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126] 두 번의 사업 실패에서 내가 배운 것, 크몽 박현호 대표

재능마켓 크몽 박현호 대표를 만나다.

두 번의 창업 실패와 1억 원 빚으로 지리산 은둔 생활까지 했지만, 현재는 당당히 분야(국내 인터넷 부업) 1위 기업을 경영하는 창업자가 있다. 재능 마켓 크몽 박현호 대표 이야기다.

박대표는 지리산 은둔 생활을 하던 시절 우연히 한 외국 서비스(Fiverr)를 보게 되었고, 그 서비스를 자신이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크몽이다.

크몽의 시작은 창대하지 않았다. 초기 서비스는 지금에 비해 열악한 형태였고, 처음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성장을 이뤘고, 얼마 전에는 진주에서 한양으로 금의환향을 하게 된다.

인상적인 창업 스토리만큼 수수한 매력이 가득했던 박현호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님과 크몽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크몽 대표 박현호입니다. 개발자 출신이고요. 크몽은 사람들의 재능을 거래할 수 있는 마켓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일하고 수익도 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기 위해 만든 서비스예요.

대표님의 창업스토리에는 두 번의 창업 실패지리산 은둔생활이라는 키워드가 있는데요. 그런 성장통을 겪으면서 얻은 깨달음이라면 어떤 게 있나요?

가장 큰 거는 뭐가 됐든 장기적인 관점과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어리기도 했거니와 열정만 넘치다보니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했어요. 그래서 실패했다고 보고요. 그래서 지금은 단기간에 돈이 되더라도 지속성이 떨어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조금 느린 속도라도 그게 조금씩 쌓이고 장기적으로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지향합니다.

한편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 보수적으로 바뀐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앞뒤 가리지 않았고 조금 위험해도 열정으로 밀어붙였지만, 현재는 절대 망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어요. 간절함인 거죠.

리더로서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제가 개발자 출신이에요. 매일 밤새면서 일을 해도 개발할 때가 제일 마음이 편했고요그러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개발자들을 모시게 됐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어요. 제가 같이 개발하고 있으면 다른 개발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기도 했고요그런데 개발에서 빠지고 나니까 제가 뭘 해야 할 지 처음에는 잘 모르겠는 거예요. (웃음) 더불어 당시에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건강이 많이 안 좋기도 했고요그래서 좀 놀았어요. (웃음) 조금 일찍 퇴근하고 운동하고 하니까 몸은 다시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느낀 게 내가 개발을 계속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것과 몸이 건강해야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건강한 생각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개발에 빠져있다 보니 다른 것들을 못봤어요처음에 제가 개발을 직접 할 때는 개발 외에 부분은 인턴 친구들한테 알아서 하라고 했거든요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계속 작은 것만 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경영이나 재무 부분에 대한 공부를 병행했고, 이게 내가 회사에서 해야 할 부분이라고 뒤늦게 깨달았죠. 재미도 있고요그 외에 기업 문화나 비전을 보강하고, 콘텐츠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외부요청에 대한 대응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할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최근 크몽이 서울로 오피스 이전을 했습니다.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유가 있나요?

가장 큰 이유는 팀원들 때문이었어요. 핵심멤버도 서울 분이었고, 합류한 분들도 서울 분이에요. 그런데 오피스는 진주에 있다보니 4~5 명의 팀원들이 서울에서 진주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오기로 결정을 했죠. 이 부분이 제일 커요.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에 근거지가 있는 게 제휴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수월하겠더라고요. 실제로 올라오고 나니 무척 바쁘고요. 진주에 있을 땐 그리 바쁘진 않았거든요. (웃음진작 이랬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미팅이 있으면 하루 날 잡고 올라와야 했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도 없고요. 잘 온 것 같아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하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뭘까요? 역시 인력에 대한 건가요?

