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강의를 시작한 지 반 년 정도가 되어 갑니다. 강의를 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조금은 충격을 받은 것이 있습니다.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만들때,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밝은 배경으로 만들어야 좋은지 어두운 배경으로 만들어야 좋은지 고민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PPT를 만들 때, 그것에 대해 논해볼까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적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답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수의 비지니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PT 문서를 만들기 이전에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 최종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사용되는 것인지 인쇄물로 끝나는 것인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마 대부분 사내보고용의 문서를 파워포인트로 제작할 경우, 굳이 배경을 화려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흰색 배경에 글씨를 쓰고 말테니까요. (물론 회사 문화마다 다릅니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을 목적으로 하게 될 경우 많은 분들께서 상당히 고민을 하시더군요. 템플릿을 뭐로 써야 하나, 밝은 것이 좋나 어두운 것이 좋나하고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한가지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화창한 낮에 멀리 떨어진 까만 사물이 잘 보일까요?
어두운 밤에 멀리 떨어진 빛나는 사물이 잘 보일까요?
주변 환경이 동일한 조건이라면 좀 더 잘 보인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두운 밤에 멀리서 빛나는 사물이 더 잘 보인다’일 것입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더 편하게 식별 할 수 있는 것은 어두운 쪽입니다. 이런 원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PPT의 배경은 어두운 편이 좀 더 낫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故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또한 하얗고 밝은 배경이 아니라 어두운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슬라이드였습니다. 제품 박스에 들어가는 폰트마저 신경쓰는 스티브 잡스였다면 신제품 발표회 때 사용하는 슬라이드의 배경 분명 고려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신빙성 없는 제 추측일 뿐)
그가 고려했다면, 프레젠테이션이 행해지는 장소의 규모와 청중의 수 등을 고려해서 좀 더 슬라이드의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어두운 배경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주변 환경이 대부분 어둡기 때문에 강조하고자 하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더 잘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발표능력, 1슬라이드 1메시지, 발표 당시의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봄직 하지만 단순히 텍스트가 더 잘보인다 안보인다의 개념만 놓고 본다면 그렇습니다.
위처럼 단순하지만 수긍할만한 요인때문에 ‘그러면 앞으로는 어둡게 만드는게 좋겠는걸?’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잠시 멈춰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어두운 배경을 이용해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 좀 더 내용이 확실히 보여서 좋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어두운 배경으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은 밝게 만드는 것보다 디자인적 퀄리티가 안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디자인을 할 줄 알거나 혹은 디자인적 감각이 조금 부족하신 분들께서 어두운 배경(특히 RGB(0,0,0)으로 된 검정배경)을 가지고 슬라이드를 만들 경우,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못만드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흰색 혹은 밝은 배경이 만들어 놓고 났을 때 훨씬 괜찮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시를 올렸습니다. 퀄리티면에서는 분명 왼쪽이 더 우수합니다. (근데 예상외로(?) 둘 다 봐줄만 하네요) 대신 어두운 쪽은 슬라이드에 포함된 개체들이 뭔가 좀 더 튀어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가 겪어온 바로는 이렇게 뭔가 각 요소들이 튀어보이는 느낌을 여러분들의 그 분들께서 좋아 하시더군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검정 배경이나 어두운 배경을 깔고 막상 만들어 놓고 나면 여러분들의 슬라이드는 그닥 (디자인적) 퀄리티가 높지 않아서 문제가 될 뿐입니다.. (높으면 잘하시는 것이고 좋은 것이니 패스) 더불어 제가 위에서 사용한 색은 직접 RGB값을 수정해서 새롭게 설정한 색을 사용했지만 대부분 못만드시는 분들은 파워포인트가 지정한 기본색을 사용합니다.
위 색깔들이 흰색 배경 또는 밝은 배경에 쓰면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만들어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검정 배경이나 어두운 배경에 사용하면 그냥 멘붕이 옵니다. 덕분에 어두운 배경은 컬러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힘든 일반 직장인들에게 치명적이고 확실한 야근을 불러옵니다.
저는 강의를 할 때나 저에게 묻는 분들에게 가급적 밝은색 배경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왜냐구요? 그 이유는 바로 만드시는 분을 위해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프로젝트용이든 단순 보고용이든 일단 만드는 사람은 직장 내에서 하급 직원일 가능성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런데 내용을 기획하고 문서를 만드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만들게 되는 순간부터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포함되게 됩니다.(참조 : 왜 나의 PPT는 워드문서 같을까?) 대부분의 일반 직원들은 이 디자인 능력이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디자인적 감각을 키우고 배울 일이 거의 없는 현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굳이 잘 못하는 디자인을 하겠다고 죽어라 노력해서 더 악조건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빨리 퇴근하고 같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좀 더 결과물이 잘 나오는 쪽이 효율적이면서 일반 회사원분들께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밝은 배경으로 만드시기를 추천드리는 것입니다. 단, 최종 결정권자 혹은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분께서 어두운 느낌을 선호하신다면?! 아쉽고 힘들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제일 빠르게 끝낼 수 있는 길입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만의 고집이 꽤 있으신 분들이라 설득해봤자 잘 꺾지도 않으시니까요.
어쨌든 이런 저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가급적 밝은 배경에 만드세요.”라고 권장을 하는 저입니다. 하지만 만드시는 분 입장의 답은 아마도 “회사 그리고 최종결정권자의 성향을 미리 숙지하고 그것대로 만드는 것”이 제일 좋은 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야 이 일이 좋고 만드는 것 자체를 즐겨서 좋아라 하지만 일반 회사원분들께서는 그렇지 않으실테니까요. 오히려 짐만 될 뿐이죠. 그런 분들께 작은 도움을 드리고 빨리 퇴근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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