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투자의 여왕’이 하루만에 투자를 결정하고 입금까지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근래 인터넷 상에서 중국 여행 시 들러야 할 곳으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 있다. 특정 지역이나 관광지가 아니라 브랜드 매장이라는 것이 이색적인 부분이다. 북유럽 디자인에 가성비로 중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에게까지 호평을 얻고있는 SPA 브랜드 ‘노미(NǑME, 诺米家具)’가 그곳이다.
노미는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하고 1년 사이 세 차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급성장 중인 기업이다. 투자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이라 할 수 있는 세콰이어캐피탈과 캐피탈투데이이다. 미니소와 무인양품 등 다수의 SPA 브랜드가 난립하는 중국에서 노미는 어떤 부분에서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을까. 광저우에서 노미 홍보 책임자 떵치밍(邓启明)을 만나 회사 시작과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의 시작점부터 이야기 해보자. 천하오(陈浩) 노미 대표의 이력은 엘리트와는 거리가 있다.
천하오 대표는 부모가 타지역으로 일하러 가면서 조부모 밑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학업 성적이 나빠 여러 차례 유급을 했고 초등학교 졸업 후 상위학교 진학도 안 했다.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15, 16세 때 광둥(广东)에 와서 식당 설거지, 미용실 샴푸도우미 등 일을 했는데 소득이 많지 않아 끼니를 건너 뛰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후에 시작한 의류 매장에서 실적이 좋아 금세 점장까지 하게 되었다. 고객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추천하는 등 판매 수완이 좋았다.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 그는 자신만의 의류 매장을 오픈한다. 천 대표가 처음으로 오픈한 의류 매장 규모는13m2(4평 규모)로 작았다. 하지만 천 대표는 얼마 안 돼 산시(山西)에서 26개의 매장을 연다.
노미는 광저우를 기반으로 설립되었다. 이 지역에서 시작한 이유가 있나?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대표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산시에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천 대표는 팀을 데리고 광저우(广州)라는 큰 시장으로 와서 2014년 남성 패스트 패션 브랜드 KM(卡门)을 설립했다. 안정을 꾀했다면 굳이 산시를 떠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선택했다. KM 창업 당시 의류 시장은 침체기였지만, KM은 3년 만에 전국에 6백 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총 거래액이 20억 위안(한화 약 3,398억)이 넘을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는 KM으로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브랜드를 단기간 내 넘어서기는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직접 유럽, 미주, 일본 등을 다니며 새로운 리테일 업태를 관찰했다. 동시에 영국 시장조사 업체를 통해 글로벌 리테일 데이터를 얻어 중국의 데이터와 비교하며 시장 잠재력이 높은 항목을 찾았다. 그런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 ‘라이프 스타일’분야다. 천대표가 사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트렌드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비교 우위다. 그는 글로벌 마켓에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전체 소비 총액의 14%를 유럽, 10%를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데 반해 중국은 1% 미만이어서 잠재 시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앞서 의류 사업을 했다는 자신의 경험이 그 영역에서 강점이 된다고 봤다. 천 대표는 곧장 행동으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한다. 북유럽에서 디자인 수준이 가장 높은 스웨덴에서 디자인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노미는 무지(MUJI)와 비견되곤 한다. 회사에서 벤치마킹했다거나 참고한 브랜드는 없었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이케아일 것이다. 이케아는 규모도 크고 상품 종류도 많다. 우리도 이케아처럼 운영하면 좋았겠지만, 당장 그 수준으로 가기는 어려워 눈높이에 맞는 브랜드로 무지를 봤다. 무지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영업 부진으로 여러 차례 가격 인하를 진행하기도 했다. 무지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우리는 가성비를 선택했다.
