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문가들 “플랫폼 규제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제정할 것이라고 밝힌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에 대해 플랫폼 전문가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공동으로 11월 21일 (월)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발제를 맡은 서울시립대 박세환 교수는 “플랫폼이 선수와 심판의 지위를 가진다는 소위 ‘선수심판론’은 정작 해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라면서 “플랫폼의 이해상충 이슈와 ‘선수심판론’은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심판은 여전히 규제기관이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플랫폼에 대해 영업을 양도하거나 주식을 처분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와 관련해서도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영업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언급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전상오 변호사는 “심사지침 내용을 보면, 아직 법원에서 최종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고, 공정위에서 심결례에서 나오거나 했던 내용들이 이번 심사지침에 담긴 것들이 있어 최소한 1심이나 대법원 판결 확정된 후에야 심사지침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이호영 교수는 “자사우대의 기준은 경쟁사업자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가지고 비교형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경쟁당국은 경쟁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은 관심이 많지만, 소비자쪽은 개발과 관심이 부족하다”며 “많은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번 심사지침은 표면적으로는 양쪽 모두를 고려했다고 하지만, 사업자 측에서는 너무 디테일 하고 소비자 후생과 효율성 증대효과는 너무 심플하고 실제 법집행 과정에서도 별로 고려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사무국장은 “시장에선 수많은 플랫폼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경제 상황이 많이 어려운데, 예전에 비해 소비자 후생은 덜 논의되고 있어 이 시점에서는 소비자 후생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무법인 화우 전상오 변호사는 “최근 플랫폼 사건을 보면 시장점유율 증가 자체를 문제시하거나, 소비자 후생보다는 입점사업자 보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경쟁 제한성과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PB상품 유통은 온라인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사우대는 유통에서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품질이 좋아질 수 있고,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온라인에서만 문제가 될지 비교형량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의 김수련 변호사는 최혜대우 조항의 유형과 효과를 살피고 그간의 집행사례를 소개했다. “최혜대우는 친경쟁적 효과와 반경쟁적 효과가 모두 존재할 수 있다”면서 “최혜대우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경쟁제한성을 가지고 판단해야하나, 공정위 심사지침(안)은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서술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이호영 교수 역시, 해외 각국 및 국내의 자사우대 규제 사례 검토를 통해 “지배력 전이 자체를 위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연관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했는지 여부에 따라 남용행위 판단이 이뤄져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별취급의 경우 국가독점기업 등 외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경영상 필요 경쟁 촉진, 가맹사업 등 성질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아주대학교 오승한 교수는 “플랫폼의 자사우대 그 자체가 위법일 수 없고, 연관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하다”며 “플랫폼의 차별취급도 전통적인 위법성 판단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충분하며,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전규제를 해야한다는 것은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남재현 교수 역시 “최혜대우 조건에서 수직제한이 과도하게 고려되면 경쟁제한성이나 효율성이 간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화우 전상오 변호사는 “독점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고, 결과적 독점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폐해가 있을 수 있다. 경제법은 사후적 규제가 맞는 것이지 사전적 규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각 국의 경쟁당국이나 법원 자사우대 행위의 판단은 일관되지 않다. 글로벌 대형 플랫폼이 대부분 미국 기업임으로 유럽시장의 독식하는 상황에서 자국산업 보호가 필요한 EU는 플랫폼에 대해 보수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시장의 효율성 증대와 소비자 후생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국장도 “국내 플랫폼 사 중에는 절대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한용호 과장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과 관련해 1월 입법예고 이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에 있으며 연내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 사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인 법 위반 행위 유형으로 자사우대,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을 담고 있으며, 일부 불명확한 것들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해서 오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회장은 “심사지침이라고 하지만 그 영향력과 파괴력은 법안과 거의 동일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토종 기업과 해외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처럼 이미 독과점 앞에 있는 거대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한 이론들이 한국의 영역에서 바로 적용하게 되면 결국 피해보는 것은 국내 기업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