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산업 플랫폼 업계 6개월 여 논의 끝에 협약 타결 “상설협의기구로 전환 배달산업 소통창구 이어갈 것”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업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협약이 국내 최초로 체결됐다.
지난 4월 출범한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1기 배달, 이하 ‘포럼’)이 출범 6개월 만에 기업과 배달라이더 노조 간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당사자는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 배달의민족, 요기요, 스파이더크래프트로 약 7만 5천 명에 이르는 배달라이더가 본 협약에 적용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6일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포럼’ 논의를 이끌어 온 이병훈 위원장(중앙대 교수)과 공익위원 권현지 교수(서울대학교), 박은정 교수(인제대학교)를 비롯해 협약 당사자인 노조 측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과 기업 측 배달의민족, 요기요, 스파이더크래프트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박홍근 의원,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본 협약은 총 6개 장, 33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공정한 계약,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에 관한 배달라이더의 권익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았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종합보험 등 배달라이더 안전망에 대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청했다. 협약 이후 ‘플랫폼 포럼’은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해 본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현장 애로사항 등에 관한 노사 협의를 이어간다.
협약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이란, 배달서비스업 영역에서 다수의 공급자와 소비자, 배달 노동 종사자를 연결하여 배달 서비스 관련 효율적인 거래 행위를 촉진하는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기업을 통칭한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플랫폼을 매개로 한 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다양한 운송수단을 통해 배달 서비스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또한 기업과 종사자의 계약은 상호 간의 권리와 의무가 이해되도록 명료하게 작성하고, 플랫폼을 매개로 계약을 체결한 종사자가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갖도록 했다.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짜나 시간을 지정하지 않으며, 종사자가 원하지 않는 업무의 수행을 강요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협약은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산재 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적절한 교육과 보호장구를 제공하며, 빠른 배달을 압박하지 않고, 악천후나 감염병 위기 발효 시 안전대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등 기업이 노력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아울러 종사자는 법률에 따라 정해진 안전 관련 의무교육에 반드시 참여하고,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에도 성실히 임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협약은 상호 간 소통에 있어 기업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겪는 종사자의 고충을 처리하고, 플랫폼이 제시하는 업무 가이드라인에 대해 종사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하도록 명시했다.
협약 참여 주체들은 합의문의 취지와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포럼 1기를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 약 7만 5천 명에 이르는 라이더가 이번 협약을 적용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협약 이행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한 협의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포럼에 참여한 모든 주체는 협약 합의문에 따라 플랫폼 노동을 포괄하는 사회안전망과 고용서비스 체계 마련, 배달서비스업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배달 플랫폼 산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포럼을 이끈 이병훈 위원장은 “협약을 통해 상생의 규범과 문화를 이뤄나가길 기대한다. 배달에서 시작해 다른 업종까지 큰 물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플랫폼 노동은 상징적이고도 복잡한 영역이다. 이 협약이 우리 시대의 세기를 열어가는 것이며, 사회적 대화가 바로 한국판 뉴딜 성공의 핵심이다”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은 “본 협약은 역사의 징표를 남겼다. 향후 다른 플랫폼 분야로의 확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법과 제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국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은 “본 협약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이다. 포럼이 제안한 정책과제를 적극 검토하고 전국민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고민하겠다. 다른 분야도 이러한 대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협약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배달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제도 개선을 담았다. 끊임없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상생하는 첫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산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약이다. 이 협약이 현장에서 살아 숨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이번 협약이 플랫폼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박해웅 부사장은 향후 배달서비스 산업 생태계 관계자의 상호신뢰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파이더크래프트 문지영 대표는 “배달 산업에 대한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이고, 이 자리를 통해 서로 알아가기를 바란다. 배달라이더의 삶의 환경을 알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본 협약은 플랫폼 경제를 긍정하며, 산업의 성장과 플랫폼 노동과의 상생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플랫폼 기업이 음성적 산업을 양성화하는 만큼, 플랫폼 노동종사자뿐만 아니라 입점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이 먼저 앞 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