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아직 유효한가?
Social Mission을 갖고 business하시는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12일 서울시 의회는 사회투자기금 1,000억원을 조성하기 위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기존 2,000억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해 1,000억으로 삭감하였는데요. 서울시가 500억원을,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의 민간에서 500억원을 매칭으로 조성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성된 기금을 민간에 위탁하여 수혜자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사실 1천억원은 기대했던 수준보다는 적지만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닌데요. 그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즉, 기금의 성격이 기부냐? 아니면 대출이냐? 아니면 둘이 조합된 성격이냐?라는 것입니다. 소셜 미션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요.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기금은 변동될 가능성도 있지만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성격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결국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소셜 미션을 가지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창업을 선택하신 분들에게 오히려 빚만 안겨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발판을 마련하기 좋은 마중물이 될 것인가는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복지의 한 축으로 도입되었던 마이크로파이낸스를 공부해 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등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마이크로파이낸스 열풍이 불었는데요. 복지적 개념을 가지고 도임되었던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원래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세운 그라민 은행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은 무담보와 무보증 소액금융 전문 은행입니다. 1973년 단돈 20달러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던 여성들을 위해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27달러로 시작했는데요.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소액을 빌려주어 사업을 시작하도록 해서 소득이 발생하면 갚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기존의 은행에 접근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획기적인 시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IMF 이후에 이슈가 돼서 몇 년 동안 복지 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효율성과 효과성 모두를 갖고 있는 개념입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경우 평가지표를 상환율에 두고 있습니다. 저개발국가는 상환율이 몇%인지 혹시 아시나요? 99%입니다. 아무리 낮은 국가도 95%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럽과 같은 선진국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70%의 상환율을 보이고 있고 유럽의 경우는 평균 50%의 상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경제가 발전된 국가가 상환율이 더 낮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문화적인 차이로 개인주의 문화 or 공동체 성향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저개발국가의 경우에는 예전 우리나라처럼 한 마을에서 태어나면 그 마을에서 자라고 그 마을에서 죽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쉽지 않았고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정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돈을 못 갚아도 어디 갈데가 없습니다. 그냥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에서 일하면서 갚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선진국은 이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고, 이동이 너무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파이낸스 수혜자 들이 사업이 어려워지면 그냥 폐업해 버리고 도주해 버리게 되는 것이죠. 제가 속한 재단에서도 200개가 넘는 업체를 관리하고 있는데요. 이 중 10%정도는 이미 망해서 폐업하였고, 이리저리 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로 상환율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중요한 부분인데요. 자본주의의 성숙의 정도의 차이입니다. 자본주의 성숙의 정도에 따라 저개발국가와 선진국의 사업 기회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데요. 저개발국가에서는 자본집약적인 산업보다는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 즉 농업이 기반인 사회이기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즉, 저개발 국가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참고로 방글라데시에서는 몇 년 전에 유행하였던 사업이 휴대전화 대여 사업이었습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혜택을 받은 여성이 휴대전화를 구입해서 그 마을 사람들이 함께 휴대전화를 대여하여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이죠. 이는 70년대 우리나라 유선전화 문화랑 비슷한데요. 동네에 전화 한 대씩 밖에 없어서 전화 걸고 한참을 기다리고 다시 걸고 했던 그런 문화가 30년 정도 늦게 방글라데시에 들어간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듯 저개발국가는 여러 사업기회를 갖고 있어서 성공할 확률이 높았던 것이죠.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견고하게 짜여진 경제구조가 있고 자본주의의 성장의 한계에 까지 다다를 정도의 경제 환경입니다. 또 부의 되물림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사업을 시작할 거리가 없는 것이죠. 마이크로파이낸스를 받은 분이 그래서 시작하는게 여성 가장은 분식집, 은퇴한 남성은 치킨집을 하는 것입니다. 경쟁자가 많고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가 프랜차이즈 본사는 여기저기서 뻥튀기를 하니 당연히 1년 내에 30%가 망하고 3년 내에 50%가 망하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당연하게 상환율을 좋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사업수완이 있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사업에 대해 아이디어와 의지가 없고 기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좋은 시도이고 개념이긴 하지만 스스로가 갖고 있는 한계점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결국은 시드머니는 투자의 개념으로 가야…
결국 소셜 미션을 가진 창업자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투자의 개념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사업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마이크로파이낸스 형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도 망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 구조 속에서 창의적인 소셜미션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서울시가 그 모델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