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은 ‘OPEN’되어 있을까?
제록스, GUI를 탄생시킨 기업
하루 중 현대인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전자기기는 무엇일까? 불과 10년 전쯤만하더라도 TV를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스마트 폰이 그 답이 될 것이다.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웹서핑을 하는 등의 컨텐츠 소비 패턴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통해서 자유롭게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된데에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 GUI)기술의 공이 크다. 사용자는 터치로 쉽게 스마트 폰을 조작한다. GUI가 없었다면 과거 DOS처럼 명령어를 직접 하나하나 타이핑하는 CLI(Command Line Interface)통해서 스마트폰을 조작했을 것이며 지금처럼 쉽게 스마트폰을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편리한 GUI는 누가 개발했을까? 아이폰을 탄생시킨 애플일까?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일까? 윈도우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일까?
GUI를 처음에 개발한 회사는 복사기 회사로 널리 알려진 제록스이다.
제록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제록스사는 GUI를 최초로 탑재한 워크스테이션 “알토”를 출시하였지만, 사업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사업화하지 않았다. 제록스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였으나, 복사기 사업에 집중하였다.
제록스의 GUI에 영감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알토를 보고 윈도우와 매킨토시를 만들었고 대성공을 이루었다. 제록스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가 GUI기술을 이용하여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제록스는 GUI이외에도 마우스, LAN,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등의 기술을 개발했으나 상업화하지 않았고, 다른 회사가 상업화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같은 회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제록스 입장에서는 남좋은 일만 한 꼴 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록스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감사한 맘이 크다.
제록스와는 다른 구글의 오픈 이노베이션
이러한 제록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제록스와 같이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구글의 기술을 공개하여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텐서플로우(TensorFlow)라고 불리우는 머신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플랫폼을 운영하여 기술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머신러닝 개발자들은 구글이 만들어 놓은 텐서플로우에 접근하여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왜 구글은 이렇게 착한짓을 할까? 본인들이 열심히 개발한 기술을 공개하고 사용을 장려할까? 기술을 공개하여 모두가 사용하고 거기서 더욱 혁신적인 기술이 나온다면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그것이 좋은 일인가?
특허를 통해 알아보는 구글의 속마음
구글의 특허를 살펴보면, 구글이 순수한 의도만 갖고 기술을 공개한 것 같지 않다. 구글은 텐서플로우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기술을 공개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인공지능관련하여 등록받은 특허 중 하나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 특허는 배치 정규화에 관련된 특허이다.
배치 정규화(batch normalization, BN)는 층으로 들어가는 입력값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너무 퍼지거나 너무 좁아지지 않게 해주는 인공신경망 기법으로 여러 입력값을 모은 배치에 대해, 각 층의 입력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다시 맞추어 주어, 입력값이 쏠리는 것을 막는 기술로 머신러닝 개발자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특허는 Convolution Layer에서 Batch Normalization을 할때 출력에 평균과 분산을 이용하여 정규화하는 내용을 구체화하여 등록을 받았다.
청구항이 꽤 길어 권리범위가 적은 특허로 보여질 수 있으나, 청구항을 잘 살펴보면 신경망 출력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하여 정규화를 수행하는 동작을 기술하고 있다. 즉, 구현에 필요한 일반적인 동작을 길게 서술한 것으로, 청구항에서 보여지는 것 만큼 권리범위가 좁지 않다.
구글은 왜 플랫폼을 통해 기술을 공개하면서 이렇게 권리화를 진행하고 있을까?
물론 Apache 2.0과 같은 라이선스 규정을 통하여 이러한 특허의 사용권을 허여하고 있지만, 순수한 의도라면, 특허도 확보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까?
구글은 제록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게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제록스도 특허관리를 소홀이한 것은 아니지만, 구글은 핵심기술에 대해선 특허로 권리확보를 확실하게 권리확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는 공개를 댓가로 독점권을 주는 제도이고, 오픈 이노베이션은 공개를 통해 기술의 발전을 유도하는 경영의 방식이다. 제록스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현재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기술들이 발전할 수 있었지만, 그 공은 기술을 개발한 제록스보다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들에게 돌아갔고, 구글의 특허는 구글이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에 방증이 될 수 있다.
구글은 기술 공개를 통한 기술발전을 노리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뺏기기 싫은 모양이다. 기술 공유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면서도 기술에 대응되는 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구글과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는 기업의 기술을 이용할때 마음을 완전히 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술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기술을 공개하고 장려하지만 교묘한 라이선스 전략과 특허 확보를 통해 추후 권리행사가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착한 얼굴을 갖고 있는 구글과 같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지향하는 기업의 앞으로의 행동에 주목이 된다.
원문 : 오픈이노베이션은 ‘OPEN’되어 있을까? – 제록스와 구글의 오픈이노베이션
필자소개 : 특허법인 BLT 박기현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