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마케팅 가설의 설득력을 높여라!
#프롤로그 : 데이터의 힘
#1. 누구의 말이 더 신뢰 가는가?
마케터 A는 “요즘 일본 불매운동으로 떠들썩합니다. 지난주에 유니클로 매장을 우연히 지나쳤는데,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고요”라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마케터 B는 “요즘 일본 불매운동으로 떠들썩합니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앱 사용자가 40% 이상 감소하였습니다.”라며 데이터를 함께 보여주었다. 회의 시간에 A와 B의 의견을 들었다면, 누구 말에 더 신뢰가 가겠는가?
#2. 최신 트렌드에 더 관심 있는 건, 남자일까? 여자일까?
답은 ‘여성’이다. 매년 겨울이 되면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대표 서적인 ‘2020 트렌드 코리아’의 검색량의 성별 비중을 비교해보면, 남성(39%)보다 여성(61%)이 더 관심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데이터를 근거로 2030 여성 타겟이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는 특성에서 마케팅을 출발해볼 수 있지 않을까?’
#3. 홈페이지 개편 전략을 더 설득력 있게 제안하는 방법
로그인해서 메인으로 접속하지 않고 바로 마이페이지로 접속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다는 데이터를 마케터가 확보했다면, 홈페이지 개편 전략 중 하나로 메인만큼 마이페이지의 UX(사용자 경험)가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데이터라는 이성적 근거가 마케터의 생각이나 주장에 신뢰를 높여준다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만약 앱 사용자 감소 데이터, 검색량의 성별 비중 등의 데이터가 없었다면, 마케터의 단순 주장으로 그쳤을 것이다. 이처럼 마케터는 데이터를 활용해 자기 생각을 강화시킬 수 있다.
사실 마케터는 데이터를 집행 효율이나 타겟팅 등 미디어 관련 업무에서 주로 활용해왔다. 수년간 주목받아온 퍼포먼스 마케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은 마케터를 말한다. 그러나 이번 글은 미디어적 관점이 아닌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적 관점에서 ‘과연 마케터는 업무에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건 데이터 분석가가 할 일이겠지만,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라면 필수적으로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해석하여 본인의 업무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 우선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마케터에게 데이터는 왜 필요할까?
[1] 마케팅은 예측이다
본래 마케터는 ‘직관’으로 일해왔다. 당연하지만,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며 사람은 예측되지 않는 비합리적 동물이다. 이러한 비합리적 동물을 설득하기 위해 직관이나 감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마케팅에는 정답이 없다. 어제 성공했던 아이디어가 내일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디지털 광고 집행 시, 끊임없이 A/B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아무도 정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당신은 ‘인사이트’ 있는 마케터인가‘를 참고하길 바란다)
마케팅은 예측이며, 마케터는 소비자를 탐구하여 최대한 가능성 있는 예측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마케터는 가설을 세울 수밖에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여러 현상을 고려하고 조합하여 시장에 작동할 수 있는 최적의 가설을 찾아야 한다.