, 인력이 제일 큰 고민이었어요. 개발만 해도 되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마케팅 같은 경우는 지방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 불타는 인재채용을 진행 중인데, 반응이 꽤 좋을 것 같아요. 규모는 어느 정도로 계획 하시나요?

문의는 정말 많이 와요. 그런데 저희가 눈은 좀 높은편이에요. (웃음스타트업은 팀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니까요. 현재 저희팀에 6명이 있는데요. 인재채용 이후에 10명 전후가 될 것 같아요.

크몽이 원하는 인재상이라면 무엇인가요?

일단 자기 분야에 대해서 전문성이 있는 건 당연한 거고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지와 함께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지예요. 캐미(호흡, 궁합)라고 하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상성이 안맞는 사람들은 함께 일하기 힘드니까요. 게다가 크몽팀에는 또 괴짜들이 많거든요? (웃음이런 저희와 재미있게 일할 수 있으신 분이면 좋겠어요.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면요?

저희가 모바일 쪽이 좀 약해서 모바일 개발자 분이 오시면 좋을 것 같긴 한데요... 일단 좋은 분이면 안 가립니다.

회사명이자 서비스명이 ‘크몽’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큰 의미는 없어요. 왜 뮤직비디오를 보면 컴온, 컴온하잖아요. 그게 잘 들어보면 크몽이라고 발음이 되거든요. (웃음) 우리 서비스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서비스 도메인은 제가 10년 전에 사놓은 거예요. 제가 도메인 사는 취미가 있었거든요. (웃음마침 사놓은 도메인이 서비스와도 어울리는 것 같아 쓰게 됐고요

크몽이 이스라엘의 파이버(Fiverr, 5$에 소규모 일을 거래하는 온라인마켓)를 벤치마킹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안 하면 손해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만들기도 쉬워 보였고요. (웃음) 그래서 앞뒤 안가리고 일단 시작하게 됐습니다많은 리소스 투입 없이 저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표준 가격이 5천 원이었는데, 저 같으면 5천 원에 안 할 것 같았거든요. (웃음) 하지만 만들긴 쉬우니까 일단 한 번 만들어서 오픈해본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새로운 개념의 소셜 커머스라고 하면서요. 재능마켓, 재능기부, 재능나눔이라는 말도 제가 붙인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붙여준 겁니다.

벤치마킹은 했지마, 국내 서비스로 로컬라이징(Localizing, 현지화)을 위해 변화시킨 부분이 있었을텐데요? 

파이버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의 일들이 5달러에 거래가 시작되고, 가격은 오픈되어 있습니다. 크몽 역시 시작은 재미있는 것 위주로 갔어요. 그런데 사용자들이 저희 의도와는 다르게 조금은 진지하게 활용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재미 위주로 돌려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했어요. 그랬더니 성장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더라고요. 차이점은 그거인 거 같아요.

정리하자면, 파이버가 엔터테인먼트 성격의 작은 일들을 거래하는 사이트라면 크몽은 조금 더 무거운 일이랄까요? 프리랜서들이 일을 해서 수익을 내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외의 경우에 이랜스오데스크와 같은 사례가 있는데요. 국내에는 없는 서비스다 보니 크몽이 그 역할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몽은 소비자와 함께 커 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이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크몽을 운영함에 있어서 원칙이 있다면요?

보통 소비자에게 어필을 하려면 전문적으로 보여야 하잖아요? 장점을 극대화 하고 약점은 어느정도 가려야 하고요. 그런데 저희는 처음부터 다 오픈했어요. ‘어차피 제대로 못하는 거 솔직하게라도 하겠다는 마음이었죠. 어설프게 볼 수도 있는데 고객 분들이 이해를 해주시더라고요. 물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에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하지만 여전히 어설픈 부분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웃음)

크몽을 시작할 때 자본금은 따로 없으셨을듯 싶어요. 

