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다운 게임을 만든다!” 이즐 정구휘 대표
보통 잘난 사람은 잘나서, 못난 사람은 못나서 주목받는 터인데, 정구휘 대표는 평범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남들에 비해 다른 점이 있었다면, 장래희망란에 항상 ‘게임 개발자’라고 썼다는 점과 사람들을 모아서 잘 데리고 다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20대가 된 후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처음으로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유학을 결심했다. 지인을 통해 영국에서 지낼 곳까지 마련하여 유학길에 오르려던 그때였다. 그의 오랜 꿈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 걸음 다가왔다. 구로동에 있는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학길에 오를 뻔했다.
게임 만들려고 게임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전공과목에 치여 게임 작품 하나 만들어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게 현실이었다. 선배들은 유명한 게임 회사에 취직했어도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SI 업체가 된 것처럼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유학을 생각했을 땐, ‘길을 잘못 선택했나 보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외국어 능력과 고학력을 갖춘 인재가 되는 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우연히 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근무하던 형과 대화하게 되었다. “형, 저 사업이나 해볼까요?”라며 가볍게 던진 말에, “어 그래. 그럼 이거 한 번 지원해봐.”라며 ‘앱 창업 전문코스’라는 사업을 알려줬다. 그 사업에 합격한 계기로 인해 팀원들과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후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나갔나.
2012년 당시 ‘유니티’라는 게임 엔진이 막 커질 때였고, 모바일 게임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때였다. 게임 볼륨이 큰 것도 아니었고, 엔진을 이용하여 간단한 작업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업비와 사무실도 확보했겠다, 우리 팀도 충분히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라..
우리가 실력이 부족했던 거다. 간단해 보이는 게임 안에 어떤 무시무시한 게 숨어있는지를 하나씩 부딪히면서 개발에 대한 키워드를 습득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자금 확보를 위한 ‘외주의 유혹’도 많았고, 증강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에 노크해보기도 했다. 사실 게임을 만드는 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외부 모듈을 붙이는 작업, 예술적 디테일, 백엔드 및 고객관리 툴, 버그 수정 등에 5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미련하게 성장했다. 야심 차게 기획하고, 종합적으로 만들고, ‘이거 왜 안 되지?’하며 상용화가 불가능한 프로토타입 버전만 만들기를 반복했다. 애자일(Agile)이 아니라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일했는데, 그건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못한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었다.
우리는 게임을 만들려고 시작한 회사였다. 그래서 핵심만 남기고 주변을 다 쳐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원하는 바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먼 길을 돌고 돌아와 작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재밌는 건 지금 게임이 우리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최초의 아이템으로 갖고 있었던 거였다.
게임을 소개해달라.
올해 4월에 출시한 ‘디멘션페인터(Dimension Painter)‘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퍼즐 게임이다. 주인공은 장애물을 뚫고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 게임의 강점은 모바일에서 콘솔 게임의 조작감을 살렸다는 점,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많이 제공하여 사용자를 끊임없이 생각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편, 사용자가 블록과 함정을 이용하여 직접 게임 맵을 만들 수 있는 에디터 기능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사용자를 끊임없이 생각하게끔 한다.”
게임의 구성 요소는 크게 캐릭터, 블록, 함정으로 나뉜다. 주인공은 연필 도구로 그림을 그려 벽을 통과하거나, 물에 잉크를 떨어뜨려 그 위를 지나가거나, 비구름을 만들어 불 재단을 꺼서 길을 막고 서 있던 골렘을 움직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스테이지가 높아지면 주인공만으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고, 다른 캐릭터와 협동해야 하는 상황도 온다.
또한, 주인공을 방해하는 방해꾼들도 상성 관계로 짜놓아 주인공을 쫓아오더라도 둘이 마주치면 서로 싸우는 게 먼저가 되어버리거나, 둘이 싸우는 걸 발견하면 중재해주는 역할을 만들어서 재미를 더했다.
이는 기존 유행하는 방치형 게임과는 정반대 방식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플레이어와 오브젝트, 함정 간에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드는 거였다. 우연이나 자동으로 플레이되면서 게임이 주가 되고 사용자는 지켜보기만 하는 기존 방치형 게임과 다르게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가도록 만들고 싶었다.
나는 게임다운 게임이란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성취하게끔 만드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멘션페인터에 콘솔 게임의 조작감을 불어넣고, 사용자가 실수할 수 있을 만한 여지를 많이 남겨두었다. 원래 게임이란 내가 실수해야 긴장감과 오기가 생기는 법이니까.
사용자 반응이 궁금하다.
현재까지 약 30,000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요새 이런 장르의 게임이 나와서 신선하다.”, “더 깨고 싶은데 스테이지가 없으니 다음 스테이지를 만들어달라.”, “인생게임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향후 계획 및 목표
10월 초 일본 시장 출시를 시작으로 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쪽 게임 퍼블리셔와 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12월 중에는 중국에도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사업으로서, 대학교에서 게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학생들이 만든 게임 작품 60여 개가 버려지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가 그 게임들의 상용화를 도와주고 학생들과 수익 분배를 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지금이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활을 걸고 만든 게임을 잘 팔아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여 당당하게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회사, 진심으로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즐 게임 재밌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우리만의 독특한 게임 색깔을 갖도록 노력해나가겠다. 회사 로고만 보아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회사를 만들고 싶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85] 방치형 게임과는 다른 재미의 ‘두뇌 풀가동’ 퍼즐 게임, ‘디멘션페인터’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