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젠슨 황 회동, 재계 총수 총출동

공공 5만·민간 20만장 공급… 피지컬AI 협력 본격화

한국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 이상을 확보하고 피지컬AI, 인재양성, 스타트업 육성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체제를 구축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오후 2시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생태계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동석했다.

재계 총동원… GPU 26만장 이상 확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민간의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 최신 GPU 총 26만장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 부문에서는 GPU 약 5만장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등에 신속·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총 20만장 이상을 삼성,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에서 AI 기반 제조업 혁신 및 산업 특화 AI 모델 구축 등에 활용한다.

이로써 국내 최신 GPU 보유량은 기존 6만개에서 32만개로 늘어난다.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GPU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제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 만큼,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피지컬AI 협력 본격화

이날 회동에서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실제 하드웨어 기반 AI인 ‘피지컬AI’ 분야 협력이 집중 논의됐다.

과기정통부는 현대차그룹,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 및 운영,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AI 기반 스마트 제조, AI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기술 공동 개발, 최신 고성능 GPU 공급 및 투자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분야 인프라 구축 및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과기정통부는 원활한 협력을 위한 정책적·행정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 및 인재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통신3사(SKT·KT·LGU+),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세대는 엔비디아와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공동연구 및 실증을 위한 MOU를 맺었다. AI-RAN은 이동통신 기지국과 AI를 결합해 피지컬 AI에 통신과 컴퓨팅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성능 한계를 뛰어넘고 배터리 소모를 혁신적으로 줄여 AI 서비스 확산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국내 제조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제조 AI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기반으로 아시아 최초 기업 주도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SK그룹뿐 아니라 정부·공공기관·국내 스타트업 등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및 AI를 기반으로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연구기관 협력 확대

과기정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엔비디아는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엔업(N-UP)’ 프로그램의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엔업 프로그램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AI 스타트업 총 151개사를 지원했으며, 올해에는 총 39개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2026년 예산 등을 고려해 프로그램 운영 규모 확대 및 피지컬 AI 등 핵심 분야 지원 강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국내 연구기관과는 기술협력을 위한 전문가 조직(CoE)을 구성하고, 슈퍼컴퓨터 6호기(‘한강’)와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팅 환경 구축, 기초과학 연구에 필요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GPU 가속 등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AI 3대 강국 실현”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도’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AI 혁신의 속도를 담당하고 있다면, 한국은 이 속도를 잘 활용해 혁신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논의된 협력 방안이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블랙록, 오픈AI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아태 지역 AI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인프라·기술·투자가 선순환하는 AI 생태계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가 단순한 혁신을 넘어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된 오늘날, 엔비디아와 함께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제조업 역량 등 한국이 보유한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투자”라며 “앞으로 과기정통부는 AI 주무부처로서 ‘AI 3대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AI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오후 APEC CEO 서밋 특별 세션에서 한국과의 협력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