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봇과 버티기의 과학
실리콘밸리에서 서울까지, 세계 곳곳의 창업자들은 비슷한 악몽을 꾼다. 제품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성장 곡선은 평평하다. 초기 고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투자자들의 이메일 답장은 점점 늦어진다. 책상 서랍에는 아직 18개월치 런웨이가 있다고 적힌 엑셀 파일이 있지만, 그것도 이미 6개월 전 계산이다.
이런 순간, 창업자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조금만 더 버티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틸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위험한 도박을 할 것인가.
에릭 리스는 2011년 베스트셀러 『린 스타트업』에서 이를 ‘피봇 오어 퍼서비어(pivot or persevere)’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피봇(pivot)은 전략적 방향 전환을, 퍼서비어(persevere)는 현재 전략을 유지하며 버티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퍼서비어를 속어로 ‘존버’—’존나게 버티기’의 줄임말—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언제 방향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었다. 대부분은 창업자의 직관이나 운에 맡겨졌다.
근래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들은 창업자들이 피봇과 버티기를 선택할 때 작동하는 심리적 메커니즘과 의사결정 패턴을 분석했다.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시간을 보는 렌즈가 다르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과대학교의 한스 베렌즈 교수 연구팀은 5년에 걸쳐 5개 벤처기업을 추적했다. 22개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을 기록하고 분석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놀라웠다. 피봇이냐 버티기냐는 단순히 사업 아이템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창업자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였다.
버티기를 선택한 창업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과거와의 연속선상에 놓았다. 그들은 이미 투자한 시간과 자원을 정당화하려 했고, 타임라인을 계속 늘렸으며, 투자자·팀원·파트너와 맺은 기존 약속에 파괴적 변화를 일으키길 꺼렸다.
반면 피봇을 선택한 창업자들은 완전히 다른 시간 프레임을 설정했다. 그들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수정된 타임라인 위에 행동을 재배치했다. 일종의 ‘시간적 재조정(temporal recalibration)’이었다.
연구팀은 2021년 저널 오브 비즈니스 벤처링(Journal of Business Venturing)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것이 단순히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창업자가 시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표본이 22개 에피소드로 제한적이고, 네덜란드라는 특정 문화권에서 이뤄졌으며, 최종적으로 그 기업들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까지는 추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창업자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들여다본 드문 사례다.
믿음이 바뀌지 않으면 전략도 바뀌지 않는다
와튼스쿨의 재클린 커틀리 교수와 보스턴대학교의 시오반 오마호니 교수는 2023년 더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에너지와 클린테크 분야 7개 초기 스타트업을 1-3년간 추적하며 93개의 전략적 의사결정 순간을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93개 의사결정 중 72개—거의 80%—에서 창업자들은 변화하지 않았다. 외부자인 연구진이 보기에는 변화가 명백히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발견했다. 창업자의 ‘믿음(beliefs)’이 바뀌지 않으면, 전략도 바뀌지 않았다.
창업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작동하는 자신만의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 기술이 3년 안에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다”, “B2B 고객들이 결국 우리 가치를 알아볼 것이다” 같은 믿음들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이 믿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들은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반대로 믿음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예를 들어 핵심 고객이 “이건 우리에게 필요없다”고 직접 말하거나,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올 때—비로소 피봇이 일어났다.
이는 베렌즈 교수의 ‘시간적 재조정’ 개념과 맞물린다. 시간을 재구성하려면 먼저 현재 가진 믿음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연구는 보여준다. 2023년 스트래티직 매니지먼트 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실린 이 논문은 피봇이 왜 그토록 드물게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피봇이 너무 어려워서 스타트업이 죽는다”
딘 셰퍼드(Dean Shepherd) 교수와 마크 그루버(Marc Gruber) 교수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그들은 실무계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진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학술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했다. 2020년 앙트러프러너십 시어리 앤 프랙티스(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린 스타트업의 5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피봇 대 버티기(perseverance)’ 결정을 꼽았다.
에릭 리스는 자신의 책에서 “피봇 결정이 너무 어려워서 많은 창업자가 적절한 시점을 놓친다”고 썼다. 셰퍼드와 그루버는 왜 그런지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설명했다. 창업자들은 ‘허영 지표(vanity metrics)’에 집착한다. 다운로드 수, 가입자 수처럼 보기 좋지만 실제 비즈니스 가치와는 무관한 숫자들이다. 그들은 충분한 가설 검증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봇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고 팀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결과는 참혹하다. 데이터가 명백히 부정적인데도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다. 버티기가 미덕이 아니라 자기기만이 되는 순간이다.
