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스타트업 대표가 말하는 ‘How to Scale Up’
스타트업 업계에서 고유명사처럼 사용되는 ‘스케일업(Scale Up)’은 말 그대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다. 기술, 제품, 서비스, 기계의 성능, 생산능력 등의 확대를 설명할 때 사용되기에 스타트업 열이면 열 모두 설립 때부터 스케일업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현실 비즈니스라는 링에 올라 얻어 맞기 전에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케일업에 성공한 유니콘 스타트업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스케일업을 이루었을까.
지난 24일 열린 ‘2023 창구 알럼나이 데이’ 연사로 나선 김종윤 야놀자 대표는 “비정상 상황일 때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생긴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시장의 크기’, ‘성장성’, ‘세상에 주는 가치’를 잊으면 안 된다. “고 조언했다. 이하 김 대표의 강연 정리.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시장의 크기’, ‘성장성’, ‘세상에 주는 가치’를 기억하자.
세상은 ‘노멀(normal)’과 ‘업노멀(abnormal)’로 나눠진다. 사실 업노멀한 시대는 스타트업에게는 기회의 시기이다. 만약에 모든 것이 노멀하다면 스타트업 차례는 오지 않는다.
전 세계 관광 사업의 크기는 매년 한화로 10경 원이 넘는다. 이 수치는 야놀자가 처음 사업 모델을 디자인할 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배경이다. 만약 국내 시장만 타겟으로 했다면 전 세계 시장의 2%만 목표로 하는 회사였을 거다.
글로벌 사업을 구상할 때 목표로 한 시장 규모가 전세계 GDP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 지도 살펴야 한다. GDP는 어떤 산업을 지지해주는 지표이자 산업을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측면에서 보면 관광산업은 전세계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관광산업의 시장크기는 매 15년 마다 2배씩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관광은 탄소중립, 양극화 해소와 같은 가치와 부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수도권 외 지역에서 인구감소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산업을 유치하고 사람들을 오게하느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의 가치가 올라간다. 여행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고, 해외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객들은 여행 온 곳에서 많은 것을 소비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관광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위 이야기를 한 이유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시장의 크기’, ‘성장성’ 그리고 ‘세상에 주는 가치’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세 가지 원칙은 야놀자가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근거이자 배경이었다.
아무리 시장이 크더라도 우리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할 일이 없다면 사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전 세계 10경 원이 넘는 관광시장에서 온라인 관광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여행 결제나 예약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비율이 높지만, 동남아 지역은 지금도 항공사를 직접 방문해야만 항공권 등 관광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온라인 관광비중이 70% 이상이지만 야놀자가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체 여행 거래액 중 10%만이 온라인에서 발생했었다. 온라인 관광산업 시장이 커지면서 야놀자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시장 R&D 투자가 적은 편이다. 소매업, 이커머스, 자동차, 바이오, 반도체 등에 비해 호텔과 레스토랑, 레저 산업과 같은 여행 그룹의 R&D 투자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 온라인 전환이 뒤늦게 이루어졌던 이유이다. 그래서 야놀자는 R&D를 통해 시장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낸다면 시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행했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걸맞은 사업을 해야 한다.
그간 시장 변화에 몇몇 단계가 있었다. 처음 단계는 ‘전산화(Digitalization)’였다. 전산화 시대에는 여행사에 직접 가야만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이루어져서 인터넷으로도 가능해졌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 트레블 에이전시(Online Travel Agency(OTA))가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모바일이 우리 생활에 들어오면서 오프라인으로 직접 방문하여 누군가가 나 대신 인터넷에 티켓을 구입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온라인으로 비행기 티켓구입, 숙소예약 등의 일들이 가능해졌다.
그 다음의 변화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단계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전산화 시대와 모바일로 대표되는 디지털화가 동시에 가능해 진 것을 의미한다. 사실 무서운 시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인터넷 시대와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이 존재해 왔는데, 지금은 두 시대의 변화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고 그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 여행업의 밸류 대부분이 OTA사업에서 나오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야놀자가 ‘OTA(Online Travel Agency)’에서 ‘TDP(Travel Data Platform)’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이러한 방향성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야놀자는 다른 기업들보다 빠르고,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한다.