[2] 마케터의 효율적 사고방식, 가설사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도 가설로 시작되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과 수학지식을 바탕으로 우주를 관찰했고 프톨레마이오스 천문학’(천동설)과 달력의 불일치를 발견하며 기존 천동설과는 완전히 다른, 과감한 가설(지동설)을 제시했다. 코페르니쿠스가 과감하게 가설을 제시해준 덕분에 이후 갈릴레이의 망원경에 의해 지동설이 일반적인 사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맥킨지식 사고와 기술에서 말하는 가설사고란』 등의 서적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가설사고에 관한 내용은 꽤 체계적으로 연구되어 온 마케팅 주제다. 가설사고란 ‘만일 ~라면’과 같은 가정법을 사용해 사고를 구축해나가는 추론 방식이다. 가설사고는 ‘해결책으로 판단되는 임의의 답을 설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가설이 옳다는 증거 확보를 통해 기존 가설을 발전시켜 나가거나, 가설이 틀렸다면 새로운 가설을 수립하게 된다. 다만, 첫 가설이 반드시 진리가 될 필요는 없다. 설득력 있는 가설을 세우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하다. 가설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 것도 굉장한 진전이다. ‘엔리코 페르미’라는 이탈리아 물리학자는 “결론이 가설을 확인해 준다면 당신은 제대로 예측한 것이다. 반면, 결론이 반대라면 당신은 ‘새로운 발견’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든 마케터든 결론부터 내려야 하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실험과정이나 경영과정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변수를 모두 확인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설은 최소한 틀리더라도 의사결정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가설 > 검증’의 과정을 반복하며 적절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3] 마케터의 가설을 보완해주는 소비자 데이터
가설은 ‘가능성 있는 가설’이 될 수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망상’이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는 ‘납득 가능한 증거’에 따라 구분된다. 마치 과학이론이 실험이나 증명을 통해 인정을 받듯이 마케터의 생각이 ‘가능성 있는 가설’이 되려면 가설을 보완해주는 논리적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가설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논리를 바탕으로 상상해 만들어 낸 어떠한 정의’다. 즉, 이성적 논리와 인간의 직관(상상력)이 합쳐져 탄생한 것이 ‘가설’이다. 그리고 그 논리는 ‘소비자 데이터’를 통해 갖출 수 있다. 데이터만큼, 객관성을 지닌 지표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호텔 광고팀에서 새로운 겨울 시즌 마케팅을 제안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겨울 추위로 비행기 최소 비율이 약 3%에 이르러 승객 9만여 명이 공항에서 발이 묶인다는 데이터를 발견했다고 치자, 그래서 이 데이터를 근거로 결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결항 시 공항 위치 타겟팅 광고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자고 제안한다면, 당신의 가설에 설득되지 않을까? 이처럼 데이터는 마케터의 논리를 강화시켜주며, 듣는 사람을 안심시켜준다.
정리해보면, 실제 집행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게 마케팅이다 보니 마케터에게 가설은 필연적 선택이다. 이러한 마케터의 가설이 설득력 있는 가설이 되려면, 데이터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로 보완하든, 또는 데이터를 확보해가는 과정에서 가설을 세우든, 분명한 건 가설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무척 쉬워졌다.
[4] 소비자 데이터의 추이를 보아라
마케터라면 자사 브랜드의 판매 데이터, 홈페이지의 방문로그나 구매전환 데이터, SNS 자사 채널 데이터 등의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글은 브랜드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는 브랜드 데이터는 제외하고 네이버 데이터랩, 구글 트렌드, 썸트렌드 등 누구나 사용 가능한 채널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고자 한다.
소비자 데이터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의 추이’를 보는 것이다. 추이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된 흐름, 경향을 나타낸다. 즉, ‘데이터의 추이’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며, 경향성으로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을 가능케 한다.
A. 검색량의 변화 = 소비자 관심의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한 ‘구글 트렌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의 관심은 ‘검색량’에 드러난다. 검색량의 변화는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국내 검색량은 네이버가 월등히 높으므로 좀 더 많은 모수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을 추천한다. ‘구글 트렌드’의 경우 유튜브만 별도로 검색량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콘텐츠 소비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특정 키워드의 관련 검색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구글 트렌드에서 ‘소주’를 검색해보면 급상승 관련 검색어로 ‘소주 젤리’가 노출된다. 궁금해서 유튜브에 소주 젤리를 검색해보니 유튜버가 실제로 소주 젤리를 만든 콘텐츠가 소비자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주류 브랜드의 마케터라면 위 데이터를 근거로 젤리를 만드는 콘텐츠나 프로모션 등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B. 쇼핑 클릭량의 변화 = 소비자 행동의 변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쇼핑인사이트를 통해 ‘검색어 통계’를 들어가 보면, 쇼핑 클릭량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검색창에 검색하는 행위보다 쇼핑 클릭량은 실제 구매까지 고려하여 클릭했을 가능성이 높은 고관여 데이터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패션 의류 브랜드의 마케터인데 최근 SNS에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다면,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통계’에서 ‘꾸안꾸’를 검색하면 된다. 1년 새에 쇼핑 클릭량이 증가하였다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꾸안꾸’ 컨셉을 활용한 마케팅을 제안해볼 수 있을 것이다.