피봇에도 열 가지 얼굴이 있다
그렇다면 피봇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셰퍼드와 그루버의 논문은 에릭 리스가 제시한 10가지 피봇 유형을 정리했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피봇이 반드시 사업을 완전히 뒤집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세밀한 조정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흔한 유형은 ‘줌인 피봇(Zoom-in pivot)’이다. 제품의 여러 기능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원래 버번(Burbn)이라는 앱은 위치 기반 체크인, 사진 공유, 계획 세우기 등 여러 기능을 가진 복잡한 소셜 앱이었다. 창업자들은 사용자들이 사진 공유 기능만 압도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과감하게 다른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사진 필터와 공유에만 집중했다. 2010년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했고, 2012년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정반대도 있다. ‘플랫폼 피봇(Platform pivot)’은 단일 애플리케이션을 플랫폼으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트위터가 여기 해당한다. 원래 오데오(Odeo)는 팟캐스트 검색 및 구독 플랫폼이었다. 2005년 애플이 아이튠즈에 팟캐스트 기능을 추가하자 시장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공동창업자 에반 윌리엄스는 팀원들에게 2주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다. 잭 도시가 제안한 것이 140자 짧은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였다.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마이크로블로깅 애플리케이션으로의 완전한 전환이었다.
‘밸류 캡처 피봇(Value-capture pivot)’은 수익 모델을 바꾸는 전략이다. 슬랙(Slack)의 사례가 흥미롭다. 원래 슬랙은 게임 회사 타이니스펙(Tiny Speck)이 만든 온라인 게임 글리치(Glitch)였다. 게임은 실패했지만, 팀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용으로 개발한 도구가 있었다. 그들은 이 도구를 제품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단순히 제품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게임은 광고와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내지만, 슬랙은 B2B SaaS 구독 모델을 택했다. 제품의 전환과 동시에 수익 모델도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 외에도 엔진 오브 그로스 피봇(성장 엔진 교체), 고객 세그먼트 피봇(타겟 고객 변경), 채널 피봇(유통 경로 변경)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중요한 것은 피봇이 전부 아니면 전무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셰퍼드와 그루버는 명확한 처방을 내놓는다. 정기적인 ‘피봇 오어 퍼서비어 미팅(pivot-or-persevere meeting)’을 사전에 일정표에 넣어두라는 것이다. 분기별로, 혹은 매달. 이 미팅의 목적은 하나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객관적으로 현재 전략이 작동하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직관에 반한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위기가 닥쳤을 때 급하게 회의를 소집한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감정이 고조되어 있고, 팀은 지쳐 있으며,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대신 평온할 때 미리 회의 일정을 잡아두면 어떻게 될까? 위기가 아니라 루틴의 일부로 만들면? 그러면 매몰비용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감정적 집착 대신, “데이터가 뭐라고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지원 기관 Wilbur Labs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150명의 창업자 중 40%가 피봇을 실패 방지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러나 더 많은 창업자들은 ‘더 강력한 사업 계획 유지'(50%)와 ‘충분한 재정 지원'(47%)을 피봇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정기적 검토 시스템은 바로 이 둘을 연결하는 고리다. 데이터 기반 사업 계획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피봇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 맥락에서 적용하기
그렇다면 이 연구들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적용할까?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은 다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TIPS 프로그램은 2013년 이후 3,700개 스타트업을 지원했고, 이들이 유치한 후속 투자만 17조 원에 달한다(중소벤처기업부, 2023). 정부가 1원을 지원하면 민간이 7원을 투자하는 구조로, 자금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이런 정부 지원의 풍부함이 때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시장의 부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다음 정부 지원금을 기대하며 버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원 공고가 의사결정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화적 맥락이다. 실패에 대한 낙인이 여전히 강하고, 피봇을 ‘실패 인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한 번 실패한 창업자의 재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이다.
따라서 이 연구들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참고 프레임워크로 삼되 한국적 맥락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 피봇 검토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정부 지원 일정이 아니라 시장 데이터를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팀 내부에서부터 피봇을 실패가 아닌 학습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피봇과 버티기는 이분법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피봇과 버티기를 양극단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팬데믹 위기를 겪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일부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방향을 바꾸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래 비전으로 돌아오는 전략을 택했다. 레스토랑이 배달로 전환했다가 다시 매장 영업을 재개하는 것처럼. 이른바 ‘임시 피봇(temporary pivot)’이다.
또한 자원이 제약된 환경에서 조기 수익을 기대하지 않을 때,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 전략이 되기도 한다. 선택지가 제한되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고, 작은 성과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피봇과 버티기가 상호 배타적인 선택이 아님을 보여준다. 때로는 두 가지를 결합해야 한다. 전술적으로는 유연하게, 전략적으로는 일관되게. 어떤 부분은 과감히 바꾸고, 어떤 부분은 끈질기게 지켜가는 균형이 필요하다.
