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CEO 서밋 특별연설…”보호무역 시대, 다자협력이 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주관, 1,000여명 참석한 글로벌 경제 포럼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드는 위기 상황일수록 연대의 플랫폼인 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예술의 전당 화랑홀에서 진행된 특별연설을 통해 “20년 전 의장국으로서 ‘부산 로드맵’을 발표했던 대한민국이 다시 APEC 의장국으로서 위기에 맞설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CEO 서밋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며, APEC 회원국 정상들과 글로벌 기업 CEO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3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APEC은 전 세계 GDP의 61%, 교역량의 4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다.
이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이 APEC 최초로 민-관 합동 포럼을 개최했으며, 2023년 공급망안정화법을 제정해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통상장관회의에서는 ‘APEC 연결성 청사진’ 이행을 마무리하고 디지털 연결을 통한 인적·물적·제도적 연결성 강화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수막새가 처마 끝에서 건물을 지키고 기와 조각들을 단단히 이어 하나의 지붕을 완성하듯, 인적·물적·제도적 연결이 APEC의 든든한 지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정상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산업 발전과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이용 사이의 균형을 이룰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비전이 APEC의 뉴노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9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AI 고속도로 건설에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2005년 한국 주도로 설립된 ‘APEC 중소기업혁신센터’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개도국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지적재산권, 통상 분쟁 해결 등 노하우를 공유해왔다고 밝혔다.
올해 9월 중소기업 장관회의에서는 ‘제주 이니셔티브’를 채택하고 ‘APEC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해 올해 8월 설립한 ‘APEC 미래 번영기금’에는 100만 달러를 기여했으며, 청년 지식교류와 디지털 역량 강화, 인구·환경 문제 등 5대 중점분야를 우선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APEC이 지난 36년간 이뤄온 성과들도 조명했다. 1996년 문을 연 CEO 서밋은 정부와 기업, 시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1997년 도입된 ‘APEC 기업인 여행 카드’는 기업인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대표적 성과로, 비자 없이 패스트트랙으로 출입국이 가능해 아태지역 인적 교류와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마련된 ‘국경 간 개인정보 보호제도’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는 자유롭게 오가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제안이 국제협력의 모범사례가 된 경우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개최지인 경주의 역사적 의미도 강조했다. “천년 왕국 신라는 외부 문화와의 교류와 개방을 멈추지 않았고, 그 힘으로 삼국을 통일했다”며 “날마다 새로워지며 사방을 아울렀던 신라의 정신이 이번 APEC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신라 시대 천문대인 첨성대를 AI에 비유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별의 움직임을 읽어낸 첨성대처럼, 인공지능도 데이터에 기초해 인류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지성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겨울 오색 응원봉으로 내란의 어둠을 몰아낸 K-민주주의가 증명했듯,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연대와 협력이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산업화를 일궈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역사가 여러분에게 위기를 헤쳐갈 영감과 용기를 선사하길 기대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전날 환영만찬에서 “이번 APEC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자간 플랫폼이 되어 인류에 진정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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