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CASE STUDY] #8. 이사의 자기거래
CASE: 두 개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이사
스타트업 A의 대표이사 정우는 스타트업 B도 운영하면서 B의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었습니다. A, B의 주식 모두 100%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A와 B는 대외적으로는 서로 다른 법인으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사실상 같은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대표이사도 같고 사무실도 같고 심지어 어떤 직원은 스타트업 A의 직원인지 B의 직원인지도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중 스타트업 A가 VC(Venture Capital)로부터 투자를 받게 됐습니다. VC 투자자들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 A의 서비스에만 관심이 있었고 평범한 IT 용역 서비스로 보이는 B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A와 B를 명확히 구분해서 경영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스타트업 A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고 정우는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VC가 스타트업 A의 주식 10%를 인수하면서 A에 대한 정우의 지분은 90%로 줄었습니다. 스타트업 A에 투자한 곳은 2곳의 VC였는데 각 VC 투자자들은 이사 지명권 1명씩을 요구했습니다. 정우는 VC의 요구가 약간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VC가 이사 2명을 지명해도 기존 이사 3명이 정우 편이기 때문에 과반을 확보할 수 있으니 경영권 보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투자금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발인력이 추가로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A에 개발자를 새로 채용하자니 고정비용이 너무 늘어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우는 이전처럼 스타트업 B의 인력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나름 적당한 금액을 산정하여 스타트업 B와 용역거래 형식의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얼마 후 투자자와의 간담회가 열렸고 이 사실을 설명하자 VC 측에서 반발했습니다. 스타트업 A와 B가 거래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으므로 해당 거래가 상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VC 측에서는 스타트업 A가 B에게 지급하는 외주용역 대금이 너무 크게 정해져서 VC가 투자한 스타트업 A의 재산을 B에게 위법하게 넘겨준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우는 스타트업 A와 B가 용역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지 알지 못했고, 용역 대금이 과한 수준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VC들은 당장 용역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용역 대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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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경우
위 사례처럼 2개 이상의 회사를 한 회사인 것처럼 경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보통은 세무상의 이유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주주 1명이 두 회사를 모두 지배하는 경우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형태는 세법상 문제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법률의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2개 회사의 주주 구성이 달라지면 어느 한 쪽의 주주들이 이런 형태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으며,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형사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상법 제398조에 의하면 한 회사가 ‘이사, 10% 이상의 주주 및 이들이 50% 이상의 주식을 가진 회사’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사회에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 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에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모든 내용과 절차는 공정해야 합니다.
이사나 주요주주는 회사의 경영에 큰 영향력을 가지는데, 영향력을 이용해 회사에 불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이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서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우의 입장에서는 지분율 90%를 소유한 스타트업 A보다 지분율 100%를 소유한 B가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면, VC들은 스타트업 B보다는 A가 잘되어야 하므로 정우가 100%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B에 많은 돈을 주는 것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2. 스타트업의 이사 구성
앞서 살펴본 대로 정우가 스타트업 A의 대표이사이자 지분율 10% 이상의 주주이고, 스타트업 B의 대표이사로서 B의 지분도 50% 이상 가지고 있으므로, 스타트업 A와 B가 거래하기 위해서는 이사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스타트업 A의 전체 이사가 5명이므로 3분의 2의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이사 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A의 이사 중 2명은 VC 측에서 지명한 이사들이므로 정우가 이사회 승인을 요청해도 이들 이사의 반대로 거래가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반수를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 경우 과반이 아닌 3분의 2를 확보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떠한 경우에 상법 398조에 해당하고 또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는지는 비교적 복잡한 법률 문제이므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사례이며, 등장 인물, 회사, 단체, 서비스, 제품은 실존하는 것과 무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8. 이사의 자기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