C. 카드 사용량의 변화 = 소비 심리의 변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지역 통계를 통해 ‘카드사용 통계’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에 감사하다) ‘20대 여성은 무엇을 소비하고 있을까’를 확인해보면 20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교육’에 더 높은 비중의 돈을 지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 여성 타겟을 공략할 때 출발점으로 삼을만한 포인트다.
D. 썸트렌드 = 연관 검색어 / 긍부정추이
‘썸트렌드’란 SNS(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등) 및 뉴스 등 소셜 상의 데이터를 취합, 여론을 분석하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음소프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일반 소비자도 무료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플랫폼이 ‘썸트렌드’다. ‘썸트렌드’를 통해서는 특정 키워드의 언급량 추이부터 연관어, 감성 분석 등을 통해 SNS상의 라이브한 반응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소셜 상에서 소비자가 특정 키워드에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여행을 검색해보면 ‘가고 싶다’ ‘짜릿하다’ ‘설레다’ 등의 감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도 높게 나타나는데 최근 소비자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희귀한 여행을 갈망한다는 것을 데이터가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여행 관련 마케터라면 소비자에게 희귀한 여행을 주제로 한 마케팅을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
E. 조회 수, 댓글의 변화 = 콘텐츠 소비의 변화
콘텐츠의 조회 수나 댓글의 변화를 보면,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소셜블레이드’에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의 콘텐츠별 소비자 인터렉션(조회 수, 댓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무신사TV’ 채널의 URL을 입력하면 ‘무신사TV’의 콘텐츠 별 인터렉션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렉션이 좋은 콘텐츠들의 공통점을 뽑아보는 등의 방식으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F. 그 외에도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감사하게도 여러 기관이나 브랜드 등에서 주기적으로 소비자 설문을 진행하기 때문에 ‘OO 조사’, ‘OO 설문’, ‘OO 현황’, ‘OO 변화’ 등으로 검색해보면 소비자 데이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빅데이터 뉴스’라는 곳은 데이터와 관련된 뉴스만을 제공하니 참고하면 좋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검색량’도 소비자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 특정 검색어의 해시태그가 10만 개 이상 넘어간다면 분명 그 검색어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에서 데이터가 필요한 검색어를 ‘이미지’로 검색하면, 도표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도표 이미지는 데이터일 가능성이 높다.
[5] 확보한 데이터를 인사이트있게 해석하라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그 데이터를 인사이트 있게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 데이터의 가치가 더 높아지며, 가설에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인사이트 있게 잘 해석한 사례는 ‘구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2009년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2주나 빨리 독감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약을 구매하러 가거나 병원을 찾기보다는 인터넷으로 간단히 증상 정도만을 확인하고 우선 참아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면, 감기 관련 검색어(감기 증상, 기침, 발열 등)의 검색 빈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을 ‘구글’은 발견했고 이를 잘 활용했다. ‘구글’은 본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검색어 수치 데이터의 해석을 달리하여 독감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 찾아와야만 독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2주나 앞서 독감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해석의 핵심은 소비자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50대 남성의 차량 검색 데이터’는 ‘아빠에게 선물하기 좋은 차’로 해석할 수 있고 ‘20대 여성의 쇼핑 클릭량 데이터’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선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 데이터’가 소비자의 공략해야 할 지점(가능성 있는)을 알려준다면, 마케터의 직관은 소비자를 매력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데이터를 가지고 얼마나 인사이트 있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데이터를 무기화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에필로그 : 감정에 호소할 것인가? 논리적으로 설득할 것인가?
매일 가설을 세워야 하는 마케터라면, 실생활에서 항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습관을 길러 ‘가능성 있는 멋진 가설’을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은 ‘가설수립-검증’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일이며, 마케터의 가설에 설득력을 높여주는 도구는 ‘소비자 데이터’다.
마케팅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로 보완해야 하는 것, 이게 바로 디지털 마케터에게 필요한 태도다.
글 :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이노션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