자본금이 없었죠. 마이너스 1억에서 시작했으니까요. 다만 자본금이나 투자금이 없었기에 처음부터 BEP(손익분기점)를 맞추면서 하긴 했어요(웃음). 거래가 꾸준히 발생했고, 중간중간에 청년창업 전용자금 대출 같은 것도 받았어요. 지금은 거의 BEP를 맞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크몽에서 현재 거래액은 어느 정도 되나요?

15천만 원 정도 됩니다. 수수료는 20% 수준입니다. 광고 상품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것은 그중에 30% 정도가 되고요이 수익으로 현재 회사를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성장곡선은 어떤가요?

무척 천천히 올라가요. (웃음조금 답답하긴 한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성장을 하는 것보단 낫다고 봐요. 내실을 다지면서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안 그랬으면 예전 성급함이 나와서 무조건 광고하고 그랬겠죠. (웃음)

크몽의 역할이 재능 거래 중개이긴 하지만, 콘텐츠의 퀄리티를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보는데요. 첫 페이지에서 지금 가장 많은 게 마케팅 상품이더라고요? 어뷰징 상품들도 꽤 보이고요. 

다른 카테고리를 보다 더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리뉴얼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퀄리티 있고 다양한 재능들을 보여주는 쪽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개인 간 거래의 신뢰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결제에 대한 신뢰도 부분은 가격이 낮다보니 크게 진입장벽은 없었던 것 같아요5천 원부터 결제할 수 있었고,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큰 이슈는 없었던듯 싶어요. 더구나 돈이 결제 돼더라도 저희가 보관을 했다가 구매 완료가 됐을 때 판매자에게 가도록 했기에 큰 문제가 없었고요.

다만 판매자의 재능 퀄리티라고 할까요? 제대로 안해준다든가 기간이 오래걸리든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가 있었어요.

그 부분은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판매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평균응답시간, 주문 성공률, 평가도 등등이요. 실제 포트폴리오나 재능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면 구매로 이루어질 확률이 낮아요.

한편으로는 오래 전에 등록을 해놓고 관리를 안 하고 있는 재능 판매자가 있는데요. 그 경우는 저희가 기간제로 재승인을 하도록 만들어놨어요. 이런 식으로 저희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보완해나갈 거고요.

지난해 황금의펜타곤에 참가하셨는데요. 크몽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된듯 싶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 잠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고요.

스타트업 업계에서 어느정도 인지도나 신뢰도가 좀 오른 것 같습니다.

비론치 2014도 참가하셨는데요. 

사실 별 기대 없이 나갔었어요. 저희가 서울에 왔다는 것을 알리고,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께 인사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찾아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거예요. (웃음또한 여러 기업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더라고요. 실제로 미팅도 계속 하고 있고요.

크몽의 비즈니스 미팅 때의 주 아젠다(Agenda)는 무엇인가요?

기업 신사업팀에서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재능마켓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요. 아직 구체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한 건 아니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계속 만나고는 있습니다.

투자를 유치한 적이 아직 없으시잖아요. 앞으로 계획은 있으신가요?

투자를 받은 적은 없고, 청년기업가대회에서 상금으로 삼천만 원의 상금을 받은 적은 있어요. 투자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진 않아요. 정말 괜찮은 기회가 있다면 진행할 생각은 있고요.

제가 경험을 해보니 투자 유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일을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자금력에 대해 신경을 안 쓰려고 기술신용보증에서 올해 초에 자금을 받았어요. 나중에 정말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지만, 거기에 집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사업 계획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서울에 올라왔고 하니 다양한 분야의 실력있는 재능인들을 직접 섭외해보려고 해요. 카테고리도 다양화 시키고요. 현재까지는 디자인이나 마케팅, 번역과 같은 자발적인 카테고리만 있는데요. 앞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성격의 카테고리를 보다 더 활성화 시킬 계획입니다그리고 모바일 쪽을 보강할 생각이에요. 현재 안드로이드 앱이 있긴 한데, 예전에 만든 거라 보강이 필요해요.

많은 분들이 조금 더 쉽게 크몽을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플래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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