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임대료가 도쿄보다 비싸진 이유
서울 임대료가 도쿄보다 비싸진 이유
서울이 도쿄를 앞질렀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냐고요? 바로 오피스 임대료입니다(🔗관련 기사). 서울 종로구와 도쿄의 상업 중심지 미나토구의 사무실들을 비교한 결과 임대료 역전 현상이 발생한 건데요. 물론 엔화가 원화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일본 도심 임대료 하락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사실 임대료뿐만이 아닙니다. 주재원 파견이나 현지 직원 채용 비용, 국제학교 학비나 사회보험료도 서울이 도쿄 등지보다 높았습니다.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서울의 경쟁력이 도쿄보다 여러 면에서 불리하다는 의미로 평가됩니다.
“서울은 ‘집값’하는 도시일까요?”
도시 경쟁력 평가 지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평가에 쓰이는 기준들의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기사에 언급된 일본무역진흥기국(JETRO) 보고서는 기업의 비용 관점에서 도시 경쟁력을 비교한 듯합니다. 서울 집값이 지난 5년간 워낙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서울만 그렇단 건 아닙니다. 선진국일수록 도심 임대료, 물가가 대부분 높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선진국 도시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바로 비용보다 더 높은 매출을 얻을 수 있거나, 원하는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면 비용은 크게 중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주요 도시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를 노리고 서울 중심가에서 이전했던 기업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죠.
이 관점에서 보면 결국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건 <서울이 늘어난 임대료나 집값만큼의 값어치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서울은 집값을 하는 도시일까요?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글쎄요, 서울이 그렇게 걱정되나요?”
기사 주장은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을 떠난다”는 내용인데요. 해당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 근거 제시는 없어 아쉽습니다. 기사에서 거주 환경 관련 선호도를 거론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세계 도시 종합 경쟁력 순위를 언급했는데요. “이 순위가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을 떠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나요?
해외 기업 유치 경쟁력 면에서도 서울이 일본과 비교해 그렇게 나쁜 상황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국내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대기 자금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동산 침체기라곤 하지만, 환율 차이로 국내 투자자들보다 해외 투자자들의 총수익률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부문도 여전히 튼튼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사처럼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우려스러운 건 오히려 일본입니다. 일본은 실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아요. 인구는 줄고 소비 활력은 약해지고 인력 확보도 어려워 경제가 침체됐기 때문이죠. 세계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에서도 일본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다소 낮습니다.
“가격은 결과일 뿐입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집값이 높은 건 근로자에겐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임금이 높은 건 기업 경영에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임대료가 높은 건 기업의 지출을 늘립니다. 하지만 이 셋 모두 결과일 뿐 원인은 아닙니다. 가격은 단지, 수요와 공급을 비롯해 모든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정해지는 것뿐이죠.
기사에서 언급한 서울과 도쿄, 후쿠오카를 비교한 일본무역진흥기국(JETRO)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서울과 비교해 일본 도시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다른 국가를 비교해 보면, 서울은 뉴욕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일본 도시와 비교해서는 동남아 주요국 도시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겠죠.
다시 한번 강조하면 가격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도 서울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좋은 오피스와 주거 공간을 만들고 임대료 급등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발과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논란의 금투세, 경제인들의 의견은?
내년 도입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금투세란 1년간 주식·채권 등 금융 투자로 얻은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입니다. 단,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때만 세금을 부과하는데요. 지난 정부 때인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 정부는 도입을 ‘2년 늦추자’는 개정안을 지난 7월 내놨습니다.
종전까지 야당은 “부자 봐주기”라며 원안대로 내년 도입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주식 시장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최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내 기류가 ‘금투세 도입 신중론’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민주당 차원에서 <주식 거래 때 내는 증권거래세 인하>와 <주식 양도세 면제 대상 축소>를 조건으로 유예에 찬성하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고요. 그러나 정부가 지난 주말 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금투세 정국은 다시 불투명해졌습니다.
“금투세 유예 찬성! 증권거래세 폐지!”
근로소득세나 금융소득세 등 다른 세제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금투세 도입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재정 적자 때문에 정부 부채가 느는 상황에서 세수 확충으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것에도 기여할 거고요.
다만, 증시 상황이 안 좋으니 유예는 필요합니다. 좀 더 보완할 기회가 되기도 할 겁니다. 현 방안대로 일률적으로 과세하기보단, 다른 소득세처럼 구간별 누진 과세 구조가 훨씬 정교하고 바람직할 겁니다.
한편,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으로 상향>하려는 정부 방침도 적절해 보입니다. 작년 말 상장 기업의 평균 시총이 1조1000억원 수준인데, 100억원이면 그 1% 정도 됩니다. 증권 거래세는 폐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 원칙에 위배되니까요.