우리는 무지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우리만의 장점도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 최고의 스웨덴 디자인 장점과 중국 제조의 장점을 융합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소비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가성비 높은 상품과 매장에서의 소비자 경험은 많은 팬을 확보한 배경이 되었다. 우리 위챗 공중 계정의 팬만 5백만 명이 넘는다. 우리가 쑤저우(苏州)에 매장을 오픈하기 전까지 가까운 매장은 상하이 밖에 없었는데, 고속철을 타고 상하이까지 와서 구매하는 팬들도 있었다.
보여지는 디자인과 가성비 외 노미의 보이지 않는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라 보나.
천대표가 이전에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는 “노미가 설립된지 이제 겨우 2년이다. 지금 핵심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답했다. 그말이 맞다고 본다. 사견을 전제로 말하자면, 사업분야를 잘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천대표는 자주 “선택이 노력보다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거다. 핵심 경쟁력이라 말하긴 어렵겠지만, ‘핵심 능력’ 혹은 ‘장점’이라고 본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천하오가 우리 회사 대표라는 것이다. 우리 대표는 중국에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의 상업가치를 발견한 당사자이다. 우리 매장에 가보면 전체 매장의 설계가 통일된 브랜드 이념에서 나오는 것이 보일거다. 모두 천 대표가 설계한 것이다. 심지어 조명, 배치 까지 천대표가 결정한 것이다. 천 대표는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고 매장의 디자인에 활용한다. 천대표는 중국에서 업계 트랜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비즈니스 관찰력, 학습 능력, 실행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것이 우리 회사 발전의 기저에 있다.
중국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중 미니소도 잘 하고 있다. 양사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기에 비교되곤 하는데, 무엇이 다르다고 보나.
미니소와 노미는 같으면서 다르다. 쉽게 예를 들자면, 미니소는 왓슨스와 유사하고 우리는 무지 혹은 이케아와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미니소와는 상표권 분쟁 중이다. 작년 6월에 미니소가 오픈한 ‘노미(NOME)’라는 매장이 브랜드명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테리어까지 노미(NǑME)를 카피했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에서 상표권 신청은 보통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노미(NǑME)라는 명칭으로 2017년 상표권 신청을 했고 2018년에 매장을 오픈했다. 미니소는 우리의 상표권 심사 기간에 비슷한 이름과 컨셉으로 매장을 오픈했다. 소비자들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심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거라 본다.
노미는 스웨덴에 디자인팀이 있고, 중국에도 디자인팀이 있다. 둘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는가?
디자인에 있어서는 스웨덴 팀의 결정권이 좀 더 크다. 중국 팀은 주로 중국 현지화에 포커싱되어 있다. 디자인에 대한 시장 피드백을 제공한다.
매주 신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신상품 출시 주기가 매우 짧다. 빠른 생산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자체 생산인가 외주인가? 의류사업에 비해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외부 공장과 협력하는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 앞서 의류 사업을 했을 때는 재고관리가 복잡하고 어려웠다. 중국의 경우 남북간 기후 차이가 크고 지역별 소비자들의 신체 조건이나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프 스타일 영역은 그에 비하면 상품 관리가 수월하다. KM에서 공급망 관리를 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에 운영측면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쉽다.
최근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신쉬엔(淘宝心选), 넷이즈(Netease, 网易)의 왕이옌쉬엔(网易严选) 등 다른 라이프스타일 매장도 등장했다. 인터넷 대기업들의 라이프스타일 분야 진출을 어떻게 보나.
인터넷 대기업들의 라이프 스타일 영역 진출은 달라진 젊은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의도라고 본다. 타오바오신쉬엔과 왕이옌쉬엔은 SPA 매장이라기 보다 일상용품을 판매하는 종합매장에 더 가깝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며 리테일 업계가 전방위적으로 변화했다. 먼저 도서 부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그 다음이 타오바오로 대표되는 의류, 패션 영역이었다. 천 대표는 자동차, 신선식품, 가구(라이프스타일)가 전자상거래가 완전이 정복 못한 영역이라며 인터넷의 미래 전쟁터는 그 세 영역이 될 거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가구의 질감과 소재는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중시하는 이유다.