15년의 학습: 채널코퍼레이션 사례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까? 채널코퍼레이션의 사례가 흥미롭다. 김재홍·최시원 공동대표는 2010년 강남역 인근에서 시작해 세 번 실패하고 네 번째에 현재의 모델에 이르렀다.
첫 사업 애드바이미는 SNS 광고 플랫폼으로 투자를 받은 직후 일본과 미국 동시 진출을 시도했다. 투자금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화려한 지표는 있었지만, ‘누가, 왜,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라는 핵심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셰퍼드와 그루버가 경고한 허영 지표의 전형이었다.
전환점은 두 번의 실패를 분석한 뒤 찾아왔다. “5, 10년 뒤의 미래만 추구하다 보니 당장 오늘의 고객을 모르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베렌즈 교수가 말한 시간적 재조정—미래 지향적 타임라인에서 현재 중심 타임라인으로의 전환이었다. 커틀리와 오마호니의 2023년 연구가 보여준 ‘믿음의 변화’가 일어난 순간이기도 했다.
세 번째 시도인 워크인사이츠는 오프라인 매장 분석 제품으로 매출을 달성했으나 애플의 iOS 업데이트로 핵심 기술이 무력화됐다. 이번에는 달랐다. 쌓은 노하우를 살려 기업-고객 연결 메신저로 방향을 틀었다. 에릭 리스가 말한 ‘줌인 피봇’이었다.
이 사례의 가치는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학습의 프로세스다. “미래 → 오늘”로의 시간적 재조정, “투자금 → 매출”로의 지표 전환, 체계적인 실패 분석, 그리고 “고객중심”이라는 일관된 원칙 유지. 피봇과 버티기의 과학을 실천한 모습이다.
생존 편향을 경계하라
그러나 중요한 경고가 있다. 채널톡은 네 번 피봇해서 성과를 냈기에 대중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2010년 강남역에서 창업한 수백 개 스타트업 중 역시 여러 번 피봇하고도 사라진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 그들의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는다.
통계학자 아브라함 왈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생존 편향을 발견했다. 군부는 귀환한 폭격기의 탄흔 부위를 강화하려 했다. 왈드는 반대로 주장했다. 탄을 맞고도 돌아온 곳이 아니라, 탄을 맞으면 돌아오지 못한 곳을 봐야 한다고.
“네 번 피봇하면 성공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귀환한 폭격기의 탄흔만 보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피봇 횟수가 아니라 매번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적용했는가다.
참고할 수 있는 질문들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을 정리해봤다. 정답은 없다. 다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 인식에 대해: 과거에 투자한 돈과 시간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는 않은가? 설정한 타임라인이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가, 희망사항인가? 베렌즈 교수의 ‘시간적 재조정’ 개념을 떠올려볼 수 있다.
믿음 체계에 대해: 불확실성 속에서 작동하는 나의 믿음은 무엇인가? “3년 안에 시장이 우리를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 기술이 경쟁사보다 우월하다” 같은 전제들. 최근 들어온 정보들이 이 믿음과 충돌하고 있지는 않은가? 커틀리와 오마호니의 2023년 연구는 믿음이 바뀌지 않으면 전략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표 추적에 대해: 허영 지표(가입자 수, 다운로드 수)와 실질 지표(활성 사용자, 이탈률, 실제 매출)를 구분하고 있는가? 가설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있는가?
조직 문화에 대해: 팀이 피봇을 실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가, 학습 기회로 받아들이는가? 정기적인 ‘피봇 오어 퍼서비어’ 회의를 하고 있는가? 그 자리에서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가?
시장 신호에 대해: 고객 개발 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했는가? MVP 테스트를 반복했는데도 결과가 계속 부정적인가? 현재 런웨이는 얼마나 남았는가?
이런 질문들에 혼자, 또는 신뢰하는 동료나 멘토와 함께 답해보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6개월 후 같은 질문에 다시 답해봤을 때 답이 크게 바뀌었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감이 아닌 과학으로
학계의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표본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문화적 맥락도 다양하게 고려되지 못했으며, 장기적 성공률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 성공한 피봇이 얼마나 많고, 실패한 버티기가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축적된 연구들이 제공하는 가치는 명확하다. 이제 우리는 감이 아닌 프레임워크로 접근할 수 있다.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관점, 믿음이 어떻게 전략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이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기적 검토 시스템—이런 것들은 당장 오늘부터 적용할 수 있다.
수백, 어쩌면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지금 이 순간 기로에 서 있다. 조금 더 버틸 것인가, 방향을 바꿀 것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제 조금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더 나은 질문은, 때로 정답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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