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투자금 반환을 요구한 투자자
종석이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 A는 은행 B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제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인허가를 받을 수 없어서 단독으로는 금융 사업을 할 수 없었던 스타트업 A에게 은행과의 제휴는 서비스 개발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어렵게 거둔 성과였습니다.
스타트업 A는 시드 라운드(Seed Round)를 통해 한 차례 투자를 받았지만, 그 돈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종석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투자금이 필요했지만, 매출이 나올 때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시리즈 A를 뒤로 미루고 시리즈 A까지 버틸 수 있는 투자금만을 받기로 했습니다.
한편, 투자자 승현은 은행 B와의 제휴 소식에 스타트업 A에 관심을 보였고,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어 스타트업 A에 5억의 투자를 하고 우선주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투자금이 납입되고 등기까지 완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 B가 스타트업 A와 제휴 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업계에는 은행 B가 제휴를 취소하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승현은 종석이 자신을 속였다면서 투자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승현은 종석이 제휴 계획이 끝났음에도 이를 숨기고 급히 투자를 받았다고 생각해 종석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종석은 제휴 중단으로 그동안 준비하던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도 힘든 마당에 승현이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것까지 참기는 힘들었습니다.
종석은 회사 사정이 어려웠지만, 아직 승현의 투자금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승현으로부터 주식을 되돌려 받고 승현에게 회사 계좌에 남아 있는 투자금을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드 라운드에 투자했던 또 다른 투자자 성수가 투자금을 돌려주려면 자기 투자금도 돌려줘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투자자 승현에게만 투자금을 돌려주면 자신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종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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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주식
회사 A가 발행한 주식을 회사 A의 입장에서 ‘자기주식’이라고 부르고, 다른 말로 ‘자사주’라 부릅니다. 간혹,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자사주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상법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고 나면, 이를 원래와 같이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2. 주주의 권한과 책임
먼저 주주의 권한과 책임을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주주는 회사가 사업을 하는 중에는 이익을 배당 받을 수 있고, 회사가 청산하면 잔여재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법은 주주에게 이런 유리한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주주가 회사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익배당을 받을 경우에는 ‘배당가능이익’이라고 해서 순자산에서 자본금 등을 뺀 금액만을 배당 받을 수 있습니다. 채권자들의 몫을 어느 정도는 떼어 놓고 남은 돈만 배당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잔여재산을 분배 받을 때는 채권자들이 돈을 받아 간 후에도 남은 것이 있을 때만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에게 빚을 갚고 남는 것이 없다면 주주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반대로 책임 측면에서 보면 주주는 자신이 투자한 돈만큼의 책임만 부담합니다. 예를 들어, 한 주주가 스타트업 A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스타트업 A가 망해도 주주는 이미 투자한 돈 1,000만 원 외에는 손실을 입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스타트업 A의 채권자가 주주에게 찾아가서 책임을 물으며 돈을 달라고 해도 “스타트업 A와 나는 법적으로 다른 사람이니 돈을 못 주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배당가능이익’과 ‘유상감자’로 투자금 반환하기
그렇다면 스타트업 A는 어떻게 투자금을 반환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앞서 말한 ‘배당가능이익’이 있는 때에만 그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해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을 제한하는 이유는 자기주식 취득이 투자금 반환이라는 효과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회사 채권자 및 다른 주주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A가 배당가능이익이 있다면 이를 재원으로 투자자 승현의 자기주식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배당가능이익은 주주에게 줄 수 있는 돈이니 투자금으로 반환해도 되는 것입니다.그러나 스타트업 A는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므로 배당가능이익이 없고 따라서 투자자 승현의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유상감자’가 있습니다. 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반환하는 것인데, 이 경우 ‘채권자 보호절차’를 거칩니다. 스타트업 A가 유상감자를 하는 경우 모든 주주가 유상감자에 참여할 평등한 권리가 있으므로 시드 라운드 투자자 성수도 참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상감자를 통하여 성수도 1주당 동일한 금액을 받아 가게 되므로 투자자 승현이 유상감자를 통해 승현의 투자금 전부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창업자라면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데 제한이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주식 발행과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사례이며, 등장 인물, 회사, 단체, 서비스, 제품은 실존하는 것과 무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7. 투자금을 반환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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