노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테스트를 진행해왔고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광저우 신스지윈먼광장(新世纪云门广场)에 위치한 단독 2층 건물인 블랙골드매장(黑金店)은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는 테스트베드다. 대형 매장에서 이케아처럼 가구를 판매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신유통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매장 외 온라인 시장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티몰과 징둥닷컴에 공식 매장이 입점되어 있으며 위챗 미니 프로그램(小程序)도 있다.
A라운드 투자부터 작년 연말에 진행된 B라운드까지 캐피탈투데이(今日资本)가 모두 참여했다. 캐피탈투데이의 쉬신(徐新)은 메이투안(美团), 징둥(京东) 등에 투자한 인물로 ‘벤처캐피탈계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쉬신의 캐피탈투데이와 천하오의 노미는 어디서 접점을 찾았나.
천 대표가 KM을 운영할 당시 쉬신이 투자를 타진해 온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천 대표가 투자를 사양해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연락은 꾸준히 했다. 우리가 광저우 진사조우(金沙洲) 부근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뒤 캐피탈투데이에서 연락이 왔다. 천대표와 쉬신은 원래 알던 사이라 주하이(珠海)에서 바로 만나게 되었다. 쉬신은 상하이에서 주하이로 와서 천대표와 저녁까지 이야기를 나눈 후 그날 투자를 결정하고 다음날 투자금을 입금했다. ‘점찍은 회사가 다른 투자자를 만나러 가게 두지 않는다’ 말이 있을 정도로 쉬신은 빠른 결정으로 유명하다.
투자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 인연도 있겠지만, 성장 분야라는 믿음도 한 몫 한다고 본다. 우리는 일반 리테일 기업과 달리 브랜드와 리테일을 동시에 운영한다. 우리가 운영하는 브랜드에 대해 투자자들의 믿음이 크다. 또 천대표가 KM을 통해 경영 능력을 보여준 것도 주요인이었다고 본다.
올해 중국 리테일 업계의 핫이슈가 디지털화이다. 노미도 구체적인 전략을 세웠을텐데.
노동량의 변화없이 매장 운영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화이다. 우리 매장은 매주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데, 상품 입고 시 스캔해서 기록을 한다. 입고된 상품이 많으면 특정 직원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이것만 해야한다. 그래서 관리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기술로 해결해 노동력을 다른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가려한다. 그리고 매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기존에는 직접 둘러보면서 상품 진열 상태를 체크해야 했지만, 이제는 카메라로 체크가 가능하게 했다. 또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여 고객들이 어떠한 상품들에 더 관심이 있는지도 체크하려고 한다. 이러한 기술 도입을 통해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임금이 회사 영업 이익의 10% 정를도 차지했는데, 올해 계획은 8% 정도로 조정하는 것이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노미의 장단기 계획을 이야기해 준다면.
작년 목표한 매장 오픈 수는 5백개였는데, 올해는 3백개 매장으로 줄였다. 많은 매장을 오픈하는 것보다 소비자 경험 향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능력을 증명하였으므로 속도에 목 멜 필요가 없고, 새 매장을 오픈하느라 기존 가맹점 성장에 소홀하면 안 된다는 이유가 크다. 올해 수치적으로 정한 것은 기존 가맹점들의 영업이익을 14% 올리는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맞춰나가는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3-5년 안에 중국에 3천 여개 쇼핑몰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한국 등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있나.
작년에 홍콩에 3개의 매장을 오픈했고 올해도 계획되어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한국 등 해외시장 진출은 늘 고려 중이다. 우리의 ‘편리하고 아름다운 생활방식’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기업, 디자이너와 협력하고 싶다. 한국은 문화 콘텐츠 방면에 훌륭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문화는 생활방식으로 이어지기에 많은 부분에서 협력이 가능할 거다.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면 더 많은 발전 기회가 생길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