현재 야놀자는 200여개 나라에서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고, 8만 4천개 이상의 라이센스를 판매했다. 대부분의 호텔, 레스토랑, 골프장, 공연장, 레저 시설 등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시설에서도 활용고 있다. 전세계 100만개 이상의 인벤토리를 솔루션에 담아 다루고 있고 전세계 1만 1천 개 이상의 파트너들이 우리 솔루션을 이용해서 여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OTA가 우리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AI’와 ‘클라우드’는 스타트업에게 기회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은 클라우드와 AI(인공지능)에 있다. 전산화 관점에서 ‘클라우드’, 디지털화 관점에서 ‘AI’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개인이 여행을 준비할 때 거치는 과정이 있다. 첫 번째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에 들어가서 여행 정보를 찾는다. 그 다음 메타서비스인 트립어드바이저, 호텔스닷컴, 호텔스컴바인으로 간다. 또 거기서 검색 등 과정을 거쳐 야놀자, 인터파크, 부킹홀딩스 등 OTA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얻는 정보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 3단계를 거치면서 많은 수수료가 발생한다. 100원짜리 물건을 팔았다고 했을 때 30원 정도의 수수료가 소모되는 거다.
하지만 ‘바드(Bard)’와 같은 AI가 우리 생활에 깊숙히 적용된다면 앞서 언급한 중간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 개인 프로파일을 파악해 최적의 여행코스 및 서비스를 추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에 걸맞는 랜딩페이지가 생성되는 거다.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고, 중간에 30%나 되는 커미션은 회사의 수익이 될 거다.
AI는 개인의 경험을 바꾸는 것을 넘어 산업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큰 변화를 가져올 거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과 AI는 우리같은 스타트업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회다. 전산화 시대에는 여행 경험이 많이 없었기에 남들이 갔던 곳에 몰려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AI를 통해 단 하나의 여행도 똑같지 않아지는 시대가 올 거다.
AI외에도 클라우드가 있어야 완벽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물물교환 시대에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1:1로 직접 서로 물건을 주고받았고, 그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중개인(Agent)이 생겼다. 여행업으로 치환하면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에이전트일 거다. 클라우는 에이전트가 없지만 있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중개인이 사라지는 탈중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다.
예전에는 호텔을 방문하여 호텔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해야만 실제 호텔 정보를 알 수 있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이었다. 그 다음에 호텔 정보를 온라인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갔는데, 이 방식은 레이턴시가 생기고 퍼포먼스와 테이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보안적 이슈도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각각의 정보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형태로 가고 있다. 클라우드는 보안이슈가 생기지 않고 모든 데이터 조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드웨어도 바뀌고 있다. 키오스크도 온프레미스가 아니라 별도의 인규베이션이 필요 없는 클라우드 형태로 바뀌고 있다. 데이터도 중앙으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바로 클라우드에 저장되기에 고객경험도 훨씬 좋아지고 있다.
야놀자는 자회사 ‘야놀자 클라우드’를 통해 기존 온프레미스에 존재하던 산업을 클라우드형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변환하는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AI, IoT, Big Data와 같은 서비스도 연결한다. 호텔과 같은 프로퍼티(Property: 부동산)에도 경험을 동일하게 제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거, F&B, 레저 시설, 공연장, 골프장 등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우리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솔루션이 글로벌로 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클라우드가 있었다. 온프레미스 형태의 사업이었다면 글로벌 확장은 요원한 일이었을 거다.
‘클라우드 기술로 스케일업’ 야놀자의 핵심 방향성
야놀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시작했고, 그 다음 동남아와 일본으로 진출했고 중국까지 확장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과 중동 그리고 인도에까지 진출했다. 현재 인도 호텔 시장에서 1등 클라우드 솔루션 공급자이며 동남아와 유럽에서는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30개국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야놀자의 외국인 직원만 약 1,100명에 달한다.
보통 여행 서비스는 여행 전에만 쓴다. 예약 등 준비 과정에서만 사용하고 그 후부터는 잘 쳐다보지 않는다. 우리는 엔드 유저라 할 수 있는 소비자 경험을 높여 이용자가 여행하는 동안 적극 활용하는 서비스가 되려 한다. 또한 공급자에게는 운영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려 한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더 나은 서비스가 되는 자양분이 될 거다.
야놀자에게 국내 시장은 테스트 베드와 같다. 국내에서 검증된 서비스와 솔루션을 해외에 제공해 스케일업을 진행해 왔다. 야놀자의 핵심 방향성은 클라우드 기술을 전 세계에 뿌려 스케일어빌리티(scalability:확장성)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기조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해 왔고, 현재 글로벌 사업에서의 성과가 국내 사업 수익성을 넘어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