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시장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인식 중에 하나가 ‘모험을 즐기지 않는 보수적인 시장’이란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일본은 세계에서 저축을 가장 많이하는 국가입니다. 미국 등 핀테크가 발달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기 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신용을 쌓고 대출을 받는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돈을 저축하는 일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이 소유한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이 현금과 예금인 반면, 미국은 개인 자산 중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2.6%에 불과하며, 주식 펀드 등 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과거 재테크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 일본의 핀테크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와 CB인사이트(CB Insights)의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10대 핀테크 유니콘 생산국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으며 인도,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뒤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 상술한 일본의 높은 예금률과 핀테크 혁신의 불안 요소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에 ‘높은 예금율’ 나타나게 된 이유는 1980년대 후반 버블 경제 이후,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은행계좌에 넣어놓은 돈은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재테크의 도구로 저축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는 최근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는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일본 전체 인플레이션율은 3~4%로 2022년 이전에 장기간 0%에 가까웠던 인플레이션율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올해 6월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은 3.3%로 8년 만에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전 세계에서 평균수명이 가장 긴 나라입니다. 이는 곧 일본이 더 적극적인 재테크와 노후 대비를 위한 충분한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반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최근 일본의 금융 규제 개방으로 인해 일본 핀테크 시장에 비즈니스 기회가 열렸습니다.
2021년 말 일본 금융감독청(JFSA)은 새로운 ‘중개 라이선스'(Act on Provision of Financial Service)를 발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금융기관은 서로 다른 상품에 대한 인허가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지금은 단일 규제 시스템 아래에서 금융기관이 은행, 증권, 보험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로인해 신규 진입자의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금융상품의 경험과 혁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태동하게 됩니다. 일본의 전반적인 경제 환경, 규제 개방,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변화 등으로 인해 일본 핀테크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한 겁니다.
일본 소비자가 새로운 재테크 지식과 도구를 학습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관문이 낮은 상품 설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일본에서는 기술 기반 개인 재테크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비자가 주식 시장, 환율 등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 계산을 스스로 이해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입니다. 재테크 컨설턴트에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 금액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자본 요구 사항을 알려주면, 이를 바탕으로 재테크 컨설턴트는 어떤 금융 상품을 구매할지, 소비자의 자산 상태와 필요에 따라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언을 하는 겁니다. 물론 개인화된 재정 관리 서비스를 대규모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일본은 아직 새로운 재테크 시장의 초기 단계에 있고, 스타트업과 소비자 모두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켜져 오던 방식을 뒤집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기회는 종종 최초의 혼란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이를 먼저 잡을 수 있는 능력이 곧 승자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매트 첸(Matt Cheng) 체루빅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 아워송 코파운더
Matt Cheng, Founder and General Partner of Cherubic Ventures
Matt is a Taiwanese venture investor, serial entrepreneur, company advisor, and former junior tennis player. Prior to founding Cherubic, Matt co-founded Tian-Ge in China and 91APP in Taiwan, both went public at over $1B+ in market cap. Matt is also a company advisor to Wish and Atomic VC, as well as an early investor in Flexport, Calm, and Hims & 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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