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만 한국 사람인 중국기업 ‘tataUFO’ 창업기
부산 출신의 한 청년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컴퓨터를 처음 접한 뒤 열 다섯에 첫 창업을 하게 된다. 이후 중국으로 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따는 등 금융학도의 길을 걷다 우연히 경험하게 된 벤처 투자사 인턴을 계기로 창업자의 길에 들어선다. 타타유에프오(Tata UFO) 정현우 대표가 걸어온 발자취의 요약이다.
정 대표가 베이징으로 간 2005년만 해도 아시아 시장은 변방에 불과했다. 하지만 약관의 그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 될 것’이라 봤고, 그 중심은 중국이라 판단했다. 현재 그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정 대표는 현재 타타유에프오에 유일한 외국인이자 한국인이다. 그 스스로 타타유에프오를 ‘한국인이 대표인 중국기업’이라 정리한다. 그는 중국 기업의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업무 능력이라 말한다. 중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일을 못하는 CEO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그래서 업무 능력 발전에 집중해 자연스레 신뢰를 얻었다 한다.
정현우 대표가 31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 공동 주최로 열린 ‘중국의 한국인’ 행사에서 본인의 창업기를 이야기 했다. 아래는 강연 내용 정리.
Part. 1 학창시절
8살에 운좋게 286컴퓨터를 접했고, ADSL이 보급되던 열다섯 살 때 웹에이전시로 첫 창업을 했다. 정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J&L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PC 통신 안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시장 규모를 고민했는데,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거라 판단했고 그 중에서도 중국이라고 봤다.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회사도 정리해 베이징 대학교에 입학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2008년, 인도네시아로 대체 군복무를 갔다. 거기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버스에 컴퓨터를 싣고 IT환경이 열악한 농어촌을 다니며 아이들을 교육하는 ‘인터넷 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이 빈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격차를 없애고 싶었다.
Part 2. 스타트업에 발을 들이기까지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직후 복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던 만큼 금융업에 관심이 많았다. 투자은행과 컨설팅펌을 생각하고 있었고 컴퓨터와 IT컨설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스타트업 및 각양각색의 트렌드를 접했다. 그래서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 임지훈 심사역(현 카카오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 소개를 짤막하게 했고, 기회가 있으면 인턴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게 기회가 되어 운 좋게 인턴생활을 할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카카오모바일 등 여러 기업을 제대로 알게됐고 투자과정도 지켜봤다. 이는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턴을 마치고 복학해 ‘혁신과 창업’ 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정말 재밌었고 여기서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BBS를 이용해 사람을 모았고 카페에 1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 창업을 시작했다. 첫 서비스를 웹으로 만들었고 홍보 전단지는 2,3천장씩 등에 지고 여기저기 대학에 뿌렸다. 그렇게 하면 전단지를 뿌린 지역 학교의 가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기에 데이터도 열심히 모았다.
Part.3 졸업 후 마주한 현실
학교를 졸업한 뒤 6명의 공동창업자 중 4명이 회사를 떠났다. 2013년 여름 부모님께 받은 100만원으로 조립식 가구를 사서 직접 사무실을 꾸미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중국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에 투자사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콜드콜로 투자를 요청했다. 연락처는 인터넷에서 찾았다. 일곱 달을 꼬박 연락했는데 투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던 2014년 1월, 처음으로 투자사로부터 메일을 받았고 극적으로 첫 투자유치를 하게 됐다. 몇달 뒤 다른 투자사로부터도 받았다. 중국 내 투자는 빠르고 과감한 편이다. 시장도 크고 경쟁도 치열한 만큼 서로간 방향만 맞으면 과감하게 진행하는 편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메일을 보낼 때 전략이 있다. 우린 메일을 보낼 때 무조건 영어로 보낸다. 아시아권에서 영문 메일은 수신자가 좀 더 자세히 읽는 습관같은 것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어설픈 중국어 문법보단 나을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한 결과 답장이 오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Part.4 타타유에프오는?
타타유에프오는 50명 규모의 회사이자 중국 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동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서비스를 운영한지 4년 됐고 950만명의 가입자, 매일 280만명이 접속해 총 8천만 건의 메시지가 오간다.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억원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라 본다. 지금은 디지추싱으로 합병한 콰이디다처 등에 투자한 아메바 캐피탈, 라이트스피드 및 한국투자파트너스, 유니온 투자 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에서 나는 유일한 한국인이자 외국인이다.
Part.5 중국에서 사업가로 산다는 건
힘들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해 다수의 유니콘 스타트업, 국유기업, 연구소 등과 경쟁을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도 헤드헌터를 활용해 채용 중이다. 동시에 링크드인도 애용한다.보통 링크드인에서 회사를 검색한 뒤 사람을 추가하고, 그중 괜찮아 보이는 이들에게 계속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3,4개씩 미팅을 잡아 사람을 만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사(자) 100 군데에 연락하면 5,60건이 연락이 오고 그들과 평균 2,3번 정도를 만나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건의 투자 성사를 위해 수십 번의 미팅은 거쳐야 한다.
이렇듯 정말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도전중이고,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내 인생 과정에서 한 번에 된 건 없었다. 이 자세로 중국에서 메인스트림을 만드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