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AI가 인용하는 글, 사람이 읽는 글

SEO 이후, GEO라는 새로운 게임

몇 주 전 만난 AI 스타트업 대표에게 요즘 언론사 관계자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트래픽이 줄었다는 고민을 들을 때 자신이 가장 많이 꺼내는 단어가 있다고 했다. GEO. 생성형 엔진 최적화(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아직 낯선 용어지만, 검색엔진 최적화(SEO)의 뒤를 잇는 개념이다.

2024년 말, 콘텐츠 마케팅의 교과서로 불리던 허브스팟(HubSpot)이 석 달 만에 웹사이트 트래픽의 70%를 잃었다. 에이레프스(Ahrefs)와 셈러시(Semrush) 데이터에 따르면, 월간 오가닉 트래픽이 2024년 11월 1,350만 회에서 2025년 1월 610만 회로 곤두박질쳤다.

원인은 구글의 2024년 12월 알고리즘 업데이트다. 허브스팟은 “유명한 명언”, “사직서 양식” 같은 검색어로 트래픽을 끌어모았지만, 고객관계관리(CRM)라는 본업과는 관련이 없었다. 구글이 ‘핵심 전문성과 무관한 콘텐츠’에 불이익을 주면서 타격을 입었다.

허브스팟 사례는 SEO의 한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워드로 트래픽을 수확하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편, 별개의 변화도 진행 중이다. 정보 탐색의 채널이 다변화되고 있다.

AI 검색이라는 새로운 채널

챗GPT(Chat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가 8억 명을 돌파했다. 2025년 2월 4억 명에서 10월 8억 명으로, 8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 물론 이 중 상당수는 코딩, 글쓰기, 번역 등 검색과 무관한 용도다. 그러나 정보 탐색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트너는 2024년 2월 “2026년까지 전통적인 검색엔진 사용량이 25%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그 수준의 감소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구글 검색량은 오히려 하루 85억 건에서 90억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다만 검색 후 행동은 변하고 있다. 구글 검색의 60%가 ‘제로 클릭’으로 끝난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답을 얻고 떠난다. AI 오버뷰가 표시되는 검색에서는 클릭률이 15%에서 8%로 떨어진다. 2025년 9월 기준, 구글 검색의 20%에 AI 오버뷰가 등장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가트너의 예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확정된 미래는 아니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이 주시해야 할 변화임은 분명하다.

GEO: 검색 순위와 별개의 게임

2023년 11월,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이 GEO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SEO가 ‘구글 검색 결과 1페이지’를 목표로 했다면, GEO는 ‘AI가 인용하는 출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에이레프스 분석에 따르면, 챗GPT와 제미나이(Gemini) 인용의 9% 미만이 구글 상위 10개 검색 결과에서 나온다. SEO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고 AI에 자동으로 인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이 수치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AI 검색이 전체 웹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에이레프스에 따르면 구글이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합친 것보다 210배 더 많은 트래픽을 웹사이트에 보낸다(2025년 8월 기준). 3월의 345배에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큰 차이다. SEO가 무의미해진 것이 아니라, GEO라는 새로운 채널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프린스턴 연구팀은 9개 GEO 전략을 10,000개 쿼리에 테스트했다. 출처를 명시하고, 통계를 추가하고, 인용문을 넣으면 AI 가시성이 30~40% 높아졌다. SEO의 전통적 기법인 ‘키워드 스터핑’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연구에서 또 다른 발견이 있었다. 검색 순위가 낮은 웹사이트가 GEO 전략으로 더 큰 가시성 향상을 얻었다. 구글 5위 사이트가 출처 인용 전략을 적용하자 AI 가시성이 115.1% 증가한 반면, 1위 사이트는 오히려 30.3% 감소했다. 대형 사이트의 물량 공세가 절대적이던 SEO와 다른 양상이다. 소규모 사이트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AI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특성

연구들을 종합하면 AI가 인용하기 좋아하는 콘텐츠의 패턴이 있다.

첫째, 구조가 명확하다. 리스티클(목록형 콘텐츠)이 AI 인용의 50%를 차지하고, 표는 인용률을 2.5배 높인다. AI는 패턴 매칭으로 정보를 추출하기 때문에 경계가 분명한 콘텐츠를 선호한다.

