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현장에서 체감한 피지컬 AI의 속도
-$1,000 자율주행, 1주일 시제품의 시대
-중국 VC가 전한 로봇과 자율주행의 현재

“챗GPT가 ‘뇌(腦)’의 혁명이었다면, 다음 물결은 ‘신체(身體)’의 혁명입니다. 소프트웨어 속에 갇혀 있던 AI가 이제 물리적 세계로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B2B 및 하드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윈치파트너스(Yunqi Partners)’의 회의실. 천위 AI·로보틱스 투자 담당 심사역이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 관계자 앞에서 던진 화두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플래텀이 진행하는 ‘상하이·항저우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 투자자, 지원기관 관계자 등 약 3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은 중국 피지컬 AI 생태계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1시간이 넘는 간담회 동안 쏟아진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들은 글로벌 피지컬 AI 산업의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6~7대 중 1대가 완전 자율주행 차량”… 중국발 자율주행 보급의 실체
윈치파트너스가 ‘피지컬 AI’의 첫 번째 상용화 사례로 꼽은 것은 자율주행이었다. 천위 심사역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6~7대의 승용차 중 1대가 완전 자율주행(FSD) 솔루션을 탑재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완전 자율주행 탑재 차량은 연간 250만 대 수준에 달한다.
다만 이 수치는 윈치파트너스 측의 자체 추정치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인차이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승용차의 L2 이상 지능형 주행 시스템온칩 탑재율은 63.8%이며, 25~30만 위안(약 4,800~5,800만 원) 가격대 차량에서 L2.9급 고급 자율주행 시스템 침투율이 50%를 넘어섰다. 이는 전 가격대 평균이 아닌 중고가 세그먼트에 집중된 수치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보급의 비결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라이다 센서 가격이 10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천위 심사역은 “엔비디아 오린 칩을 탑재하고 라이다 1개, 카메라 11개를 장착한 완전한 자율주행 하드웨어 솔루션 구축 비용이 1,000달러(약 130만 원)를 넘지 않는다”며 “이것이 전 세계 어디서도 불가능한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에 대한 질문에 그는 “중국 기업들은 테슬라 완전 자율주행 V13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격차는 12개월 이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윈치파트너스 측의 자체 평가로, 테슬라는 2025년 10월 완전 자율주행 V14를 출시하며 10배 더 큰 신경망 모델을 적용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라지 라지쿠마 교수는 “테슬라가 웨이모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 바 있어, 중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의 시각: 웨이모의 압도적 리드와 테슬라의 도전
중국 기업들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율주행 시장의 현실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알파벳(구글) 산하 웨이모는 현재 미국 10개 도시에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25년 한 해에만 1,400만 건 이상의 탑승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4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당 25만 건 이상의 유료 탑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웨이모는 2026년 20개 이상의 추가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며, 런던과 도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예고했다. 주목할 점은 웨이모가 고가의 라이다 센서와 원격 안전 관제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카메라 기반 저가 솔루션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은 높지만 안전성 검증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2025년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안전 모니터’가 차량에 동승해야 하는 단계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2026년까지 100만 대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테슬라가 도로를 달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웨드부시증권의 스콧 데빗 애널리스트는 “2026년이 자율주행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웨이모가 20개, 테슬라가 30개 도시에서 서비스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아마존 산하 죽스도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선전 속도’의 비밀: 1주일 만에 시제품
중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윈치파트너스는 네 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했다. 첫째, 엣지 컴퓨팅 칩의 고성능화 및 저가화다. AI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둘째, 모델 압축 및 증류 기술이다. 거대 모델을 로봇의 작은 두뇌에 맞게 경량화하여 엣지에서 실행할 수 있다.
셋째, 강력한 공급망이다. 천위 심사역은 “선전(深圳)에서는 1주일 내에 모든 시제품 제작이 가능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부품 하나 깎는 데 한 달이 걸린다면, 선전에서는 아침에 도면을 보내면 저녁에 퀵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넷째, 성숙한 AI 인프라와 인재 풀이다. 그 결과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팔이 1만 달러 이상인 것에 비해, 윈치파트너스 포트폴리오 기업이 제작한 6축 로봇 팔은 기존 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제공된다.

