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人사이트] 틱톡과 유튜브를 순위로 누른 키보드앱 개발자
지난 5월 30일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앱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던 틱톡이 2위로 내려가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대기업 경쟁 서비스가 아닌 ‘복붙키보드(Paste Keyboard)‘라는 한국인 개인 개발자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복붙키보드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나 문구를 저장해두고 편리하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서비스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서비스는 MZ 세대 사용자의 니즈와 맞닿아 급상승세를 타며 앱스토어 순위 가장 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서비스를 만든 박태진 개발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다노 iOS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해커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18살 때부터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에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iOS 개발 경험은 올해로 6년 됐어요.
‘복붙키보드’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복붙키보드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나 문구를 저장해두고 그것을 편리하게 가져다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면 택배 주소, 계좌번호, 업무성 홍보 문구뿐만 아니라 최근 많이 하는 당근마켓 거래 시 약속시간을 정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템을 생각하게 된 동기나 배경은 뭔가요? 포털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에서 만든 키보드 서비스가 시장에 많은데요. 본인에게 필요한 걸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개발 당시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거의 모든 일을 다 할 때예요. 영업을 하며 여러 사람에게 반복적인 텍스트를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가 쉽게 일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이왕 만든 김에 다른 분들에게도 공개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앱스토어 배포를 했고요. 복붙키보드가 제공하는 상용구 기능은 네이버 스마트키보드 보다 먼저 스토어에 나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복붙키보드로 지난 5월 30일 미국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바로 아래 틱톡과 유튜브, 스탭챗 등 글로벌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소식은 매셔블을 비롯해, 스페인,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고요.
복붙키보드는 2016년 론칭해 지난 5년간 유지, 보수해온 프로젝트입니다. 차트 순위 체크를 위한 앱도 만들어서 매일 확인하고 있는데요. 5월 30일은 정말 기억에서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차트를 확인하는 순간 앱스토어에 버그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했어요. 하루아침에 1위를 한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갑작스레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5년 간 서비스를 발전시키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고 시대의 흐름과 맞아 성과를 냈다고 봐요.
일견 이 서비스는 무척 단순해요. 복붙키보드의 어떤 부분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생각하세요? 이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기능의 특별함보다는 개인이 사용하기에 너무 어려웠던 플로우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변경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그것이 이용자에게 소구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복사, 붙여넣기 기능은 아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유저라면 하루에 한 번은 사용하게 되는 마법의 키입니다. 복사하고 붙여 넣는 서비스 기능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 반복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는 것 자체가 삶에 큰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이 서비스는 이용자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켜주는 유의미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저는 복붙키보드를 단순히 자주 쓰는 텍스트를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었고, 사용자도 그렇게 이용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리뷰와 이메일로 들어오는 요청들은 저의 생각을 벗어나는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게임 치트키 용도로 사용하는 케이스도 있었고, 평소에 자주 쓰는 이모티콘들을 저장해서 쓰는 이용자도 꽤 많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패턴으로 활용을 하더라고요. 같은 도구지만 각자의 니즈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걸 보면서 앱의 사용성과 업데이트 방향은 결국 유저가 정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순위권 서비스들은 많은 인력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복붙키보드는 비용 집행 없이 바이럴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어요.
1인 개발자로써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빠르게 개선하고 개인적인 친밀함을 형성하는 겁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국내외 이용자와 어떻게 소통, 응대하고 있나요. 그리고 피드백은 어떻게 서비스에 반영되었나요.
초반에 출시했을 때 메인 타깃은 대한민국 유저였습니다. 초기에는 아이폰 커뮤니티 등에서 이용자 불편사항을 접수해 이슈를 수정하거나, 스토어 리뷰를 통해서 유저들과 소통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대기업에서 키보드 앱으로 진출하면서 국내 유저가 줄어들었고, 유저를 늘리기 위해서 다국어 버전을 준비해서 출시했어요. 영어를 기본으로 시작해서 스페인어, 일본어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저들에게는 이메일을 통한 피드백과 타입폼을 이용한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 개선을 진행합니다.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다면요.
앞서 말했듯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플로우로 변경하는 것, 유저들과 소통을 진행할 때 최대한 빠르게 응답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키포인트입니다.
가장 크게 겪은 시행착오는 소스코드를 통째로 잃어버려 한 번 전체 재개발을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소스코드 관리를 다소 소홀히 했어요. 중간에 노트북을 분실하는 바람에 코드를 전체 재작성해야 하는 큰 실수를 한 거죠.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지금도 식은땀이 납니다. 그 실패가 교훈이 돼서 더 신경 써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년 전 본업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 앱을 개발해서 계속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사용하려고 만든 앱이었고, 제가 필요한 기능만 구현했기에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개발자분들에게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회사 서비스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최신 기술을 경험할 수 있고, 프로덕트를 운영하면서 전반적인 고객 응대나 마케팅 등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들을 겪으며 시야를 넓힐 수 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프로덕트가 유지가 된다면 들어오는 광고비 또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어줍니다.
복붙키보드만 만들진 않았을 거예요. 그간 어떤 앱들을 만들었나요? 그중에 성과가 난 프로덕트가 있다면요?
꽤 많은 앱들을 만들었습니다. 기억나는 건 카카오톡 초기 프로필을 미리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와 인스타그램에서 스티커를 사진에 붙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에요. 둘 다 앱스토어 1위를 했습니다. 제 전략은 니즈가 확실한 제품을 작게 만들어 빠르게 배포하는 거예요. 제 생각이 시장에서 먹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짜릿했습니다.
현재 서비스 관련 수치를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iOS 버전만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안드로이드 버전을 론칭할 계획은 없나요.
현재 복붙키보드의 다운로드 수는 160만 정도 돼요. 론칭하고 4년 동안 20만 유저였고, 최근 3일간 140만 유저(6월 7일 기준)를 확보하였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도 고려하고 있어요. 안드로이드 버전까지 지원된다면 지금 수치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거라 봐요.
DAU(일간 활성화 사용자 수)는 40만, MAU(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는 130만 규모입니다. 대부분의 소셜 네트워크 앱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사용자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 보게 되는 화면일 거라 생각해요. 유저 편의성을 위해 되도록이면 사용성을 해치지 않고 유지, 보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앱 결제가 있는데요. 트래픽이 늘면서 매출도 상승했을 거라 봅니다.
이전에는 광고 매출이 하루 기준 $15 정도로 소소했어요. 하지만 트래픽이 상승한 이후에는 하루 기준 $3,500, 월기준 $100,000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가 됐어요. 하지만 지금에 만족하진 않을 거라 봐요. 사용자의 서비스 이탈을 막는 것을 생각하실 텐데요. 향후 서비스 및 발전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서비스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MZ 세대의 확실한 니즈가 있어요.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복붙키보드였고요. 앞으로도 MZ 세대에 포커싱 해 좀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요.
근래 개발자 처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 교육시장에서 가장 핫한 것이 개발 교육이 됐어요. 개발을 제대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전공자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개발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운 것을 토대로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그 어느 때보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다시 스타트업을 할 계획은 없나요?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싶으세요.
창업에 대한 꿈은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요. 현재 복붙키보드 유저 99%가 해외 MZ 세대인데요. 이 데이터를 가지고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누적된 데이터와 인사이트 기반으로 소셜네트워크에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게 돕는 유틸리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제품에 관심 있으신 분이 계신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