 마크 교수는 직장인이 업무 중 한 번 방해를 받은 뒤 다시 집중하는 2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이메일에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소통방식에서 오는 인력 낭비는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닌데, 이는 기업에 연간 한화 약 10조원에서 14조원 ($900 billion to $1.3 trillion) 의 손실을 안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Email Overload Is Costing You Billions — Here’s How To Crush It, Forbes Magazine
내부 이메일과 외부 이메일이 혼재하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이메일의 40년의 역사동안 외부 반출용 이메일과 그렇지 않은 이메일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기능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는 고스란히 개인 업무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이에 더해 참조, 숨은 참조, 전달등과 같은 다양한 소통 혼란 요소 때문에 수신자 파악 및 정확한 의미 파악에 시간이 불필요하게 소요된다.
글로벌 회사들 역시 이러한 문제를 깊게 인지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의 IT 대기업 아토스 오리진 (ATOS ORIGIN)은 2011년 부터 내부 이메일 사용을 전면 금지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정의 배후에는 기업의 수장인 티에리 브렝통 (Thierry Brenton)이 있었는데, 그는 과도한 이메일 중심의 업무가 업무 생산성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판단했다.
전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에 지부를 내리고 80,000 명이 넘는 직원 수를 가진 거대한 기업의 이메일 전면 금지 결정은 그들의 실패를 점치는 수 많은 회의론자를 낳았다. 결국 아토스가 이메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아토스는 이에 보란 듯이 영업 이익률과 주당 순이익의 증가 그리고 행정 비용의 감소라는 가시적 결과로 그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큅도 마찬가지다. 큅에 소속된 직원들은 이메일을 내부 협업 목적으로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데, 이는 오래된 업무 방식이 초래하는 소통의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이메일을 사용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한 협업 도구 “큅”을 이용한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21세기 폭스는 큅을 “우리가 팀으로서 성장하는 데에 필요로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글로벌 협업 트렌드의 변화
기업에서 이메일을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이유는 간단하다. 업무 히스토리 보관 그리고 가시적 업무 평가 지표에 이용하기에는 이메일을 대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인 협업에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면서 협업툴 시장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슬랙은 2013년 출시 된 대표하는 실시간 업무 메신저 앱으로 2세대 협업툴을 대표한다. 슬랙의 가장 큰 강점은 팀원들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GIF 들을 메시지에 이용할 수 있어 딱딱한 이메일과는 다르게 말그대로 업무 중 “Slack” (게을리하다, 한가히하다는 뜻의 명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슬랙의 등장은 실리콘밸리의 수 많은 스타트업을 비롯하여 미국 전역 그리고 전세계적인 업무 방식에 변화를 일으켰다.
슬랙은 출시와 동시에 이메일로 대표 됐던 기존의 오래된 업무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강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너무 많고 잦은 알림 때문에 정작 중요한 업무에는 집중을 할 수 없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세대 협업툴들이 등장했다.
큅은 3세대 협업툴중 하나로, 이 외에도 드랍박스의 페이퍼, 목적 기반 협업툴 콜라비 등 협업의 흐름이 담긴 문서 단위로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들이 3세대 협업툴로 대표된다. 세일즈포스가 큅을 거액에 인수한 것도 근본적인 업무 방식 개선의 필요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3세대 소프트웨어는 이메일과 메시지의 알림에서 벗어나 가장 중요한 업무에 몰입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실제로 드랍박스 페이퍼와 콜라비의 경우에는 실시간 채팅 기능이 아예 빠져있고, 코멘트 섹션으로 이를 대체한다.
협업에서 팀원간의 소통은 중요하다. 그러나 1세대와 2세대로 표방되는 협업툴인 이메일과 슬랙을 통한 소통은 더 이상 효율적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3세대 협업툴은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며,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이 찾은 가장 이상적인 대처 방식은 몰입이다.
“재능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뛰어나지 않다면 딥워크(몰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다.” – 칼 뉴포트, 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
몰입은 미국 명문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인 칼 뉴포트에 의해 깊이 있게 다뤄진 주제이다. 그는 이메일과 메신저를 끊임 없이 확인하는 등의 분주한 모습이 생산성의 대리 지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바쁘게 여러가지를 작업하는 모습은 장기적으로는 결국 피상적인 작업으로 이어지며, 제대로 된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메일이나 슬랙을 사용하는 ‘즉각적인 답변’에 집중하는 업무는 결국 임시방편일 뿐, 결과적으로는 낮은 생산성을 도출한다. 딥 워크(Deep Work)의 저자 칼 뉴포트는 산재해 있는 정보 사이에서 지식적 가치를 추출하는 작업에 대한 필수 요소가 몰입이라고 설명한다. 칼 뉴포트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끊임없이 이메일이나 메시지에 빠른 답변을 주는 일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딥워크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절대 아니라고 선언한다. 오히려 제한된 시간의 최고로 몰입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개인의 생산성, 더 나아가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경쟁력임을 주장한다.
원문 : Salesforce가 Quip을 8,000억원에 인수한 이유
글 : 이예린 / 콜라비 Contents Marketing Ma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