“증권 거래세 폐지? 글쎄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금투세 유예에 찬성합니다. 이건 여야가 모두 공감한 사안입니다. 결국 경제 활성화를 희생하면서까지 형평성과 소득 분배를 내세우는 건 무리한 정책이라는 걸 모두가 인정한 것이 아닐까요? 물론 부자 감세를 반대하고 서민 보호를 역설하는 야당의 비판도 합당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파이를 키워야 나눌 것도 있습니다.
한편 증권 거래세 폐지에 관해선 위의 류 국장님과 다른 견해입니다. 증권 거래세는 주식 시장에서 단기 매매 급증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입니다. 때문에 세율을 일부 낮출 순 있지만 제도의 기능은 유지해야 합니다.
“곧 연말!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됩니다!”
개미들이 두려워하는 12월, 즉 연말이 코앞입니다. 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져 주가가 지금보다 더욱 곤두박질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게 지금 대다수 개미들의 속내일 겁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죠. 정책이나 법안도 마찬가집니다. 각자의 명분과 실리가 달라도 정부와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미뤄야 한다는 공통 분모를 마련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턴 타이밍 싸움입니다. 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입니다. 서로의 금투세 유예안을 놓고 각자 득실 계산에 함몰돼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간다면, 타이밍을 놓치고 이는 결국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좋은 보완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엔 부합해요. 다만 이 세금을 내야하는 고액 투자자든, 이 세금을 안 내는 소액 투자자든 모두 반대가 만만찮습니다. 개미들로서도 금투세를 이미 시행한 대만에서 시행 직후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어 불안이 클 수밖에요.
유예가 적절해 보입니다. 지금은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있죠. 외화 유출을 가급적 억제하고 유인해야 하는 시기란 말이죠. 고액 투자자들은 증시가 안 좋아졌는데 금투세까지 내진 않으려 해외로 자금을 이탈시킬 수 있습니다. 차라리 향후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때 금투세를 도입하면, 외화 유출 우려도 줄고 투자자들의 거부감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한 가지 아이디어인데요. 금투세를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과 연결시켜보면 어떨까요? 한국은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죠. 해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근본적인 주가 변동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단기 매매가 활발해 주가 변동성을 더욱 높입니다. 헌데 미국은 장기 투자 종목의 양도 수익엔 상대적으로 세율을 낮게 적용해주고 있어요. 이걸 벤치마킹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재건축 드라이브, 부동산 시장 침체 막을까?
서울시가 주택 정비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최근 한달새 3만5000가구가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는데요. 이중엔 ‘서울 재건축 상징’으로 여겨진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 여의도동·반포동·목동 등 매머드급 단지 4곳이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에 탄력이 붙게 된 건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제도 영향이 큽니다. 신통기획은 사업성과 공공성을 결합시키고자 하는 사업인데요. 민간의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함께 공공성을 겸비한 정비 계획안을 짜서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어제 발표된 강남의 대표 노후 아파트 ‘미도아파트’ 재건축 심의도 신통기획에 입각해 결정습니다(🔗관련 기사).
“재건축을 지연시킨 결과를 보세요”
한때 재건축이 인근 집값을 자극할 수 있으니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재건축을 지연시킨 결과가 어떤가요? 서울 아파트는 늙어가는 중이며, 우수한 입지의 신축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지금은 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언젠가 금리가 하락 안정화 되면 신축 주택 부족은 언제든 가격을 뛰게 만드는 요인이 될수 있어요. 집값 하락기에도 도심 내 신축 공급이 계속 돼야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신통기획이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 만들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지나치게 경기 의존적인 데다 규제가 많아 사업 진행이 유난히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땐 정비 사업도 자연히 지연되는 게 보통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분양가상한제나 초과이익환수제 등 아직 굵직한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사업 추진 기간을 단축시키는 서울시의 행정 개혁이 그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는 겁니다. 공사비가 워낙 인상됐고, 금리도 높아서 신통기획을 적용해도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얼마나 될까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입니다.
하지만 본격 착공에 들어가게 되면 난관에 부딪힐 우려는 있습니다. 신통기획으로 계획 단계의 속도는 냈지만, 건설 단계에는 여전히 분상제⋅초과이익환수제 등 걸림돌이 남아 있으니까요.
“집값 하락은 어떻게 방어해낼지?!”
신통기획은 사업 심의 절차를 간소화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까지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신청 구역만 102개에 이르며 이 중 최종 59개 구역이 1차 선정돼 초기부터 사업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서울시의 정책 기조와 국토부의 최근 공급 대책을 고려하면, 향후 서울시 정비사업에 의한 공급 물량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문제는 부동산 침체기에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면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정부는 일정 부분 가격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최근 부동산 PF 시장 안정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확실히 <분양 시장 부실화>와 <집값 하락> 중 전자에 더 신경 쓰는 느낌입니다. 과연 후자는 잘 다뤄내고 방어할 수 있을지 다소 우려가 됩니다.
원문 : 서울 임대료가 도쿄보다 비싸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