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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人사이트] “슬라이드보다 중요한 건 질문에 대한 답”

VC 심사역들이 말하는 IR 피칭 성공 전략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준비하는 IR(Investor Relations) 피칭에서 가장 흔히 놓치는 것은 무엇일까. 법인 운영 솔루션 스타트업 주주(ZUZU)가 최근 공개한 ‘초기 스타트업 생존 전략 백서’에 따르면, 핵심은 슬라이드 디자인이나 발표 스킬이 아닌 ‘투자자가 궁금해할 질문에 선제적으로 답하고 있는가’였다.

콜드메일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기반 접근’

백서에 따르면, 콜드메일을 통한 투자 유치 시도는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낮다. 한 심사역은 “콜드메일은 열어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소개 없이 접근하는 경우, 팀의 진정성을 파악할 수 없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백서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소개, 동료 창업자와의 네트워크 활용, 피칭데이 및 IR 행사 등에서의 직접 접촉을 제안했다. 심사역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보다 긍정적인 첫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Seed와 Pre-A 단계는 평가 기준 자체가 다르다

투자 단계에 따라 VC의 평가 기준도 확연히 달라진다. Seed 단계(약 1~5억 원 규모)의 경우, 제품이 완성되지 않아도 팀의 실행력과 문제 정의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한 심사역은 “Seed는 팀만 보고 투자하는 유일한 라운드”라며, 창업팀이 해당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면 Pre-A 단계(5~20억 원 규모)부터는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성과 지표가 요구된다. 기술력, 사용자 반응, 제품 설계 완성도 등 세 가지 요소 중 최소 두 가지 이상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심사역들의 공통된 견해다. 시장 내 실제 반응을 기반으로 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슬라이드 8장으로 투자를 유치한 AI 스타트업

백서에서는 실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된다. 한 AI 스타트업은 단 8장의 슬라이드로 투자를 유치했다. 심사역이 주목한 것은 자료의 양이 아닌 구성 방식이었다. 투자자가 가질 법한 질문들 ― 예컨대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시장 진입 가능성은 있는가’, ‘팀이 해결할 수 있는가’ 등 ― 에 대한 답을 슬라이드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를 지켜본 심사역은 “질문하기 전에 이미 답이 나와 있는 IR 자료는 처음이었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IR 자료와 발표 내용의 불일치는 치명적

반대로, 실패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IR 자료에 ‘올해 매출 추정 10억 원’이라고 기재했지만, 발표 중 “아직 유료 고객은 없다”고 말해 심사역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해당 대표는 “자료 업데이트를 미처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심사역들은 “IR 자료와 발표 내용이 다를 경우,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R 피칭 전 확인해야 할 6가지 핵심 질문

백서는 IR 발표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할 여섯 가지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MVP는 어느 수준까지 준비돼야 하는가?
    → 제품의 완성도보다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 경쟁사 분석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가?
    → 기능 비교보다는 문제 정의의 방식과 전략적 차별성을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정량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가?
    → 고객 인터뷰, 피드백, 베타 테스트 등 정성적 데이터도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수익화 전략과 실행 계획은 제시해야 한다.
  • 시장 규모가 작아 보여도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가?
    → 시장을 부풀리기보다는 고객의 불편 강도와 빈도를 강조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이다.
  •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능은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 모든 것을 밝힐 필요는 없지만, 어떤 실험을 했고 어떤 학습을 했는지는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

“투자자는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을 본다”

IR 피칭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다. 투자자는 해당 팀이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실행을 했고, 어떤 학습을 했는지를 IR을 통해 판단한다. 창업자의 관찰력과 실행력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ZUZU 백서는 “질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답이 준비된 IR이야말로 투자자의 신뢰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피칭에서 중요한 것은 장표의 수나 형식이 아니라, 투자자의 관점에서 준비된 ‘논리적 흐름’이라는 점을 스타트업들은 기억해야 한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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