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혼자만 잘사는 나라가 된 이유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미국은 살고 세계는 죽고 :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무역 적자가 최근 5개월 연속 감소 추세인 겁니다. 5일(현지 시각) 미 상무부는 8월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달보다 4.3% 감소한 674억달러(약 95조7000억원)라고 밝혔는데요. 작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지난 3월 적자 규모가 무려 1069억달러였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큰 폭의 감소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4월 3.4%로 제시했던 내년 글로벌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1%로 크게 낮춰 잡았습니다. 미국의 경기는 좋아지는데 세계 경제는 왜 캄캄한 걸까요? 큰 틀로 보면 ‘세계화’의 후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급자족 가능해진 美 : 먼저 어제 발표된 미국의 무역수지를 봅시다. 지난 3년간 팬데믹으로 미국의 무역수지는 급격히 악화됐는데, 최근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이 더 이상 원유를 사들이지 않고 외려 천연가스 등 자원을 수출한 덕이 큽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은 이제 혼자서도 잘살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전 세계 원유의 이동이 13년 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줍니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으로 들어가는 원유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2020년에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 2년이 지난 지금은 이보다 더 줄었을 겁니다.
WTO 발표의 의미 :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WTO 무역 성장률 전망치는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경제 전망을 오래 봐 왔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 정도로 전망치를 크게 낮추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날 같이 조정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폭(3.2% -> 2.3%)보다 무역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폭(3.4% -> 1%)이 훨씬 크다는 겁니다.
물론 지역별 수입 감소 원인은 다양합니다. 유럽은 높은 에너지 가격 때문에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고, 미국은 긴축 정책 때문에 자동차나 주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중국도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생산이 줄어들 거라고 봤죠.
세계화는 끝났다? : 그런데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많이 들어 보셨을 “세계화는 끝났다”란 말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씀 드리면, 그림의 그래프는 전 세계 무역량(수출+수입)을 GDP로 나눈 값입니다. 이 값이 파란색처럼 올라가면 무역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고, 빨간색처럼 내려가면 무역을 덜하는 겁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완만히 상승했는데요. 1⋅2차 세계대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전쟁 내내 계속 떨어집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난 1945년을 기점으로 물동량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무역이 이뤄지는 원리를 쉽게 표현하면 “나는 이 물건을 만들려면 100원이 필요한데, 너는 50원만 필요해? 그럼 네가 만들고 나한테 보내줘”입니다. 즉 물동량이 늘었다는 건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 다시 말해 세계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팍스 아메리카나라고 불리는 평화의 시대에는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으로 전 세계 물가가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저물가는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하도록 해 준 자격증 같은 역할을 해왔죠. 세계화를 통한 전 세계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팍스아메리카나가 만들어준 평화와 저물가가 있었던 겁니다.
진짜 변곡점은 2008년 :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후 70년간 증가하던 세계화 지표가 꺾이기 시작한 시점이 최근이 아니란 점입니다. 기점은 2008년 이후였습니다. 2008년은 공교롭게도 오바마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시작했던 시점입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미국 본토에서 진행된 때고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2008년부터 이미 바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러시아서 위안화가 달러 제쳤다 : 러시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위안화가 달러의 거래량과 거래액을 앞섰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사실상 러시아 내 최대 결제 통화로 등극한 건데요.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당한 여파입니다. 사실상 달러 거래가 막히자 위안화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인데요. 실제 SWIFT 퇴출 이전인 2월에는 러시아 기업 및 은행의 위안화 거래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중국이 대러 제재를 계기로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13년만 최대폭 감소한 외환보유액, 위기는 아니다? : 9월 외환보유액이 2008 금융위기 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 자금입니다. 일종의 ‘외화 비상금’인 셈인데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 당국이 직접 달러를 팔아 시장에 개입하면서 9월에만 외환보유액이 2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가 신용도 하락과 경제 위기를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보유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위기설을 일축했습니다.
원문 : 미국이 혼자만 잘사는 나라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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