로보밴 1만 6,000대 배치… 니올릭스의 글로벌 확장
중국의 피지컬 AI는 이미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윈치파트너스가 투자한 니올릭스의 자율주행 물류 배송 차량(로보밴) 사례가 대표적이다. 니올릭스는 2025년 10월 6억 달러 이상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중국 자율주행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다.
현재 칭다오에만 1,200대 이상의 로보밴이 운행 중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1만 6,000대 이상이 배치되어 있다. 300개 이상의 중국 도시에서 운영되며, 누적 5,000만 km 이상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니올릭스는 2025년 1억 4,000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며, 2026년 연간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니올릭스의 글로벌 확장이다. 2025년 7월 인천광역시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한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을 스마트 교통·물류 혁신의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니올릭스는 이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주요 물류 허브에 스마트 물류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세계 최초의 로보밴 공공도로 운행 면허를 취득했으며, 일본 최대 자율주행 협회인 오토웨어에도 가입했다.
VLA 모델: 로봇을 위한 GPT가 온다
중국 로보틱스 기업들이 활용하는 핵심 기술은 VLA(시각-언어-행동) 모델이다. 이 기술은 시각 정보(주변 환경)와 언어 명령을 입력받아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을 수행하도록 한다. 천위 심사역은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이 거대언어모델처럼 발전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자율주행의 경우, 비디오를 입력하면 운전 방향과 차량 속도라는 두 가지 출력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리오토와 샤오펑 같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VLA 모델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특히 샤오펑은 2025년 6월 자체 개발 ‘튜링’ AI 칩을 양산 출시하며, VLA 모델을 직접 구동하고 있다. 리오토 최고경영자 리상은 “VLA가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용자 선호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휴머노이드는 “아직 5~10년”… 그러나 산업용은 빠르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제시됐다. 천위 심사역은 “가정용 휴머노이드 보급은 5~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휴머노이드는 월 100대 수준의 소규모 생산이며, 주요 고객은 정부, 연구소, 대학, 일부 기업의 연구개발 목적이다.
다만 자동차 공장 등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특수 목적’ 휴머노이드는 2~3년 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니트리 같은 와이어 구동 방식의 로봇은 이미 놀이공원에서 팝콘을 판매하는 등 실생활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BMW의 미국 공장에서는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피규어 02’가 3만 대 이상의 BMW X3 생산에 참여하며 9만 개 이상의 판금 부품을 적재했다.
한국의 대응: K-휴머노이드 연합과 대기업의 로봇 경영
중국의 피지컬 AI 굴기에 대응해 한국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4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키고, 2030년까지 로봇 AI와 하드웨어,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개발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40여 개 기업과 서울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이 참여했다. 정부는 ‘2030년 로봇 100만 대 보급’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며 로보틱스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자동차 생산 라인에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 2,000억 원,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해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가 더 이상 자동차 제조 회사가 아닌 로봇 및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85만 원으로 상향했다.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3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카이스트 ‘휴보’ 개발팀 출신이 설립한 기업으로, 미국 스킬드AI에도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범용 로봇 AI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LG전자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에지봇, 미국 피규어AI, 다이나로보틱스 등에 잇따라 투자하며 로봇을 그룹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다.
특히 한국 부품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로보티즈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약 700개의 액추에이터를 공급했으며, 테슬라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시제품에도 대표 제품인 ‘다이나믹셀’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iM증권 이상수 애널리스트는 “로보티즈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업체 공급 레퍼런스를 보유한 유일한 업체”라고 평가했다.
엑시트 한파 속 생존법: “하드테크와 글로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중국 벤처캐피탈 시장의 냉혹한 현실도 있었다. 천위 심사역은 “홍콩 및 미국 기업공개 시장이 사실상 얼어붙었고,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빅테크의 인수합병도 규제로 인해 드물어졌다”며 엑시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 ‘내권화(内卷)’라 불리는 중국 특유의 과당 경쟁이 더해진다.
“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동일 분야에서 경쟁합니다. 이런 환경이 역설적으로 살아남은 기업을 매우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기술 장벽(하드테크)을 쌓거나,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합니다.”
윈치파트너스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중국 거대언어모델 기업 미니맥스다. 시드 단계부터 투자한 이 회사는 2026년 1월 9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65억 달러(약 9조 원)로 상장한 미니맥스는 첫날 주가가 109% 급등하며 137억 달러(약 20조 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미래에셋증권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중 피지컬 AI 경쟁의 향방
간담회 말미에서 윈치파트너스는 한국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의 현대차, 삼성, LG 등도 중국 생태계를 일찍 경험하고 파트너십을 맺지 않으면 뒤처질 것입니다. 샤오펑이나 BYD가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한 후에 현대차가 개발을 시작하면 너무 늦습니다.”
천위 심사역은 “중국 스타트업은 압도적인 하드웨어 가성비와 기술력을 가졌지만,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이 약하다”며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중국의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 같은 협력 제안은 현재 한중 관계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복잡한 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고급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공급망 전략의 재검토다. 로보틱스 하드웨어 비용이 중국에서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면, 자체 개발을 고집할 경우 비용 경쟁력에서 치명적인 열위에 놓일 수 있다. 둘째, 협력과 종속의 경계 설정이다. 어떤 기술은 내재화하고, 어떤 기술은 협력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셋째, 속도의 문제다. 선전의 ‘1주일 시제품’에 대응하려면, 한국 제조업 생태계도 피지컬 AI 시대에 맞는 속도를 갖춰야 한다.
윈치파트너스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너무 늦다.”


![[법률人사이트] AI기본법, 변호사에게 물었다 Evoto](https://platum.kr/wp-content/uploads/2026/01/KakaoTalk_20260120_033850745_01-150x150.jpg)

![[Startup’s Story #511] "AI가 못하는 건 책임지는 판단" IMG_4505](https://platum.kr/wp-content/uploads/2026/01/IMG_4505-150x150.jpeg)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