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텐센트, 기술로 대륙의 신용을 만들다
중국에서 자전거나 배터리 등 공유서비스를 이용할 때 일정 점수 이상의 ‘즈마펀(芝麻分)’이 있으면 보증금이 면제되곤 한다. 즈마펀(芝麻分)은 중국 데카콘 기업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 蚂蚁金服) 산하 제3자 신용평가 기구 ‘즈마신용(芝麻信用)’이 내놓은 신용 측정 기준이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 핀테크 전략의 핵심으로 알리페이 운영사다.
즈마신용은 일반 금융 기관처럼 개인신용 지수를 점수화해 등급을 나눈다. 신용카드 발급이 낮은 중국에서 개인의 금융신용을 증명해주는 도구로, 일반 금융 기관처럼 개인신용 지수를 점수화해 등급을 나눈다. 은행권 신용등급이 없는 중국인까지 아우르기에 폭넓은 개인 가치 평가가 가능하다. 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의 기준점이 되어왔다.
텐센트 생태계에도 즈마펀과 같은 신용 등급이 존재한다. 올해 1월 9일 광저우에서 열린 2019 위챗 오픈 클래스 프로(2019微信公开课Pro版)에서 공표된 ‘위챗 신용점수(微信支付分)’가 그것이다.
텐센트의 신용 사업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진행되었다.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15년 1월 인민은행이 텐센트 신용정보회사(腾讯征信有限公司), 즈마신용관리회사(芝麻信用管理有限公司) 등 8개의 회사에 ‘개인 신용정보 업무 준비에 관한 통지’를 하면서 부터다.
다만 여러 내부 요인으로 론칭까지 다소간의 부침이 있었다. 우선 위챗을 포함한 모든 텐센트 사용자를 위해 신용 평가 보고서를 만들겠다는 당초 계획이 사용자 정보 보호 이슈로 원점에서 재논의되면서 즈마신용에게 선발주자를 내준다.
즈마신용과 같은 ‘위챗 신용점수’가 처음으로 대중과 접점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이다. 텐센트는 당시 공유 자전거 ‘모바이크’ 탑승시 위챗 신용점수로 보증금을 면제해주는 프로모션을 한다. 다만 광둥성 일부 지역에 국한된 테스트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18년 1월 29일 위챗 신용점수를 전국적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여러 이유를 들어 백지화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1월 위챗 신용점수는 이전과는 다르게 조용히 공식 론칭되었다.
위챗 신용점수를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때다. 우선 공유 배터리와 공유 우산 대여시 보증금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 외 무인편의점 이지고(EasyGO), 무인 판매대 시티박스(CityBOX) 이용시 자동 결제, 여행사 동청이롱(同程艺龙) 이용시 보증금 없는 예약 서비스(산주(闪住))이용 등이 가능하다. 이후 텐센트 생태계 내 여러 서비스와 연동될 예정이다.
위챗 신용점수의 주요 평가 기준은 신분특징, 신용기록, 행동습관, 약속이행 능력으로 요약된다. 즈마펀과 대부분 같으나, 즈마펀은 4개 기준 외 인맥관계라는 항목이 더 있다. 인맥관계가 누락된 것은 의외다. 텐센트의 위챗은 2018년 9월 기준 10억 8200만명의 가입자, 월간 활성 사용자수 10억 명을 돌파한 인맥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연 즈마펀과 달리 위챗 신용점수는 외국인의 개통도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후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리서치 업체 이관(易观)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중국 제3자 모바일 결제 시장 점유율 1위는 알리페이(53.78%), 텐센트 금융(腾讯金融, 38.87%)이 2위이다. 양사 점유율은 무려 92.65%에 달한다. 사실상 두 기업의 점유율 쟁탈전인 시장이다. 출시 5년차인 즈마신용의 즈마펀은 금융, 여행, 숙박, 임대, 대여 등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며 대중화된 상황이다. 텐센트가 위챗 신용점수를 통해 얼마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지가 향후 관심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