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 스타트업 뜬다… 데스밸리 넘는 ‘생존율’도 남달라
연이은 벤처 산업 성장세 속 원천기술 기반의 ‘기술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2021년 연간 창업기업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업 등의 창업 건 수가 역대 최초 23만을 돌파하면서 업계 내 유망 산업으로 촉망받는 추세다.
기술창업은 특정 기술을 깊게 파고든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기업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가장 큰 자산이다. 때문에 기술 기반의 사업 다각화와 판로 개척 기회가 많아 생존 경쟁력이 뛰어난 것이 큰 장점이다. 현재 국내 창업 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29.2%(대한상의, 2020년 기준)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이른바 ‘데스밸리(죽음의 구간, 창업 3~5년차)’ 극복에 여전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또 딥테크 스타트업은 보유 기술 중심으로 여러 스몰딜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와, 언어나 시장의 제약이 크지 않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액셀러레이팅 하에 체계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술창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공은 기술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최적의 시장 매치, 전반적인 운영 지원 여부가 좌우한다”며 “특히 최근 유망 스타트업 등 비상장벤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모빌리티, 바이오 등 주요 딥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당사의 운영 및 행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딥테크 기술로 사업화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는 ‘옥석’ 스타트업들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바이오·메디컬] 멸균 기술로 업계 사로잡은 ‘플라즈맵’, 상장 나선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사 ‘토모큐브’
지난해 프리 IPO에 나선 플라즈맵(대표 임유봉)은 멸균용 파우치를 이용한 의료용 멸균기 사업으로 미국 FDA, 유럽 CE등의 인증을 통해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기존 대형 장비들에 비해 멸균 공정 시간이 10배 이상 빠르고, 가격은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해 경제성도 갖췄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사업 초기는 멸균 포장용 파우치를 활용해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식품 사업을 구상했으나, 멸균 수요가 더 높은 의료기기 시장으로 피벗을 시도했다. 이후 시장 수요에 적합한 제품들로 창업 직후 투자 유치에 성공, 현재는 기업가치 약 1100억원 이상이 추산되고 있다.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업체 토모큐브(대표 홍기현)는 현미경에 필터, 컴퓨터 모듈, 보드 등을 붙이기만 하면 세포 겉면이 아닌 세포 내부를 3차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3D 광학 필터 기술을 개발했다. X-ray 대신 레이저로 세포를 CT처럼 찍을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었지만 전세계 과학 부품 시장은 몇 천억원 규모에 불과해 기업 가치를 키우기에는 한정적이었다. 결국 해당 기술을 활용해 직접 현미경 제조에 나서게 되었고 이후 전세계 20여 개국, 140여 개 기관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MIT, 하버드의대, 존스홉킨스의과대학 등에서 토모큐브의 현미경이 사용되고 있으며 회사는 442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 후 상장 추진 중이다.
[ESG ·모빌리티]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 ‘스타스테크’, 국내 유일 메탄 기반의 우주로켓 제작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스타스테크(대표 양승찬)는 해양 폐기물로 알려진 ‘골칫거리’ 불가사리 골편에 이온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 착안, 저부식성 친환경 고상 제설제 ‘ECO-ST1’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설제는 차량 및 도로 부식 현상과 사람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분질 날림도 해결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ESG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꼽히고 있다. 스타스테크는 지난해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치고 친환경 액상비료 및 불가사리에 함유된 콜라겐 성분을 활용한 의료용 미용제품 등의 사업을 확장하며 친환경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대표 신동윤, 이하 페리지)는 국내 유일 메탄 기반의 액체 우주로켓을 만드는 로켓 개발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빌리티 산업 속 우주 인공위성 분야의 성장을 견인하는 곳이다. 페리지는 기업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쉽고 빠르게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주고, 기업은 이를 통해 제품의 성능 확인 후 다시 개발에 들어가는 사이클이 빨라져 업계의 페인 포인트(불편함) 공략 및 초소형 로켓에 대한 수요도 충족하고 있다. 페리지는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국내 스타트업 최초 액체 로켓 발사 실험에 성공하고 본격적인 우주 발사를 위한 연구 개발에 들어가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 · ICT 중심 디지털 혁신] 국내 최초 다크웹 보안 기술 ‘S2W’, AI 영상 면접 솔루션 ‘제네시스랩’
S2W(에스투더블유, 대표 서상덕)는 다크웹 내 수많은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추적, 확보하고 이를 분석하는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다크웹(Dark web)’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일컫는다. S2W는 다크웹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모니터링하고 기업들에게 잠재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이버 범죄를 예측해 기업 또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제안한다. 최근 인터폴과 다크웹 위협 정보 분석을 위한 협정도 체결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치고 국내 및 공신력 있는 해외기관을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 영역을 넓혀 갈 전망이다.
AI 영상 면접 솔루션 기업 제네시스랩(대표 이영복)은 면접자의 표정과 목소리, 행동 등을 통합 분석하는 감정 인식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가 급증한 AI 영상 면접을 통해 인사 채용에 쓰는 시간과 비용, 수고를 덜어 업무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고 AI의 딥러닝을 통해 각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춘 면접 평가 또한 가능하다. 제네시스랩은 인재 채용을 넘어 추후 우울증, 공황장애 의심군들을 위한 멘탈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수사기관의 범죄자 면접이나 보험, 대출 심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