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30일 코엑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1000여 명이 모였다. 지난 8월 시작된 프로젝트가 첫 결과물을 내놓는 자리였다. 배경훈 부총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소버린 AI 실현 가능성은 희미했다”고 운을 뗐다. 4개월 만에 5개 컨소시엄이 각자의 답을 들고 나왔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데이터 분야 628억 원, GPU 지원 1576억 원, 인재 영입비 250억 원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발표 6개월 이내의 글로벌 AI 모델과 비교해 95% 이상의 성능을 달성하는 것. 2026년 상반기까지 1차 개발을 완료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왜 소버린 AI인가
AI 모델을 외부에 의존하면 비용과 데이터 모두 통제권 밖에 놓인다. API 가격 인상, 서비스 정책 변경, 학습 데이터 유출 우려까지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된 구조에서는 산업 전환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한국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부가 인프라와 예산을 지원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각자의 강점으로 경쟁하는 구조다.
5개의 답
SK텔레콤의 ‘A.X K1’은 519B(5190억 개) 매개변수로 이날 공개된 모델 중 가장 컸다. 전문가 혼합(MoE) 구조를 적용해 추론 시에는 330억 개만 활성화된다. 정석근 AI CIC장은 “500B 모델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만 이뤄놓은 단계”라며 “매개변수가 확보돼야 가능성 자체가 많아진다”고 했다. 딥시크-V3.1 대비 사용자 지시 정확도 148%, 한국어 시험 결과 110%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1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에이닷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AX 등 관계사와 손잡고 칩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구축을 목표로 한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은 236B 규모다.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어텐션 기술로 메모리 요구량과 연산량을 70% 줄였다. 엔비디아 A100 같은 소형 GPU에서도 운용 가능하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벤치마크 72점으로 알리바바 큐원3(69.8점), 오픈AI gpt-oss(69.4점)를 넘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엑사원 4.0을 딥시크와 동등한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허깅페이스 누적 다운로드는 880만 건, 파생 모델만 300건 이상이다. 퓨리오사AI의 NPU ‘RNGD’와 K-엑사원을 결합한 패키지를 출시하고, 프렌들리AI를 통해 1월 중 무료 배포를 시작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 X 시드’로 다른 경로를 택했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를 단일 모델에서 동시에 학습하는 네이티브 옴니모달 구조다. 성낙호 기술 총괄은 “여러 모델을 호출하고 복잡한 단계를 거칠 필요 없어 새로운 현장에 도입할 때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추론 특화 모델 ‘시드 32B 씽크’는 에이전트 벤치마크에서 40B 이하 모델 중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수능에서는 주요 과목에서 1등급을 달성했다. 내년 2월에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전자증명서 에이전트, 공유누리 예약 에이전트를 네이버 톡톡으로 제공한다.
NC AI의 ‘배키’는 100B급 산업 특화 모델이다. 딥시크 V3 대비 메모리 사용량 83% 절감, GPU 연산 시간 15% 단축. 14개 컨소시엄, 40여 곳의 수요기관과 함께 28개 산업 확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인터엑스와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 전환, 현대오토에버와 산업용 AX, 포스코·롯데와 물류 AX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육군 인공지능 센터와 협업 중이다.
5개사 중 유일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솔라 오픈 100B’를 내놨다. 102.6B 규모. 김성훈 대표는 “원래라면 30B 수준에 도전할 단계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100B 모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성훈 대표는 준비된 영상 대신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시연했다. 딥리서치, 슬라이드 생성, 보고서 작성 등 복잡한 기능을 라이브로 보여주며 모델의 완성도를 강조했다. 모델은 이미 허깅페이스에 무료 공개됐다. 마키나락스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뷰노는 헬스케어에, 플리토는 AI 통번역에, 로앤컴퍼니는 법률 분야에 이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와 비영리 기관에는 전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한다.
상용화의 속도
각 사가 제시한 성과는 단기간에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상용화도 이미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AI 디지털 사회간접자본’ 역할을 자처하며 소형 모델 학습 지원과 환각 방지 기능을 제공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공공 서비스 연동을, LG AI연구원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패키지를, NC AI는 산업 현장 확산을, 업스테이지는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을 각각 앞세웠다.
그러나
벤치마크 점수가 곧 시장 경쟁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은 수년간의 연구와 대규모 투자 위에 서 있다. 중국의 딥시크, 알리바바 역시 공격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안정성, 다양한 태스크에서의 범용성, 지속적인 업데이트 역량은 앞으로 증명해야 할 영역이다.
단상 위의 격려와 별개로, 경쟁의 논리는 작동한다. 1월 중 1차 평가를 거쳐 1개 컨소시엄이 탈락한다. 6개월 단위 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2팀만 남는다.
배경훈 부총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부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대한민국을 아시아 AI 수도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이날 5개 모델은 글로벌 경쟁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1차 발표회는 끝났다. 1월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