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거래량만 놓고보면 11월 11일 열리는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 ‘솽스이(双十一)’에 근접하는 행사는 전 세계에 없다. ‘광군제’나 ‘쌍십절’, ‘솔로의 날’로도 불리우는 솽스이는 12년 전 타오바오가 기획한 작은 할인 행사가 시작이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중국 대륙 소비 경제의 바로미터가 되었다. 2009년 5천200만 위안(약 84억원)이었던 거래액은 지난해 2684억 위안(한화 약 44조 6,600억) 규모로까지 상승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솽스이는 5년간 연평균 35%씩 성장해 2019년 총거래가치가 4100억 위안(6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행사 하루 판매량은 아마존이 한 달 동안 생산한 것의 두 배였고,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의 판매량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올해 솽스이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열리고 있다. 앞선 11회 행사가 11월 11일 단 하루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같은 조건의 할인률이 적용된 사전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중국 2위 커머스 기업인 징둥의 6.18 행사와 닮은 패턴이다.
알리바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1차 이벤트에서 뷰티 제품의 총거래액(GMV)은 40분 만에 100억 위안(약 1조 6,969억 원)을 돌파했으며 1시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34개 신규 뷰티 브랜드는 1차 행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1000만 위안(약 16억 9.610만 원),16개 가전제품 브랜드는 1시간이 지난 후 1억 위안(약 169억 5,300만 원)의 총거래액을 보여줬다. 애플, 화웨이, 로레알, 하이얼 등 100개 브랜드의 총거래액도 1차 행사 판매 개시 111분 만에 1억 위안을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뷰티 브랜드 중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가의 후 등 한국 인기 뷰티 브랜드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새로운 매출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수치는 11일 0시에 개막한 본 행사에 수치로 나타났다. 알리바바가 행사 시작 후 30분 뒤에 공개한 총거래액은 3723억 위안(한화 62조 9484억)에 달했다. 이는 사전 행사 판매 금액이 더해진 것이다. 가장 구매 클릭률이 높은 이벤트 초반 초당 58만 3000건이 처리됐다. 지난해 54만 4000건을 상회하는 기록이다. 티몰에서 지난 11월 1일부터 11일 낮 12시까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3%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11일 이후에도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후속 프로모션도 이어진다. 총 거래액 5000억 위안(한화 약 84조원) 규모 전후에서 최종 결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보다 친숙한 브랜드를 선호했다. 11월 1일 자정부터 11일 오전 9시까지 총거래액 기준으로 탑 10 해외 브랜드는 야만, 압타밀, 스위스, 카오, 시세이도, AHC, 스무스스킨, a 2, 바이오 아일랜드, 엠프리오 아르마니 순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구매한 제품을 다시 사기 보다는 익숙한 브랜드의 리뉴얼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솽스이는 가격을 낮춰 매출을 높이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장이자 장기고객, 충성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이벤트이기도 하다. 일례로 로레알은 매년 솽스이 이후 문제로 지적받는 포장재에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재활용 포장재를 사용한다는 이니셔티브를 강조해 제품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한 발 더 가깝게 한 것이다. 또 솽스이에 앞서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친환경이 강조된 수상작들이 솽스이 택배 포장에 담긴다.
솽스이는 알리바바만의 축제는 아니다. 거의 모든 전자상거래 업체가 이날 동시에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2위 업체인 징둥은 지난 1일부터 11일 0시 9분까지 2000억 위안(약 33조원)의 총거래액을 보였다.
근래 3~5선 도시 거주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1~2 도시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이용자가 포화 상태에 도달한 반면, 3~5선 도시 참여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4분기에 온라인 쇼핑을 한 중국인의 약 54%가 3~5선 도시 이용자였다. 이러한 흐름에서 알리바바도 신규 사용자를 하위 도시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규 사용자가 기존 사용자 평균치보다 5~60% 적게 소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내후년 솽스이의 매출폭은 올해 대비 큰 폭으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소비자는 기간을 넓게 잡는다고 해서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 앨릭스파트너스가 올해 솽스이 한 달 전 2029명의 구매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9%가 지난해보다 더 지출할 계획이었지만, 24%는 필요할 물건만 구매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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