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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100만원 그리고 1조원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 (c)플래텀

12월 10일, 컴업 2025.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대표가 무대에 섰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의 스타트업)이 공식화된 직후였다. 올해 상반기 매출 1,270억 원, 당기순이익 130억 원.

하지만 6년 전, 그는 빚을 진 사람이었다.

100억의 빚

2011년 프랑스 리옹에서 케이컬처를 설립했다. 한류 잡지 K-WAVE를 프랑스어로 발행했다. 첫 표지가 빅뱅이었다. 2012년 한국에 돌아와 KBS와 계약했다. 136개국에 무가지를 냈다.

2018년 파산했다. 100억에 가까운 회사 빚, 수십억 원의 개인 연대보증. 20대의 패기는 그렇게 무너졌다.

그는 다시 시작했다. 2019년 8월 9일, 자본금 100만 원. 회사 이름은 갤럭시코퍼레이션. 아들 이름이 최우주였다.

계약금 없이 IP를 소유하는 법

계약금 없이 연예인과 계약할 방법은 없을까. 그는 생각했다. 본 캐릭터는 안 되어도 부 캐릭터는 어떨까. 2019년, ‘마미손’이라는 부 캐릭터를 만들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부캐 전성시대’, ‘부캐 선발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 코로나가 왔고, 열풍이 불었다.

송해, 김자옥, 김성재. 작고한 연예인을 AI와 결합했다. 오승근 배우는 돌아가신 아내와 노래를 부르고 싶어했다. 가수 더원은 어렸을 때 꿈이었던 가난한 슈퍼맨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무대.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이런 실험 정신으로 예능 제작을 시작했다.

연간 400편 이상을 제작하는 회사가 되었다. KBS ‘1박 2일’, JTBC ‘뭉쳐야 찬다’, TV조선 ‘미스터 트롯’, 넷플릭스 ‘피지컬: 100’. 한국 예능이 전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58일의 시간

2023년 11월 30일 밤 11시 30분. 그는 이 날짜를 기억한다. 지드래곤과 함께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저스피스 재단을 설립했다. 새로운 출발이었다.

2024년 1월, 최용호는 지드래곤과 라스베이거스 CES에 갔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인풋이 있으면 새로운 아웃풋이 나올 거라고 믿었다. 5월에 지드래곤은 카이스트 특임교수가 되었다. 엔터테크라는 개념이었다.

10월 31일, 지드래곤은 ‘파워’로 컴백했다. 88개월 만이었다. 2025년 2월, ‘위버맨쉬’ 앨범은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넘겼다. 3월부터 시작한 위버맨쉬 월드 투어는 40회를 돌았다. 이번 주 금토일, 한국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가 컴업 2025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c)플래텀
AI가 만드는 뮤직비디오

마이크로소프트와 5~6개월 준비했다. 지드래곤의 ‘홈 스위트 홈’을 AI로 만들면 어떨까. 이미 나온 노래였다. 보통은 뮤직비디오를 다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AI라면 가능했다.

소라 AI를 100% 활용했다. 제작비는 기존의 50분의 1. 좋았다.

핑크 페르소나. AI 뮤직비디오에 나온 우주복 입은 캐릭터는 영상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지드래곤을 만났다. 올해 4월 출시된 ‘피스마이너스 하이볼’의 광고 모델이 되었다. 3개월 만에 1,000만 캔이 팔렸다. 아티스트가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관이었다.

같은 4월, 하나금융그룹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돔에서 광고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2027년 안에 스피어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엔터테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카이스트와는 멀리 갔다. 지드래곤의 음악을 우주에 쏘았다. 홍채를 AI로 만들어 함께 보냈다. 나사가 비틀즈로 한번 한 적 있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

보통주 31번

2019년 자본금 100만 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31번의 투자를 받았다. 전부 보통주였다. RCPS, CB, BW 같은 상환 조건부 투자가 아니었다. 국내 기관뿐 아니라 대만 반도체 상장사 에이데이타, 홍콩 상장사인 주걸륜 소속사도 투자했다.

최용호는 컴업 무대에서 말했다. CEO와 창업 멤버를 믿어줄 수 있는 보통주 투자 문화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14년간 적자였다.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9일 유니콘 달성을 공식 발표했다. 6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이다.

법인 등기상으로는 몇 달 전에 이미 유니콘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발표 시점을 기다렸다. 본질적으로 자신은 스타트업이고 벤처이기 때문에 컴업에서 선언하고 싶었다.

10미터 높이의 핑크 페르소나

여의도 IFC 36층과 53층. 펜트하우스.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사무실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우주 정거장 콘셉트다. 이번 주 토요일, 신사옥 ‘고대 우주’를 오픈한다. 높이 10미터의 핑크 페르소나가 있다. 만 년 전 우주인, 우주선 회의실, 키네틱 아트로 움직이는 무한의 해파리.

최용호는 말했다. 유니콘 1조가 되었지만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이제 시작은 1%, 10%밖에 되지 않았다고.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꿈에 도전하겠다고.

그는 2011년부터 함께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 8명과 15년째 일하고 있다. 100만 원짜리 회사를 함께 만들었다. 6년 전의 약속을 지켰다.

리얼, 버추얼, 로봇

컴업 무대에서 로봇 아이돌이 공개됐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리얼, 버추얼, 로봇을 동시에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아이돌이 공연하는 세상, 버추얼 아이돌이 공연하는 세상, 그리고 AI와 결합한 로봇 아이돌이 무대에 서는 세상.

1989년생, 만 36살. 최용호는 여전히 청년 사업가다.

중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말했다. “꿈에는 한계가 없다. 마음껏 꿈을 꿔라.” 그는 36개국을 여행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국내 2등, 세계 8등을 했다.

그리고 100억의 빚을 졌다.

유니콘이 되었다.

그는 무대를 내려왔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가 컴업 2025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c)플래텀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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