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스타트업 #5] ‘스타트업 칠레’ 세바스티안 안드레스 비달 센터장 인터뷰
스타트업 칠레(Start-up Chile)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국가주도의 창업기관이다. 2010년 설립된 이래 칠레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칠레 정부 및 민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칠레는 어느덧 국가 경제를 대표하는 기관 중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으로 스타트업 칠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향후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공동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세바스티안 안드레스 비달 아라야(Sebastián Andrés Vidal Araya) 센터장을 통해 스타트업 칠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스타트업 칠레의 세바스티안 안드레스 비달 아라야 센터장
스타트업 칠레에 대해 말해달라.
스타트업 칠레는 2010년 문을 열었다. 우리는 칠레의 창업생태계 조성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2000만 페소(3만 5000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데 외국 국적일 경우, 체류기간 1년의 취업비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의 가장 중심적인 목적은 국내 창업생태계 활성화와 스타트업 발전에 있다. 나아가, 칠레 및 라틴 아메리카 창업생태계의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스타트업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창출을 원하고 있다.
본인 소개 또한 부탁한다.
2011년 8월, 스타트업 칠레의 운영 팀장을 시작으로 2012년 부센터장, 2014년 8월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스타트업 칠레의 운영 철학에 대해 듣고 싶다.
스타트업 칠레는 창의력을 배양해 기존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변화하기를 원했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마이크 리더비(Mike Leatherbee) 박사는 스타트업 칠레 프로그램에 참여한 칠레 창업가들에게서 관찰력의 발달, 기회 포착력 증가, 자신감에서 비롯된 능력 향상과 같은 요소들이 생겨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 온 창업가들과의 교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창업에 관한 확신과 열정은 국가 발전에 근본이 되는 부분을 담당할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의식변화가 생겨났으면 한다.
스타트업 칠레의 코워킹 플레이스(co-working place)
스타트업 칠레와 유누들(Younoodle)은 어떠한 일을 함께하고 있는가?
유누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해 있으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은 스타트업이 우리의 지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유누들의 플랫폼을 통해 참가를 신청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심사를 한다. 이때 혁신 등급이라 불리는 평가 방법을 사용하는데 글로벌시장에서의 가능성, 어떤 팀을 구성하고 있고 얼마나 다양한 인적 자원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 증명 가능한 업적과 관련 네트워크 등이 이에 해당되는 조건들이다.
그 동안 스타트업 칠레를 거쳐간 스타트업의 수는 얼마나 되나? 그리고 Exit 사례는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현재까지 75개국, 1052개 스타트업이 거쳐갔으며1년에 3번 모집 기간이 있는데 각 프로그램마다 100개 업체를 선정한다. 다시 말해, 일년에 300 업체를 뽑아 지원한다. 이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가끔 일부 스타트업 중에서는 다른 국가에서 이미 투자를 받았다던가, 다른 기관에 참여하는 이유로 칠레에 오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이탈하는 수는 적은 편이며 프로그램마다 평균 9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매우 역동적이며 기술적 요소가 함께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엑싯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보통 10% 정도다. 엑싯에 성공하려면 평균 6년이 걸리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아직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15개의 스타트업(CRUISE MATCH, Entrustet, WeHostels, Comenta.TV, Flipter, Nina’s Box, PriceShred.com, FunPuntos, Brainwave Education, Croak.it, Bizpora, Vulevu, Aventones y Kloof 등)이 인수합병을 통한 엑싯에 도달했고 여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칠레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국적과 분야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
국적 비율은 칠레가 21%로 가장 높고, 미국, 아르헨티나, 인도, 브라질이 19.6%, 8.9%, 6.3%, 4.4%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분야는 IT 소프트웨어가 18.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커머스와 소셜 미디어/네트워크가 8.5%를 뒤를 잇고 있다.
스타트업 칠레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의 분야 비율
스타트업 칠레의 국적 비율 상위 10(2.2.1.)과 최근 3번의 프로그램의 국적 비율 상위 10
스타트업 칠레는 전담제로 근무할 만큼 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직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스타트업 칠레의 팀원은 18명이고 금융,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교류 및 확산,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정부의 창업 부처인 코르포(Corfo)가 마련한 정책에 기초하고 있다.
