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상 큰 변곡점은 대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찾아왔다.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이 그랬듯, 이제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의 업무 효율성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될 수 있습니다. 5배, 10배는 물론 100배까지도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노동의 패러다임을 재정의하여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립할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은 대한민국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거쳐 미국 시장까지 확장되어 전 세계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다. 홍콩과학기술대학 컴퓨터 공학부 교수이자 네이버 클로바 AI 헤드 출신인 김 대표가 2020년 10월 설립한 업스테이지는 시리즈A에서 316억원, 시리즈B에서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를 보여준다.
업스테이지는 ‘AI 올림픽’으로 불리는 캐글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국가대표 AI 기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광학문자판독(OCR) 분야 대회에서는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빅테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성과는 한국 기업의 AI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업스테이지가 AI 혁명의 선두에 선 비결은 문서 처리 기술에 있다. 비정형화된 문서 데이터를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면 AI의 결과물 정확도가 떨어진다. 업스테이지의 ‘다큐먼트 파스(DP)’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과거에는 다단 구조로 이루어진, 인간의 가독성을 위해 설계된 복잡한 문서들을 인공지능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다큐먼트 파스는 이러한 장벽을 해소하여, 문서의 본질을 포착하고 핵심 정보를 정확하게 추출해 응답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 안에 또 다른 테이블이 있는 복잡한 문서 구조를 일반 AI가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DP는 특히 서류 문서 해석의 정확성이 중요한 금융업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다른 주력 제품은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다. 16일 공개된 ‘솔라 프로 1.3’ 버전은 국내 개발 모델 중 벤치마크 성능이 가장 높다. 오는 6월에는 기존 220억(22B) 매개변수에서 330억 규모로 확장한 ‘솔라 프로 1.5’ 버전과 함께 오픈AI의 ‘o 시리즈’, 딥시크의 ‘R1’ 모델에 필적하는 ‘생각 사슬(CoT)’을 구현한 첫 추론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광학문자인식부터 거대언어모델까지 인공지능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풀스택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뭅니다. 업스테이지는 어떠한 형태의 문서라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는 다큐먼트 파스와 솔라를 중심으로, 국내 인공지능 업무 환경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고 이를 세계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업스테이지는 OCR과 LLM을 통합한 멀티모달 영역으로도 확장한다. 6월 공개 예정인 비전언어모델(VLM) ‘솔라 DocVLLM’은 DP와 솔라를 결합해 정보 요약, 질의응답, 보고서 자동 작성 등 문서 기반의 다양한 LLM 작업을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모델이 개발 중임에도 테스트에서 메타의 ‘라마 4 스카우트’,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보다 정확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결과의 비결을 설명했다. “우리는 100여 페이지 이상의 문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인코딩 아키텍처를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현존하는 멀티모달 엔진들이 몇 페이지의 처리에도 한계를 보이는 반면, 업스테이지의 기술은 현재 20여 페이지의 복잡한 문서도 원활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멀티모달 기술은 분리된 정보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적 정보 처리로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시킵니다. 기존 모델이 텍스트라는 단일 매체에 국한되었다면, 우리의 멀티모달 기술은 이미지와 음성까지 포괄하여 텍스트로 변환합니다. 업스테이지는 문서 처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 영역에서 최고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스테이지의 목표는 국내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태국에 태국어 특화 LLM을 공급하며 국내 스타트업 최초의 해외 소버린 AI 구축 사례를 만들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 작업은 8개월이 소요되었다.
또한 미국에 이어 지난 3월 일본 도쿄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고 현지 특화 LLM 개발 및 파트너십 확대를 추진 중이다. 마츠시타 히로유키 업스테이지 일본 법인장은 “일본의 AI 솔루션 시장은 2030년 17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됩니다.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은 일본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입니다. 문서 처리 기술과 소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성훈 대표는 AI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산업 전반의 업무 방식이 재편되는 중이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은 인간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국내 약 2900만 경제활동인구의 업무생산성이 단 1%만 향상되어도 연간 약 14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는 “2025년은 AI가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업스테이지의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더 나은 일의 미래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업스테이지는 생태계 확장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최근 AWS와 함께 ‘AI 이니셔티브’를 출범해 초·중·고 및 대학교, 대학병원 등에 업스테이지의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국내외 대학들과 해커톤 개최 및 공동 연구를 통해 AI 인재 양성에도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 AI 혁명이 세계로 확장될 때, ‘일의 미래’는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업스테이지의 도전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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