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우와 퍼블릭 도메인 데이
우리에겐 영화 ‘데드풀’과 스칼렛 요한슨의 전 남편으로 친숙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대표로 있는 미국 광고대행사 맥시멈 에포트 프로덕션(Maximum Effort Production)에서 새해를 맞이하여 재미있는 광고를 공개했다.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가 터무니없는 전화 요금을 받는 가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광고로, 이 광고에는 미국 모바일 회사의 요금 체계를 풍자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핵심 포인트가 숨어있다. 이는 이 광고가 공개된 날짜인 2022년 1월 1일 ‘퍼블릭 도메인 데이(Public Domain Day)’과 연관이 있다.
‘퍼블릭 도메인 데이’란, 저작권이 소멸하는 날로 저작권이 존재했던 과거의 고전작품 등을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날을 말하며, 미국의 퍼블릭 도메인 데이는 매년 1월 1일이다. 참고로, 미국은 개인 저자의 경우, 사후 70년, 법인 저작물 공표 후 95년 또는 법인 저작물 창작 후 120년의 3가지 중 가장 빨리 도래하는 날로 저작권이 소멸한다.
퍼블릭 도메인이란, 우리말로는 ‘자유 이용 저작물’이라 하는데 저작권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저작재산권을 완전히 포기한 저작물 또는 저작재산권이 아예 소멸한 저작물을 말한다.
올해 소멸한 ‘곰돌이 푸우’ 저작권은 정확히는 작가 A.A. 밀른이 1926년에 공표한 소설 ‘Winne-the-Pooh’의 내용과 그림에 관한 것이다.
디즈니가 이후 컬러와 동작을 입혀 우리에게 친근한 빨간 티를 입고 부푼 배를 만지는 귀여운 곰돌이 푸우의 색감과 움직임에 대해서까지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린 것은 아니고, 해당 저작권은 그 저작물이 공표된 날을 기점으로 계산하여 그 소멸일이 각각 정해질 것이다.
매년 퍼블릭 도메인 데이에 풀리는 저작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캐릭터의 이미지를 다시 그리거나, 변형하거나, 색채나 동작을 입힌 경우, 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2차 저작권이 별도로 인정되므로, 해당 2차 저작권에 대한 소멸시점은 원 저작권의 소멸시점 이후가 된다.
이런 이유로 라이언 레이놀즈는 새해 광고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티를 입은 노랗고 볼록한 배를 가진 푸우 대신에, 최초 소설에 그려진 흑백 버전의 드로잉 푸우를 그대로 사용했고, 본인의 저작권법 해석이 틀리지 않길 바란다는 위트있는 멘트까지 달았다.
필자에게 인상 깊었던 고객이 한 분 있었는데, 뽀빠이(Popeye) 캐릭터에 대한 명칭, 이미지에 대한 수 십, 많게는 수 백 건의, 본인이 상표권자로 된 상표권들을 애지중지 관리하시는 분이었다.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주인공 뽀빠이는, 지금은 까마득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이지만, 한 때 큰 유명세를 떨치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89년 1월에 저작권 보호기한인 50년이 만료되어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려 누구나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했다는 것. (참고로, 현재는 2011년 저작권법 개정에 의해 저작권자 사후 70년으로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연장되었다.)
그 분은 뽀빠이 명칭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똑똑한 방법으로, 상표 출원이라는, 그 당시 일반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생각하여 톡톡히 상표 사용대가를 받아 노후자금으로 사용하셨던 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작권과 상표권의 허점(?)을 본인 나름대로 잘 이용하여 어찌됐건 한국 특허청이 인정한 뽀빠이 상표권자가 되었던 셈이다. 지금은 지난 십 수년의 기간을 거치며 상표법이 탄탄히 정비되어, 유명한 캐릭터의 개인 명의 출원은 등록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인 특허권, 디자인권 및 상표권 모두 유효한 존속기간을 가지고 있다.
- -저작권: 저작자 생존 + 사후 70년
- -특허권: 등록일부터 출원 후 20년
- -디자인권: 등록일부터 출원 후 20년
- -상표권: 등록일부터 10년 (단, 갱신에 의해 10년 씩 연장 가능)
다만, 상표권의 경우 a) 특정 출처를 표시하는 표지로 오래 사용할수록 그 기능이 강화되고, b) 특정인이 영구적으로 독점한다고 하여도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다른 지식재산권과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상표권은 계속 사용을 하는 한, 반영구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겠다.
필자 소개 : 노지혜 BLT 파트너 변리사는 국내외 대기업 상표 및 디자인의 국내 및 해외 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 및 디자인 분쟁 관련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의 상표, 디자인 출원 업무 및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