매년 30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당연히 많은 협력이 필요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세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참가자들 간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두 번째는 스타트업 간 협업체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각 프로젝트의 과정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확실한 관리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해 묻고 싶다.
스타트업 칠레는 글로벌시장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칠레 정부와 우리는 스타트업이 국제 무대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모든 지원은 수료 받을 때까지 이어지며 글로벌시장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마다 멘토와 투자자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네트워킹을 통해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프로그램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을 들자면 URX, Safer Taxi, Cruisewise, WeHostels, Motion Displays, Babytuto, Phage Technologies, Uniplaces, Cabify, Review Trackers 등이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해 스타트업 칠레와 교류를 통해 한국의 유능한 창업 인력의 중남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어떤 방향으로 교류를 추진하고 싶나?
한달 전, 칠레와 한국은 양국간 자유무역의 최상의 조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스타트업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 칠레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면 지난 4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우리와 같이 외국의 인재를 모집한다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할 생각이다.
만약 스타트업 칠레에서 활동하던 외국 스타트업이 중도에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패널티 조항이 있는지 알고 싶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가족의 사망, 불의의 사고 등 어쩔 수 없는 경우, 사용한 금액을 제외하고 보조금을 돌려주면 된다. 반면에 프로그램이 본인들에게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쓴 내역을 포함한 전부를 반환해야 한다.
스타트업 칠레 모델을 원하는 국가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 고려할만한 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가?
나라마다 필요한 조건이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타트업 칠레는 칠레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이고 창업생태계가 발달되어 있는 국가처럼 변화하기를 바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칠레에서 시작해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 다른 국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페루, 브라질, 말레이시아, 자메이카 등에서 문의가 들어왔었고 우리 모델을 다른 나라에서 원한다면 지역이 어디라 해도 당연히 전파할 수 있다. 그렇지만 칠레에서 성공을 거둔 정책이라고 해서 페루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해당 국가의 특성을 찾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에 스타트업 칠레는 사업을 추진할 때 이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칠레 창업생태계 상황에 대해 묻고 싶다.
칠레는 지난 몇 년 동안 창업 국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시장 진출 부진과 같은 문제점 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족한 혁신을 메울 수 있는 방안 수립과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필요한데 방법의 한 가지로 외국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에 스타트업 칠레에 참가한 칠레 창업가들의 경우, 성공 케이스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해외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고 이러한 좋은 흐름이 창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질적 향상을 불러 오고 있다.
물론,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M&A, 상장 등의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는 등 성숙된 투자시장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역을 확대해서 라틴 아메리카 창업생태계 상황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칠레의 예를 들어보면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인큐베이팅과 엑셀러레이팅에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이 극소수다. 더욱이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댈 수 있는 엔젤투자자의 수가 매우 적다. 이는 칠레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문제다. 더욱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안들과 스타트업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도 부족한 현실이다.
반면에 잠재된 기회 요소들도 있다. 지역의 대기업은 점점 혁신적인 컨셉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놀라울 만한 신기술을 지닌 곳은 드물다. 이러한 때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이 이들의 필요를 만족시켜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큰 회사들은 고객 혹은 투자자로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틴 아메리카에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칠레를 포함한 전세계의 훌륭한 인적 자원의 모집과 같은 다각도의 노력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참여하는 스타트업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펀드 규모도 확대하려고 하는데 얼마 전부터 새로운 정책인 ‘스타트업 칠레 스케일(Start-UP Chile SCALE)’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6000만 페소(1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하는데 프로그램을 이수한 스타트업 중 칠레에 정착해 사업을 이어나가기를 원하는 경우에 해당되고 각 기수마다 최대 10개 스타트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품격 지원책도 추진할 것이다. 우선,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의 멘토를 초빙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생각이다. 여기에 두 가지 단계를 더 신설하려고 하는데 누구나가 아닌 선택 받은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특화된 과정을 만들 예정이다.
나아가 스타트업 칠레 프로그램을 칠레 전 지역에서 실행할 계획이다. 규모가 작은 지사형태가 아닌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청년들이 도전하고 싶어하는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