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224] 시각장애인을 위한 똑똑한 돋보기를 만들다 … ‘에이티랩’

시각장애인은 앞이 아예 보이지 않는 전맹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80%는 교정 시력이 0.4 이하로 글자를 판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저시력자다. 그동안 저시력자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전맹자 중심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그들의 문제점이 방치된 상황이었다. 저시력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점자나 지팡이가 아닌 글자를 판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확대경이다.

에이티랩이 개발한 샤인플러스는 이러한 문제점에 착안해 개발된 서비스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의 글자를 읽어주거나 확대해주는 앱이다. 에이티랩은 샤인플러스 외 전맹자와 저시력자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에이티랩 박영숙 대표는 장애인과 사회복지에 대해 관심을가져오다 오십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하며 관심을 실행으로 옮긴다. 그녀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시각장애인의 학습법에 대해 연구를 하던 중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직접 개발해야겠다 마음먹고 30여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뒤로한채 창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박대표는 회사를 5년 동안 이끌어 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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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영숙 대표, 김정 기술이사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갖고, 샤인플러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한 미군에서 정보시스템 분석가로 30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어느 날 스크린리더를 통해 화면에 있는 글자를 음성으로 들으면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직원을 보고, IT 기술이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후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시각장애인 학습방법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찾다가 김정 기술이사를 만나게 됐어요. 김 이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만 20년 넘게 해오신 분이에요. 그렇게 인연이 되었고 둘이서 주경야독하며 연구를 했죠.

그런데 IOS에는 ‘보이스오버’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기능이 있는데 반해 안드로이드 쪽에는 관련 제품이 없는게 보이더라고요. 나오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처음에는 회사와 창업 두 가지 일을 병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퇴사했어요. 주한 미군에서 29년 6개월을 일했는데, 30년을 채우면 상을 주겠다는 것도 마다했어요. 창업을 결심한 이상 다른건 중요하지 않았죠. 그저 하루 빨리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지해줬고, 특히 두 딸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사업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셨나요? 중장년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많은건 아닌데요.

2014년 SKT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에서 창조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어요. 소셜 벤처 파트너스에서도 마케팅 자금을 지원 받았고요. 업무 공간은 서울시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제공받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국내 VC와 투자유치 만남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샤인플러스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간단히 말하자면,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입니다. 애플에서 개발한 아이폰용 ‘보이스오버(VoiceOver)’나 구글에서 개발한 ‘톡백(TalkBack)’은 전맹자용 서비스예요. 화면의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의 역할을 하죠. 그런데 눈이 아예 안보이는 사람만 시각장애인이 아니에요. 시각장애인 중 20% 정도가 전맹자이고, 나머지는 저시력자입니다. 저시력자는 교정 시력이 0.4 이하에서 0.01 이상인 사람들을 말해요.

샤인플러스는 전맹자뿐만 아니라 저시력자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 주위에 저시력자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분들에게는 글자를 모두 읽어줄 필요도 없고요. 글자를 확대하는 기능이 가장 필요로 하죠. 휴대폰에 내장되어 있는 글자 확대 기능은 문자메시지만 가능해요. 저희는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비롯해 모든 앱에서 글자를 확대할 수 있어요. 마치 OS처럼 백그라운드에서 동작이 되기 때문이죠.

두 번째 특징으로는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저시력자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라는 점이에요. 자신이 저시력자라는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않은 심리적 배경을 기술적으로도 반영하고 있어요. 화면의 극히 일부만 차지하는 ‘캔디바’를 필요할 때만 꺼내 쓰고 숨길 수 있어요. 캔디바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거부감이 없는 도구죠.

세 번째 특징으로는 시각장애인의 편리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중 ‘귓속말’ 기능은 핸드폰을 귀에 댈 때만 소리가 나도록 하는 기능이에요. 타인이 있는 자리에서 메시지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잖아요. 더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줄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해요. 그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많지만 샤인플러스의 핵심은 화면의 글자를 읽어주고, 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캔디바에는 어떤 기능이 들어가 있나요?

빨간색은 화면의 글자를 읽어주는 것, 주황색은 전체 화면을 읽어주는 것, 노란색은 현재 가리키는 글자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 녹색은 화면의 글자만 추려서 크게 보여주는 것이에요. 화면 오른쪽 상단의 시계 버튼을 눌러서 나타나게 하거나 숨길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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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플러스 외 에이티랩에서 개발한 다른 제품들이 있나요?

‘샤인툴즈’라는 13개의 패키지 앱을 개발중이에요. 샤인툴즈는 시각장애인이 일상생활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돕는 도구들을 모아놓은 앱 서비스에요. 여기 있는 앱들은 모두 국내외 특허를 가지고 있고요. 장애인용 확대경이나 독서기 같은 보조공학기기들은 최소 몇 백만원 수준의 고가 제품인데요. 이런 기기들을 앱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여러 언어로 번역이 되어 출시되었는데요.

현재 14개 언어로 출시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번역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번역해서 제공하겠다는 사용자들도 있었어요. 저희 서비스 사용자들은 자발적 충성도가 높고, 피드백이 적극적인 편이에요. 아마 그들이 없었더라면 샤인플러스가 지금의 완성도를 갖기 어려웠을 거예요.

에이티랩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요?

지난 9월에 열렸던 글로벌모바일비전(GMV)에 참가하여 동상을 받았어요. 이후 저희 서비스에 관심 갖는 해외 바이어들이 많이 생겼고요. 대부분은 통신사에서 연락이 오는중인데요. 그 중 흥미로웠던 것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의 제안이이었어요. 모잠비크가 문맹률이 높은데요. 샤인플러스의 글자 읽어주는 기능이 자국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며 온 연락이었어요.

서비스 완성도와 주변의 반응이 좋은데요. 현재 구체적인 수익모델은 무엇인가요?

현재 베타버전을 테스트 중에 있어서 사용자 확산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후 앱의 유료화를 고려중입니다. 통신사와도 계약을 하게 된다면 인앱으로 넣어서 판매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으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에이티랩이 지향하는 기술은 동등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지만, 저희 서비스의 가치를 알고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보고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시키고, 보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새내기. 중화권 소식통 /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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