둘째, 답이 먼저 나온다. 각 섹션의 첫 40~60단어 안에 핵심 답변이 있으면 추출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독자적 데이터가 있다. 오리지널 통계와 연구 결과가 담긴 콘텐츠는 AI 응답에서 30~40% 더 높은 가시성을 얻는다.

넷째, 최신이다. AI 봇 트래픽의 65%가 최근 1년 내 발행된 콘텐츠로 향한다.

플랫폼마다 다른 인용 패턴

모든 AI가 같은 소스를 인용하지는 않는다.

챗GPT는 위키피디아 스타일의 체계적 정보를 선호하면서도, 레딧 스레드의 실제 토론도 참조한다. 구글 AI 오버뷰는 레딧(21%), 유튜브(19%), 쿼라(14%) 순으로 인용한다. 위키피디아는 오히려 비중이 낮다.

4개 이상의 AI 플랫폼에 인용되는 사이트는 개별 플랫폼 응답에 등장할 확률이 2.8배 높다는 분석도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소스가 더 자주 인용된다는 뜻이다.

시장의 반응

GEO 서비스 시장이 2024년 8억 8,600만 달러에서 2031년 73억 1,8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연평균 34%). AI 검색 플랫폼 퍼플렉시티의 월간 방문자는 2024년 3월 5,240만 회에서 2025년 5월 1억 5,300만 회로 늘었다.

2025년 9월 스크라이브와이즈(Scribewise) 조사에 따르면, 미국 마케터의 54%가 3~6개월 내에 GEO 전략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47%의 브랜드는 아직 명확한 GEO 전략을 갖추지 못했다.

허브스팟도 방향을 전환했다. 블로그 트래픽이 전체 리드의 10%만 차지한다고 밝히면서, “어떤 CRM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는 허브스팟 자체 발표이며, 제3자 검증 데이터는 확인되지 않았다.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기업의 딜레마

AI가 인용하는 콘텐츠의 조건 중 일부는 좋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겹친다. 검증 가능한 팩트, 명확한 출처, 독자적 취재, 꾸준한 업데이트. 브랜드 미디어나 뉴스레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부 겹치지는 않는다. AI는 추출하기 쉬운 구조를 좋아한다. 리스티클, 짧은 문단, 첫 문장에 답이 나오는 형식. 반면 깊이 있는 탐사보도나 복잡한 맥락을 담은 분석 기사, 혹은 브랜드의 서사를 담은 콘텐츠는 AI가 잘 추출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기사가 그 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GEO 관점에서 최적화되지 않았다. 표도 없고, 리스티클도 거의 없고, 첫 문단에 “GEO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허브스팟 사례로 시작해 맥락을 쌓아가는 구조다. 사람이 읽기엔 자연스럽지만, AI가 추출하기엔 불리하다.

GEO에 최적화하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란? AI가 콘텐츠를 인용하도록 최적화하는 전략. 2023년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제안.

핵심 통계

  • AI 가시성 30~40% 향상 (출처 인용, 통계 추가 시)
  • 구글 5위 사이트 → 115.1% 가시성 증가
  • 리스티클이 AI 인용의 50% 차지

이런 형식이면 AI가 바로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콘텐츠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기존 형식을 유지하면서 AI 인용을 포기할 것인가. AI 인용을 위해 콘텐츠의 문법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둘을 분리해서, 같은 내용을 두 가지 형식으로 발행할 것인가.

정답은 아직 없다. 분명한 것은 AI 인용과 독자의 몰입이 다른 목표라는 점이다. 둘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지만, 항상 양립하지는 않는다. 어떤 글을 쓸지는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댓글 남기기


관련 기사

인터뷰

[Startup’s Story #511] “AI가 못하는 건 책임지는 판단”

글로벌

600만 달러의 실험, 1년 후 5억 명이 쓴다

Uncategorized

카카오, 차세대 언어모델 ‘Kanana-2’ 업데이트…4종 오픈소스 추가 공개

글로벌

앤트로픽, 네 번째 경제 지수 보고서 공개…한국 인구 대비 클로드 활용도 상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