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기 쉬운데 예쁘기까지” 반려식물 시대를 앞당긴다.
디자이너 출신 조예지 대표는 ‘스타트업’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대학 시절, “디자인을 맡아줄 팀원이 필요하다.”는 친구의 제안에 처음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작업하는 데에 지루함을 느끼던 그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모님은 졸업을 앞두고도 구직 생각이 없는 그녀를 보며 불안해했지만,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에게 ‘일’이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더욱 ‘남의 일’보단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또렷해졌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대학교 내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사업은 늘상 하던 이야기였다. 내게는 예전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했던 인연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런 거 사업화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며 이야기 나누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과 사업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곤 했는데, 이 아이템도 그 대화 속에서 나오게 되었다.
여러 시장 중에서도 식물시장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나라 식물시장이 굉장히 ‘올드’하다. 대개 축하 화분을 보낼 때는 꽃집에 전화해서 ‘얼마짜리를 보내달라.’고 하고, 관상식물을 고를 때는 동네 꽃집에서 가장 예쁜 화분에 심어져있는 걸 사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은 몇 년 내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소득수준과 문화, 화훼를 대하는 태도는 일본의 화훼 소비액이 큰 폭으로 뛰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참고로 우리나라 1인당 한 달 화훼 소비액이 2만 원이 채 안 되는 데 반해 일본의 경우 7만 원~10만 원에 달하며 식물시장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사용자 경험에 있어 어떤 부분을 파고들었나.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식물. 이들이 우리 곁에 있는 건 좋은데, 생각보다 주변에 식물을 열심히 키우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식물을 선물 받은 사람들의 경우 식물이 금방 죽어버려서 죄책감이 든다고도 했다. 여러 사례를 종합해보니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의 화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 둘째로는 키우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 2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식물을 곁에 두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식물과 함께하는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해 모든 사람의 일상에 자연이 함께할 수 있도록 ‘예쁜 화분’을 만들고, ‘쉬운 흙’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저면관수 방식을 도입한 화분구조, 어떤 공간에도 어울리는 파스텔 톤 색감의 화분, 흙을 대체하는 인공토양인 ‘어반 소일’을 이용하여 고객이 모니터 화면에서 보고 기대했던 식물의 모습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게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브랜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랜드가 생길 수 있다”?
식물을 판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식물만을 잘 포장해서 상하지 않게 보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식물과 식물이 입을 옷인 화분을 함께 고르는 과정, 식물이 담겨있는 패키지, 식물을 꺼내서 책상이나 원하는 곳에 배치하는 과정, 그리고 물을 주고 키우는 경험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묶여야 고객이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식물’을 소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시장에서는 이러한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식물을 구매하는 전 과정에 있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식물 혹은 화분을 구매할 때 ‘여기에서 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렇게 되었을 때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다.
상품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시장에 출시한 ‘피스찰리(Peace Charlie)‘는 인공토양이 들어있는 가로, 세로, 높이 10cm 디자인 화분에 심어져있는 식물이다. 온라인 구매 후 화분에 심어져있는 상태 그대로 배송받는 패키지 상품이다. 지난 8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00개 화분을 판매하면서 시장에 출시하였다.
인공토양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수로 화분을 쓰러뜨려 흙이 쏟아져나올 일도, 벌레가 생길 일도 없다. 이중구조로 설계된 화분에 ‘워터미터’가 장착되어 있어 물을 줘야 할 시기와 양을 알 수 있으므로 키우기도 쉽다. 또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파스텔 톤의 5가지 색깔 화분을 만들어 수집 욕구가 들게끔 라인업을 하였다.
차별화된 화분과 인공토양을 확보한 과정
밑에서부터 물을 빨아올리는 저면관수 방식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리했다. 그래서 화분을 이중구조로 만들되 외관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모색했다. 처음에는 국내 생산을 알아봤지만,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중국 전자상거래 포털 ‘알리바바’에서 단가도 낮고, 폴리레진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심천 업체를 검색한 후 3D 도면을 넘겨 주문제작에 들어갔다.
인공토양의 경우, 일본 맥주 회사 ‘산토리(Suntory)’ 그룹에서 만든 인공토양 ‘파프칼’을 보고선 이런 걸 또 만드는 업체가 없나 찾아보았더니 국내에 딱 한 곳이 있었다. 그 곳에 연락하여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말씀드렸고, 다행히 인공토양을 활용해줄 업체에 대해 호의적으로 검토해주시면서 인공토양을 공급받게 되었다.
향후 계획 및 목표
이번 겨울에는 3월 출시를 목표로 차기 상품 개발과 브랜딩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분 디자인을 보다 다양화하고,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 옵션을 늘려서 식물 시장에서 피스찰리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게 목표이다.
최종적으로는 공간을 휴식할 수 있는 쉼터로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식물뿐만 아니라 가구로도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우리 정말 열심히 하겠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91] “키우기 쉬운데 예쁘기까지” ‘피스찰리’가 반려식물 시대를 앞당긴다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