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집단 망상 ‘가면증후군’
미국 실리콘밸리 재직자 29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2%가 ‘내가 유능하지 않다는 걸 회사 사람들이 알아채는 것이 두렵다’고 답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2020년 7월 17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설문 결과, ‘당신이 유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우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곳은 아마존(72%)이었다. 2위는 구글(71%), 3위는 리프트(69%), 4위는 페이스북(66%)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더 많았던 가운데, 인텔 재직자들의 경우 ‘그렇다(45%)’는 응답보다 ‘그렇지 않다(55%)’는 응답이 많았다.
‘당신의 성과를 칭찬하면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실리콘밸리 직장인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이 가장 많았던 곳은 미국의 대형 금융지주사 캐피털원(63%)이었다.
다음으로는 재무회계 솔루션 기업 인튜이트(62%), 어도비(62%), 취업사이트 인디드(59%), 마이크로소프트(55%), 페이스북(54%) 순으로 ‘칭찬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응답이 많았다.
‘당신의 성공이 운 혹은 우연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41%의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긍정 응답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리프트(52%)였다. 2위는 구글(51%), 3위는 캐피털원(48%), 4위는 인튜이트(47%), 5위는 아마존(46%)이었다.
미국 직장인들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분한 것을 누리고 있다고 느끼는 증상을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지난 2월 미국 블라인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재직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2일차, 가면 증후군이 시작됐다’는 글을 올리고 ‘앞으로 회사 생활은 실패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고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했다.
그러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재직자들의 댓글이 200개 이상 달렸다. 모두 같은 증상을 과거에 겪었거나, 아직도 겪고 있다는 공감 댓글이다.
아마존의 한 재직자가 ‘나는 경력 19년차인데도 똑같이 느낀다. 아마존으로 옮긴 지 4개월짼데 혹독한 인터뷰를 거쳐 들어온 것임에도 내가 회사 사람들을 속인 것 같이 느껴진다. 당신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재직자 역시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10년째 다니는데도 아직도 그렇다’고 공감했다.
미국 블라인드에서 실리콘밸리 재직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게시물은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5월 한때 20%를 넘어서는 등 대공황 시절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7월 22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링크드인이 전 직원의 6%를 해고하는 등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다시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
본 조사는 코로나19 이후 직장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블라인드가 연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설문조사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