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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라면… 영화 그녀(her)로 보는 사업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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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

묘한 영화를 봤다. 시놉시스만 보면 현재 시점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공상과학적 요소가 있지만, 관람 내내 드는 생각은 매우 현실적인 내용이었다는 소감이다. 영화 그녀 (Her, 2013 / 스파이크존스 감독 작품)가 영화다.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는 예외없이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영화 그녀(her)에도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실체화된 모습은 없다. 목소리로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헐리웃 최고의 섹시스타라 할 수 있는 스칼렛 요한슨이다. 목소리로만 등장함에도 영화 속 그녀, ‘사만다’는 역대 로맨스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 중 한 명이라는 소견이다.

이 영화의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는 ‘그녀’는 사람이 아니다. 윈도우나 맥OS, 리눅스와 같은 OS(operating system)다. 즉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여, 사용자가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운영체제 프로그램인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컴퓨터 뿐만 아니라 개인화 된 디바이스 모두를 제어하며, 현실에서는 아직 만나 볼 수 없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이자 스스로 학습하는 OS다. 그래서 이 영화의 배경에 공상과학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OS라니.

사만다는 실체만 없을뿐 모든면에서 완벽함을 보여준다. 그 완벽함은 기계적이지 않고 인간적이다. 남자주인공인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만나고 난 뒤(정확하게는 컴퓨터에 설치하고 난 뒤)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남자 주인공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대필작가)을 하는 인물로 이혼서류에 사인하기를 미루고 있는 소심하고 외로우며 공허한 인물이다. 심지어 자신에게 맞춰주는 순종적인 배우자를 원하는, 인간적으로 미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는 사만다를 만난 뒤 타인을 이해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사만다는 OS로서 테오도르의 일을 도와주는 동시에 그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주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더불어 종국에 테오도르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존재로 남는다.

영화는 공상과학적 요소를 전제로 시작하지만, 영화 속 사만다라는 존재는 황당하지는 않다. 어찌보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될 기술의 완성형이다. 이미 애플의 시리나 구글나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등의 개인비서 서비스가 등장했고, 또 앞으로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중에 윈도폰에 탑재될 코타나의 경우 사만다의 모습에 가장 근접해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 봤을 때, 사만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관점에서 서비스가 구현된다. 남자 주인공은 사만다가 실체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애써 상기하려 하지만, 종국에는 그녀가 없는 삶은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사만다와 함께하는 것이 생활이 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업 사업 기획팀이나 서비스 기획자는 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자는 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를 만드려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것이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적인 측면이다.

기술력이 높은 회사나 능력있는 개발자는 기능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드려 하고 또 실제로 만든다. 더불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서비스를 만드려 한다. 바람직하고 멋진 시도다. 하지만 몇몇 팀은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구현하고 싶은 서비스를 만드려 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소비자를 자신들의 서비스에 맞추려 하고 설득하려 한다. 서비스는 설득이 아니라 이해의 범주에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기능과 성능이 강조된 낯선 서비스나 제품 보다 익숙하고 친숙하며 이해하기 쉬운 서비스를 선호한다. 소비자가 가르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사만다는 이상적인 서비스다. 사용자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능상 사만다는 혁신적인 서비스지만, 테오도르의 행동 패턴을 자신에게 맞추려 하지 않고 테오도르에게 모든것을 맞춘다. 특정 고객 세그먼트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방식인 것이다. 물론 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구현하기는 힘들다. 더불어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키기는 서비스라는 것이 어디 있기나 하겠는가.

영화 속 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는 우리가 살아 생전 만나기 힘든 서비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속 남자주인공과 닮은 소비자들 ‘he(혹은 They)’는 이미 우리 현실 속에 있다. 그들의 니즈가 투영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사만다와 같은 서비스는 완성형 기업 보다 스타트업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현대인의 외로움, 자아찾기 과정을 그린 영화를 보며 엉뚱한 상상을 한 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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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는 정확히 오에스원(OS1)이라는 운영체제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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